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보다 10원만 비싸도 손님 뚝" 알뜰도 못 버틴다, 주유소 초토화[최고가격제의 역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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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정부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3월13일 첫 시행 이후 약 한 달째, 동네 주유소들이 적자경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유소 유형별로 양상은 다르지만 직영·자영·알뜰 주유소 모두 수익성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알뜰주유소는 정부 지원을 통해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는 구조였지만,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일반 주유소와 가격 차이가 줄어들며 기존 경쟁력이 약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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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장기화 땐 도산·줄폐업
유통망 왜곡·시장 기능 저하
편집자주
미국·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정부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3월13일 첫 시행 이후 약 한 달째, 동네 주유소들이 적자경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냈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기존 유통망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착화된 구조적 비용 때문으로 발생하는 손실과 인위적인 가격 고정으로 인한 시장 기능 마비 등 문제를 진단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모색해본다.
경기 용인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씨는 14일 "다른 주유소보다 10원만 비싸도 손님이 바로 끊겨 하루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면서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에서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어서 남의 일 같지 않다"면서 "판매 가격을 못 올리는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와 인건비는 계속 빠져나가니까 결국 장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장의 비명이 커지는 배경에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장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특히 3차 최고가격 동결로 시장 가격과의 괴리가 더 벌어졌다. 가격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장기화되며 비용과의 괴리가 누적되는 모습이다. 주유소들은 정부의 눈총에 판매가를 억지로 억누르며 '벙어리 냉가슴' 앓듯 적자를 감내하는 실정이다.
주유소 유형별로 양상은 다르지만 직영·자영·알뜰 주유소 모두 수익성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직영주유소는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며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지만 그만큼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다. 자영주유소는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수요 이탈을 직접적으로 겪는다. 알뜰주유소는 정부 지원을 통해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는 구조였지만,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일반 주유소와 가격 차이가 줄어들며 기존 경쟁력이 약화됐다.

서울 성동구에서 직영주유소를 운영하는 이씨는 "아침부터 온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차가 몰리는 날에는 도로와 보행길이 뒤엉켜 위험한 상황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입이 늘어난다고 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는 아니다. 판매가를 낮게 유지하는 탓에 물량이 늘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직영주유소가 정부 압박을 가장 크게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저가 공급' 축이던 알뜰주유소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 지원 정책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해왔던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와 가격 차이가 줄면서 차별성이 약화됐다. 알뜰주유소 운영자들은 전반적으로 지난 2월 대비 손님이 줄면서 매출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광진구에서 알뜰주유소를 관리하는 김모씨는 "단골손님이나 화물차를 모는 고객들까지 전반적으로 요즘 잘 오지를 않으면서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일부 고객들은 알뜰주유소라고 해서 찾아왔는데 직영주유소보다 비싸다면서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 형태로 운영되는 주유소들은 고정비 부담이 더 커서 주변 주유소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폐업하는 주유소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일부 주유소에서는 가격 인상 움직임까지 나타나며 정책 효과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날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2027원, 경기도는 2001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실제 영업이익률이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면서 "주유소를 위한 대책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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