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영혼에 ‘봄’을 선물하세요… ‘마지막 봄’ 붙잡을 영성 스팟들

김아영,양민경,김수연 2026. 4. 1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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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따라 하늘길 따라, 영성을 걷다… ‘원데이 피크닉’ 가이드
아신대 캠퍼스 전경

벚꽃이 꽃비처럼 흩날리며 봄의 절정을 갈무리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봄은 단순한 계절의 순환이 아니다. 죽음을 이기고 새 생명으로 일어선 부활의 메시지가 꽃잎 하나, 새순 하나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교회력으로 부활절부터 성령강림절까지 이어지는 ‘기쁨의 50일’은 그래서 더욱 각별하다. 낙화의 아름다움이 절정인 지금 이 순간, 시간을 내어 도심을 벗어나 보자.

경기도 양평 남한강 변의 신학대학 교정, 가평 산골의 영성센터, 두물머리 인근의 복합 힐링 명소, 그리고 부천과 서울의 봄꽃 명소까지 꽃길을 걸으며 영혼 깊은 곳까지 봄이 스며드는 ‘원데이 영성 피크닉’ 코스로 당신을 초대한다. 기쁨의 50일이 무르익는 이 계절, 꽃비 내리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영혼도 함께 봄을 맞고 있음을 알아채게 될 것이다.

‘마지막 벚꽃’의 위로, 아신대

아신대 캠퍼스 전경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아신대(ACTS) 캠퍼스는 강물과 산 사이에 조용히 펼쳐져 있다. 서울보다 벚꽃이 늦게 만개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곳은, 바쁜 일상에 치여 봄을 미처 누리지 못한 이들에게 ‘마지막 봄의 선물’처럼 다정하게 찾아온다. 정문에서 도서관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은 봄이면 하늘을 가릴 만큼 풍성한 벚꽃 터널을 이룬다. 김상현 기획팀장은 1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학생들에게는 배움의 전당으로 향하는 길목이지만, 방문객들에게는 화려하게 피었다 조용히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창조의 섭리와 생명의 신비를 묵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신대 전경

아신대는 ‘공유하는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담장을 낮춰 지역 사회에 교정을 내어주고 있다. 이 환대의 철학은 주일마다 모새골공동체교회 나들목교회 등 지역 신앙 공동체에 예배당을 내어주는 섬김으로도 이어진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굽이치는 남한강과 벚꽃이 한눈에 담기는 ‘한철하 박사 기념공원(학성공원)’, 낮에는 윤슬이 눈부시고 밤에는 강물에 비친 불빛이 아름다운 본관 앞 잔디밭, 조선에서 순교한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 토마스 선교사 기념비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영적 묵상이 깊어진다. 이 캠퍼스가 건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남들보다 늦게 피어나지만 가장 알맞은 때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벚꽃처럼, 내 삶의 봄이 지연되는 것 같을 때도 하나님의 완벽한 시간표를 신뢰하라는 위로다.

아신대 인근 풍경

아신대를 나서면 양평의 자연이 ‘이동식 기도실’이 돼 준다. 후문을 빠져나오면 남한강 ‘물소리길 2코스’(터널길)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아신역을 지나면 ‘물소리길 3코스’(강변이야기길)로 접어든다. 강변길을 따라 걸으면 수수한 들꽃과 야생화들이 소박하게 피어나는 들꽃수목원에 닿는다. 피크닉의 마지막 종착지는 물안개공원이다. 해 질 무렵 이곳 언덕에 오르면 남한강 위로 붉게 물드는 노을과 어스름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압도적인 평온함을 선사한다. 하루 동안 채워진 영적 여운을 갈무리하며 진정한 쉼(샬롬)을 경험하기에 더없이 좋은 자리다.

필그림하우스 천로역정 순례길

필그림하우스 전경

경기도 가평 북면에는 현대적 기독교 영성센터 ‘필그림하우스’가 자리한다. 필그림하우스에서는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을 순례자라고 부른다. 필그림하우스의 심장부는 존 번연의 고전 ‘천로역정’을 오솔길 위에 펼쳐 놓은 순례 코스다. 진달래와 산벚꽃이 어우러진 봄날의 산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인생의 무게가 고스란히 등짐처럼 어깨를 짓누르는 지점들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순례자는 ‘십자가 언덕’에 이른다. 산들바람 속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는 순간, 이야기 속 크리스천이 등에 진 짐이 굴러 무덤 속으로 사라지듯, 실제 순례자의 마음속 짐도 스르르 풀려 내려간다.

조양석 필그림하우스 팀장은 “봄에는 만물의 소생을 눈으로 목격하고 경험하는 것처럼, 천로역정 순례길을 묵상하며 걷노라면 십자가 언덕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대속의 은혜를 통한 새 생명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필그림하우스 전경

이 순례길은 부활의 신학을 오감으로 체험하게 한다. 성부 하나님의 죄 용서 선포, 성자 하나님의 칭의, 성령 하나님의 인치심까지 삼위 하나님의 구원 사역을 발걸음 하나하나로 새겨가는 길이다. 봄이라는 계절이 이 체험에 한 겹의 깊이를 더한다. 앙상했던 가지마다 새순이 돋고, 겨우내 잠든 것들이 일제히 깨어나는 자연의 부활이 순례자의 내면 부활과 겹쳐지기 때문이다.

