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조희대 대법원'이 틀렸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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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03-09 |
| ⓒ 연합뉴스 |
헌재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재판소원제 시행 후 190건이 넘는 재판소원 청구를 사전심사했지만 전부 탈락했습니다. 사전심사를 통과한 사건에 대해서만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가 재판 취소 여부를 본격심리하는데, 본안에 올라간 사건이 아직 한 건도 없습니다. 기각 사유 대부분은 기준 미달로, 법원의 사실 인정이나 법리 오해, 단순한 재판불복은 심사에서 제외됐습니다. 헌재는 재판소원은 대법 판결의 상급심인 '4심'이 아니므로 기준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헌재의 이런 결정은 그간 법원이 제기한 논리가 얼마나 궁색한지를 보여줍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국민이 소송 지옥에 빠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소원 사유가 추상적이어서 패소한 당사자들이 기본권 침해를 내걸어 재판소원을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헌재가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고 후속 재판이 이어지면서 소송 기간이 장기화되고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전국 법원장들도 회의를 열고 '국민 피해' '사회적 손실' 운운하며 예전의 레퍼토리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터무니 없는 공포 조장으로 드러났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여론을 호도함으로써 재판소원을 거부하려는 꼼수였던 셈입니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에 앞서 재판소원을 신중히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혔습니다. "헌재가 37년 동안 경험을 통해 헌법소원 제도에 대한 여러 심사 기준을 확립하고 있다"며 "헌재 재판부는 여러 심사 기준을 적용해 어렵지 않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한 달 간의 결정을 통해 헌재의 설명이 타당성이 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법원의 주장이 기우로 드러나면서 대법원이 재판소원에 강하게 반대했던 이유가 결국 위상 저하를 우려해서였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사실상의 '4심제'라는 점을 강조해왔는데, '최고 법원'으로서 대법원의 위상과 권위가 흔들릴 것을 걱정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당시 대법원이 헌재를 '정치적인 재판기관'이라고 비하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것도 이를 보여줍니다. 심지어 헌법재판관과 연구관 출신 '전관'들이 변호사 시장을 장악하게 될 거라는 마타도어식 주장을 내놓았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법왜곡죄, 수사 기관 신중한 입장으로 큰 혼란 없을 듯
재판소원과 함께 도입된 법왜곡죄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과 공수처 등에 법관과 검사 등 90여명이 고발됐지만 아직 결론난 사건은 한 건도 없습니다. 시행 초기라 다수의 고발이 접수됐지만 우려했던 혼란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수사 기관들은 수사 착수 기준과 원칙을 놓고 여러 전문가 자문을 듣는 등 신중한 입장입니다. 경찰 안팎에선 사실상 소급 적용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당장 수사에 착수할 사건은 거의 없을 거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법왜곡죄 도입의 취지가 판검사들이 스스로 권력 남용을 자제하게 만드는 예방적 효과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애초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재판소원·법왜곡죄·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3법' 도입은 전적으로 법원이 자초한 것입니다. 내란 세력 단죄에 소홀한 채 기득권 수호에만 골몰하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표출입니다. 그동안 온갖 '우려'와 '부작용'을 나열하며 법원 개혁에 반대한 것도 허상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조 대법원장은 13일 올해 첫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해 "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법률 시행으로 법관들이 느끼는 우려가 크다"며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제라도 사법부는 국민이 왜 등을 돌렸는지 철저히 성찰하고 공정한 재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게 합당합니다. 더 이상 독립성을 방패로 책임을 회피하는 건 용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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