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HER2-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 급여 공백…“환자 접근성 높여야”

신대현 2026. 4.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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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지난 2023년 3월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라는 의사의 한마디가 최지연(45·가명·충남 보령)씨의 삶의 방향을 바꿨다. 최씨는 곧장 인천 가천대 길병원으로 향했고,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진단 당시 이미 암은 뼈로 전이된 상태였다. 그는 무너지지 않으려 애썼다. 가족력이 있던 터라 크게 낙담하지 않았고, 가족들 역시 자신 앞에선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치료받았다.

치료는 쉼 없이 이어졌다. 진단 직후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같은 해 8월 유방전절제 수술을 받았다. CDK4/6 억제제를 사용했는데 약 1년 만에 내성이 생겨 치료제를 바꿔야 했다. 이후 약 6개월간 임상시험 중이던 치료제를 복용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렇게 선택하게 된 약이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 ‘티루캡’(성분명 카피바설팁)이었다. 그는 티루캡을 약 1년 2개월, 총 14회차까지 복용한 뒤 현재는 ‘카페시타빈’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치료는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시간’에 가깝다. 최씨 역시 완치보다는 유지의 의미로 치료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뼈 전이가 된 후에는 평생 치료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완치를 기대하기보다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자는 마음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약을 바꿔야 하는 순간마다 찾아오는 ‘현실의 벽’이다. 최씨는 “약 1년 정도 지나 약물에 내성이 생기면 다음 치료를 고민해야 하는데, 선택지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다”라며 “결국 비용 부담이 큰 비급여 항암제를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치료를 오래 버텨야 하는 병일수록 다음 선택지가 충분해야 하지만, 실제 환자가 체감하는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는 것이다.

티루캡 치료를 시작한 뒤에는 부작용이 없지는 않았다. 발진이 생겼고, 설사도 겪었다. 하지만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 큰 부담은 부작용보다 비용이었다. 치료를 시작할지 고민이 들 정도로 비용 부담이 컸다. 실손보험이 있어도 면책기간에는 청구가 어려워 실제 체감 부담은 더 무거웠다. 최씨는 “처음에는 7~8회차 정도를 예상하고 시작했는데, 효과가 좋아 14회차까지 치료를 이어갔다”며 “효과가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인데, 그만큼 비용 부담도 길어졌다”고 털어놨다.

회차당 수백만원에 가까운 비용은 환자 개인이 감당하기엔 결코 가볍지 않다. 최씨는 “티루캡 치료를 통해 전반적으로 큰 무리 없이 편안한 일상생활이 가능했다”며 “비용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급여 적용이 보다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방암 원격 전이 5년 생존율 50.4%

전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HR+(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상당수는 1차 치료 후 실패해 약 50%는 진단 후 5년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2차 치료 옵션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내분비요법의 이점을 확장한 동시에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티루캡’이 등장했지만, 허가 후 약 2년이 흐른 지금까지 비급여로 남아 있다. 환자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주환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쿠키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박주환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급여 항암제를 사용하는 환자들 중에 비용 부담으로 투약을 중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사이 질병이 진행된 환자를 마주할 때면 약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방암은 조기 단계에서 5년 전체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예후가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으나, 원격 전이 단계에선 5년 생존율이 50.4%로 급격히 낮아진다. 이 중 HR+/HER2- 유방암 환자 중 약 50%에서 PIK3CA·AKT1·PTEN 유전자 변이가 동반되는데, PIK3CA·AKT1 변이는 암세포의 성장과 생존 신호를 과도하게 활성화하고, PTEN 소실은 이를 억제하는 기능을 상실시킨다. 이로 인해 종양 증식을 제어해야 할 신호 조절 체계가 붕괴되며 질병 진행 위험이 높아지고, 내분비 치료 반응 저하와 내성 증가 등 예후가 불량해진다.

HR+/HER2- 유방암 1차 치료는 CDK4/6 억제제±내분비요법으로 표준화돼 있으나, 내성 등으로 인해 1차 치료에서 번번이 실패한다. CDK4/6 억제제 치료 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는 유전자 변이 여부, 치료 접근성, 급여 기준 등으로 인해 적용 가능한 2차 치료 옵션도 제한적이다.