필그림하우스 전경

메디타치오채플에서는 하루 세 차례(오전 7시·정오·오후 5시) 삼종 기도가 울린다. 이곳에서는 말씀 묵상과 하나님과의 영적 친밀감을 위한 기도로 침묵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와 영혼의 회복을 경험할 수 있다. 고요한 침묵 가운데 드리는 ‘예수 기도’(“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죄인 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는 복잡한 마음을 맑게 가라앉힌다.

필그림하우스 렉치오디니나 도서관

통성 기도를 원하는 방문객에게는 ‘겟세마네 채플’이, 거룩한 독서를 원하는 이에게는 ‘렉치오디비나 도서관’이 열려 있다. 순례길 중간 ‘미궁 카페’에서 차 한 잔 들고, 임마누엘 테라스에서 건너편 능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될 것이다. 수덕산 연인산 명지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필그림하우스는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조용히 경험할 수 있다.

순례를 마친 뒤에는 인근 명지산으로 발길을 이어도 좋다. 길이 70m, 높이 26m의 하늘다리와 길이 38m, 높이 10m의 구름다리를 건너며 명지폭포의 물줄기를 조망하는 경험은 덤이다. 황토길과 1.2km 데크로드가 조성돼 있어 안전한 산행이 가능하다. 가평 읍내로 나오면 매년 5월과 10월 두 차례 열리는 자라섬 꽃 페스타와 북한강 경관이 기다린다. 경춘선 전철로도 접근 가능해 차가 없어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주기도문 한 소절씩, 하이패밀리 영성길

하이패밀리

두물머리로 유명한 경기도 양평에는 자연과 문화, 쉼과 묵상이 한 곳에 어우러진 복합 힐링 명소 ‘하이패밀리’가 있다. 이곳의 대표 코스는 ‘주기도문 영성길’. 약 2.1km 산길을 따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하는 주기도문을 열 가지 주제로 묵상하며 걷도록 설계됐다. 해설과 함께 걸을 수도 있고, 오직 침묵 기도 가운데 걸을 수도 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에서 꽃과 나무, 봄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주기도문을 한 소절씩 새겨가노라면, 어느 순간 기도가 설명이 아닌 숨쉬기처럼 자연스러워진다.

케이바이블

코스 중심에는 길이 83m에 달하는 스테인리스 성경 조형물 ‘케이바이블(K-Bible)’이 자리한다. 국내 자연 속에 설치된 대형 성경 조형물로는 보기 드문 형태다. 산을 오르지 않아도 되는 방문객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형교회로 알려진 ‘청란교회’도 언제나 열려 있다. 원형 구조의 소박한 예배당은 하나님과 사람, 공동체의 연결을 상징한다. 교회 앞 ‘바람의 언덕’ 잔디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누우면 봄 하늘이 가득 들어온다. 숲속 쉼터 ‘휴심정’에서는 차 한 잔과 함께 사색에 잠길 수 있다.

하이패밀리를 나서며 들를 만한 곳도 넉넉하다. 소설 ‘소나기’를 테마로 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연꽃 정원으로 유명한 세미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지척에 있다. 국내 유일 문학 전문 박물관인 잔아문학박물관에서는 세계 문호와 국내 문인들의 테라코타 흉상과 육필 원고를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집’을 콘셉트로 한 생활형 미술관 구하우스 미술관은 10개 전시 공간에서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400여점의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자연과 문화와 영성이 한 동선 안에 담기는 양평 코스까지 ‘영성 피크닉’이라는 이름값을 가장 풍성하게 채우는 여정이다.

꽃비 내리는 신학 캠퍼스 걷다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 캠퍼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의 교사들과 그 위를 수놓은 화려한 벚꽃의 조화다. 특히 백주년기념관에서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벚꽃길은 기독교 대학 특유의 평온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벚꽃 잎이 꽃비처럼 내리는 교정 언덕을 오르며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짧은 순례가 된다.
[부천=뉴시스]

학교를 내려와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원미산 진달래 동산으로 향하면 영성 피크닉의 절정을 맛볼 수 있다. 산 전체를 분홍빛으로 물들인 진달래 군락은 겨울의 죽음을 뚫고 피어난 ‘부활의 생명력’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웅변한다. 정돈된 교정의 벚꽃이 차분한 묵상을 선사한다면, 원미산의 진달래는 생명의 환희를 노래한다.

굳이 먼 길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출발하는 ‘워커힐길’은 서울시가 선정한 ‘아름다운 봄 꽃길 175선’에 이름을 올린 벚꽃 명소다. 장신대 교정에서 워커힐 아파트를 지나 그랜드 워커힐 서울까지 이어지는 이 길에서는 왕벚꽃이 터널을 이루는 장관이 펼쳐진다. 한강을 내려다보며 꽃길을 걷는 경험은 서울에서도 손꼽힌다. 장신대 북문 인근 2020년 재개관한 장로회신학대학교 역사박물관에서는 꽃구경 길에 한국 기독교의 뿌리도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다. 관람은 월~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단체 관람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서울=뉴시스]

영등포 윤중로 일대는 ‘전통의 벚꽃 명소’다. 매년 여의도 봄꽃축제가 펼쳐지는 이 길은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일대와 맞닿아 있어 주말이면 꽃놀이 나온 시민들로 활기가 넘친다. 윤중로와 이어지는 여의도 한강공원 벚꽃길 역시 서울시 아름다운 봄 꽃길 175선에 포함됐다. 밤이 되면 조명을 받은 꽃잎이 한강 수면 위로 흩날리는 야경이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부활의 빛이 세상에 번져나가는 이미지와 닮은 그 풍경은, 기쁨의 50일을 마음에 새기며 걷는 발걸음에 감사의 무게를 더해 준다.

김아영 양민경 김수연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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