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 할 이유’가 된 뷰티 업계 ‘캐릭터 굿즈’ 전쟁 [비크닉]

유지연 2026. 4.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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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없이는 안 팔려"
클린 지고 '공주풍' 귀환
굿즈로 1020세대 공략

" “캐릭터 굿즈(증정품) 없이는 안된다.” "
요즘 뷰티 업계서 나오는 말이다. 한참 한정판·협업에 열중했던 화장품 시장이 최근에는 굿즈 전쟁 중이다. 립스틱과 쿠션 팩트를 사면 키링을 증정하고, 수분 크림에 캐릭터 파우치가 딸려 온다. 한정판 굿즈로 시선을 끌고 SNS 바이럴(입소문)까지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최근 뷰티 업계에서 캐릭터 IP와 협업해 출시된 제품들 모음.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재현했다. 사진 제미나이

무엇보다 뷰티 시장의 주요 소비자가 10~20대로 한층 젊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의 취향에 맞춰 패키지마저 단순함을 추구했던 ‘클린 뷰티(Clean Beauty)’가 지고, 다시 공주풍·키치(B급)함으로 트렌드가 회귀하고 있다.


몬치치부터 키티까지, 귀여워야 팔린다


13일 찾은 서울 명동의 뷰티&헬스 스토어 올리브영.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주요 매대가 캐릭터와 협업한 제품들로 채워져 있다. 색조 브랜드 웨이크메이크의 헬로키티 컬렉션, 어뮤즈의 몬치치 컬렉션이 그것. 바로 오른쪽에는 오랜만에 공주 콘셉트를 들고나온 색조 브랜드 에뛰드의 ‘핑크나라 뛰드 공주’가 자리했다.
13일 찾은 서울 명동의 올리브영 매장 모습. 캐릭터 콜라보 제품과 증정품을 내세운 브랜드가 전면에 진열돼 있다. 굿즈 열풍을 보여준다. 유지연 기자
이들의 공통점은 언뜻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현란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패키지, 해당 콘셉트를 적용한 전용 굿즈다. 웨이크메이크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헬로키티 캐릭터가 새겨진 키링이나 파우치, 가방 등을 증정한다. 어뮤즈 역시 몬치치 캐릭터를 입힌 헤어핀이나 스티커, 사진을 넣을 수 있는 키링 등을 증정한다.

뷰티 업계 캐릭터 협업은 이미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다. 지난달 색조 브랜드 롬앤은 미피 캐릭터를 더한 문방구 컬렉션을, 에뛰드는 캐릭터 ‘가나디’와 협업해 뷰티 고민 상담소 컬렉션을 출시했다. 아예 유통 플랫폼 전체가 캐릭터 협업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2월 올리브영은 한 달간 캐릭터 ‘망그러진 곰’과 협업해 21개 브랜드 119종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역시 담요나 파우치 등 한정판 굿즈를 증정했다.


협업의 일상화, 더 정교해졌다


물론 뷰티 업계의 캐릭터 협업은 과거에도 있었다. 주로 디즈니·마블 등 인지도가 높은 유명 IP(지식 재산권)를 활용해 신선함이 떨어진 기존 제품의 패키지를 바꿔 새로움을 주는 용도로 활용됐다.
단순히 캐릭터를 빌려오는 것을 넘어, 캐릭터와 함께 스토리와 콘셉트를 만들어 브랜드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 각 브랜드

최근에는 이런 협업이 일상화되면서 한층 고도화하는 모양새다. 단순히 제품 패키지만 바꿔 출시하는 형태가 아니라, 캐릭터가 가진 감성을 브랜드에 녹여 하나의 세계관, 즐길거리를 만드는 형태다. 어뮤즈가 몬치치 캐릭터를 활용해 가차(게임·뽑기)샵 콘셉트를 차용하고, 에뛰드가 가나디 캐릭터를 가져와 고민 상담소를, 롬앤이 미피로 문방구를 열었듯이 말이다. 전용 굿즈를 더하고 관련 캐릭터를 대대적으로 활용한 오프라인 팝업을 여는 등 캐릭터 활용 마케팅 방식이 한층 입체적으로 변모했다.


‘틱톡’형 브랜드만 살아남는다


뷰티 업계 캐릭터 협업, 굿즈 증정 등 최근 흐름은 뷰티 마케팅의 주도권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완전히 옮겨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력이나 기능을 소구하기보다, 우선 사진을 찍고 올리기 좋은 화려한 패키지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특별한 광고 없이도, 패키지 자체가 틱톡·인스타그램을 돌면서 광고 효과를 내는 셈이다. 어뮤즈 브랜드 담당자는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1020 등 젠Z 세대에게 캐릭터 굿즈는 ‘한정판 소유’라는 심리적 만족감을 주고, SNS에 자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매력적 콘텐트라는 점에서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1020에게 캐릭터 협업 제품과 굿즈는 한정판 소유라는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 업계에서는 제품 차별화가 거의 불가능해진 요즘, 캐릭터 협업과 굿즈 증정이 유일한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쿠션이나 틴트, 앰플 등 기존 제품과 기능의 차이를 완벽하게 벌리는 신제품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에 캐릭터 협업으로 신선함을 주고, 해당 캐릭터가 새겨진 증정품으로 구매 동기를 자극한다는 얘기다.
무신사에서 단독으로 출시한 아이소이와 베티붑 협업 제품. 사진 아이소이 홈페이지

뷰티 유통 플랫폼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캐릭터 협업의 범람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올리브영과 무신사, 에이블리, 다이소 등 뷰티 제품을 취급하는 플랫폼이 늘면서, 플랫폼별 차별화 포인트로 협업 및 한정판 전략이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는 캐릭터 베티를 활용한 베티붐 컬렉션을 무신사에서 단독으로 출시했다.


1020으로 시장 주도권 옮겨가


올리브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월에도 '망그러진 곰' 캐릭터를 활용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이어갔다. 사진 올리브영
무엇보다 이런 변화는 뷰티 시장의 핵심 고객이 1020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다양한 ‘숏폼’ 환경에 노출된 1020이 가장 자주, 많이 소비하는 카테고리로 화장품 등 뷰티 제품이 떠오르면서 이들을 겨냥한 제품이 대거 등장한 셈이다. 이들은 성분이나 기능보다 색감, 향, 패키지 등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요소에 반응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진행된 올리브영의 ‘산리오 캐릭터즈’ 협업 기간 동안 10대 고객 매출은 전년 대비 60.6% 늘었다.

외국인 등 신규 고객 유입에도 캐릭터 굿즈 전략이 통하고 있다.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기념품으로 사갈 만한 뷰티 제품을 고르면서 친숙한 캐릭터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다. 캐릭터가 새겨진 귀여운 상품은 선물용으로도 환영받는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산리오 협업 기간 중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에뛰드는 지난 1일 핑크빛 공주 감성을 강화한 '핑크나라 뛰드공주' 컬렉션을 출시했다. 사진 에뛰드

전반적 뷰티 업계 트렌드 변화도 감지된다. 단순함, 간결함을 추구했던 ‘클린뷰티’ 트렌드가 지고 공주풍의 화려한 제품 패키지, 키치한 감성의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한동안 ‘공주님’ 콘셉트를 버렸던 에뛰드가 다시 핑크빛 공주 감성을 강화한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 이유다. 최근 중국 브랜드로 화제가된 플라워노즈 등 전반적으로 화려한 패키지의 제품이 돌아오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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