美 역봉쇄에 군함 15척 이상 투입…선박 최소 2척 회항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범위를 구체화한 가운데 유조선 최소 2척이 해협 진입을 포기하고 회항했다. 봉쇄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고 수백 척의 선박이 발이 묶이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항해 공지를 통해 봉쇄 구역을 이란 해안 전역과 오만만, 아라비아해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공지에는 “허가 없이 봉쇄 구역에 진입하거나 이탈하는 선박은 요격·우회·나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다만 이란 목적지가 아닌 선박의 중립적 통항은 허용하고, 식량·의약품 등 인도적 물자는 검사 조건 하에 통과를 인정하기로 했다.
봉쇄 조치가 발효되자마자 선박 움직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선박 추적 서비스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에서 출발해 중국으로 향하던 말라위 선적 유조선 ‘리치 스타리’와 보츠와나 선적 ‘오스트리아’는 해협에 접근한 직후 방향을 돌렸다. 두 선박 모두 수분 내 회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봉쇄 시행 이전에는 최소 8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다. 이 가운데 이란산 석유 제품을 실은 ‘오로라’, UAE에서 디젤을 적재한 ‘뉴 퓨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장에서는 사실상 통항이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해운 분석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봉쇄 직후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은 사실상 없는 수준으로, 약 800척의 선박이 인근 해역에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절반가량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다.
이번 조치는 약 6주간 이어진 미·이란 간 충돌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된 이후 단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봉쇄를 전격 발표하며 “접근하는 이란 고속정은 즉시 제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은 봉쇄 작전을 위해 15척 이상의 군함을 해협 일대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봉쇄 여파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고, 시장에서는 공급 차질 우려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군사 충돌을 넘어 ‘에너지 전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본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관심은 누가 먼저 해협을 통과할지를 두고 있다”며 “양측이 모두 통제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졌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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