박 교수는 “1차 치료를 약 2년 정도 지속하면 내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이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서 치료가 어렵게 된다”며 “이 경우 내분비요법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으로, 보통 3~4개월 정도에서 길어도 6개월 미만의 효과를 보여 이들 환자에서 선택 가능한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이 등장했지만, 고가의 치료제라는 한계가 있다. ADC나 세포독성 항암제의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티루캡 병용요법, 폐경 전 환자 새 치료 옵션”

이런 상황에서 떠오른 게 티루캡 병용요법이다. 티루캡은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해 CDK4/6 억제제±내분비요법 치료 경험이 있는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내분비요법 기반 치료의 이점을 확장하면서 3상 임상으로 유효성을 입증한 최초이자 유일한 AKT 억제제다. 국내에선 지난 2024년 4월 허가받아 9월 출시됐다. 티루캡 병용요법은 풀베스트란트 단독요법 대비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약 2.5배 연장했으며,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0% 유의하게 감소시켰다(95% CI:0.38-0.65; P<0.001).

박 교수는 “폐경환자의 경우 기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으나, 폐경 전 환자가 동일한 치료를 받기 위해선 약물로 폐경을 유도하거나 난소절제술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치료 접근성이 낮은 한계가 있었다”며 “티루캡의 등장으로 약 45%를 차지하는 폐경 전 환자에서도 적용 가능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마련됐다”고 짚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CAPltello-291’ 연구에선 당화혈색소(HbA1c) 8% 미만의 환자(이미 당뇨가 있어도 인슐린을 사용하지 않는 환자)까지 등록해 치료 가능한 환자 범위를 넓혔다. 티루캡은 고혈당 발생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3등급 이상의 고혈당증 발생률은 약 2.3% 수준이었다.

박 교수는 “일부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측면은 존재하지만, 고혈당증이나 구내염과 같은 부담이 큰 이상반응 발생률은 기존 치료제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이런 점에서 티루캡은 치료를 지속하면서 사회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치료 옵션이다”라고 평가했다.

‘GIFT’ 지정됐지만…허가 2년 후에도 ‘비급여’

최신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선 PIK3CA·AKT1·PTEN 유전자 변이가 있는 HR+/HER2- 유방암 2차 치료에서 티루캡 병용요법을 ‘카테고리1’로 권고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선 급여도 받고 있다. 국내에선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제도 8호로 지정돼 혁신성을 인정받았으나, 허가 후 약 2년이 흘렀음에도 급여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박 교수는 “몇백만 원에 달하는 치료 비용을 매달 감당하는 것은 환자에게 큰 부담”이라며 “실손보험이 있는 경우 티루캡 치료를 유지하는 환자도 있으나, 그마저도 면책기간에는 치료를 중단한 채 질병이 진행되지 않기를 기대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 접근성 향상 필요성도 제시됐다. NGS 검사는 여러 유전자 변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 등의 한계로 실제 임상 현장에선 초기 치료 단계에서의 활용이 제한적이다. 지난 2017년 NGS 검사는 조건부 선별급여를 적용받아 본인부담률이 50%였다. 이후 2023년 말부터 비소세포폐암 중 선암은 본인부담률이 50%로 유지되고,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암종은 80%로 상향 조정됐다.

박 교수는 “최근 AKT1, PIK3CA 변이 관련 표적항암제가 점차 1차 치료로 이동하는 흐름에 따라 향후엔 NGS 검사 역시 1차 치료 이전 단계에서 시행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검사 금액이 부담스럽더라도 이후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가 급여로 연결된다면 환자들이 검사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신약뿐만 아니라 환자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박 교수는 희망을 잃지 않고 치료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점차 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좋은 치료제들도 계속 나오고 있다”며 “빠르면 3년 뒤 또 어떤 좋은 약제가 나올지 모르니 희망을 잃지 말고 치료를 잘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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