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막힐라"…글로벌 항공유 대란 조짐, 한국은 괜찮을까

정진주 2026. 4. 14.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럽 공항업계 "3주 내 구조적 부족" 경고…항공유 확보 비상
한국은 정유 인프라로 당장 공급 차질 제한적…원유 수급이 최대 변수
글로벌 급유망 흔들리면 국내 항공사도 직격탄…유가·해외 급유 이중 부담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며 유럽과 한국의 항공유 리스크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정유 인프라 축소로 인해 구조적인 제품 고갈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 반면, 한국은 정유사의 원활한 생산을 통해 국내 수급은 안정적인 모습이다. 다만 항공업계에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이익 급감과 일부 해외 노선의 급유 차질을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로 안게 됐다.

14일 BBC,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지부 올리비에 얀코벡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연합(EU) 에너지와 관광 담당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유럽발 항공유 대란을 경고했다.

얀코벡 사무총장은 현재로서는 3주 안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안정적인 방식으로 재개되지 않을 경우 구조적인 항공유 부족 사태가 EU에서 현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환경 규제 강화와 탄소중립 흐름 속에 역내 정유 시설을 지속적으로 줄여왔으며 이로 인해 항공유 수요의 60% 이상을 중동 지역 수입 제품에 의존해 왔다. 제품을 직접 생산할 인프라가 약해진 상태에서 완제품의 주요 공급 항로가 막히자 가격 폭등을 넘어 제품 고갈 우려가 커졌다.

반면 한국은 원유를 들여와 국내 정유시설에서 항공유와 휘발유, 경유 등을 직접 생산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약 684억 달러어치의 원유를 들여왔고 휘발유와 항공유 등을 포함한 석유제품 수출 규모는 407억 달러에 달했다.

이로 인해 정유업계는 현재까지 국내 항공유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항공유 공급에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격이나 물량보다 결국 원료가 제대로 들어오는지가 가장 큰 이슈"라고 말했다. 중동산 원유는 항공유 생산에 상대적으로 최적화돼 있지만 미국산 경질유 등 대체 원유는 더 가벼운 제품 비중이 높아질 수 있어 원유 도입선 변화가 길어질 경우 항공유 생산 여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항공유 생산량의 약 4분의3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 도입이 급격히 축소되지 않는 한 국내에서 항공유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항공유 생산량은 1억4500만 배럴이었고 이 중 내수는 3900만 배럴, 국제 벙커링은 1700만 배럴, 직수출은 9300만 배럴 수준으로 수출 비중이 매우 큰 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항공업계가 받는 충격은 정유업계와 결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들은 국내 정유사 공급에 당장 차질이 없더라도 고유가와 항공유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직접 떠안고 있다. 항공유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비용이다.

대한항공은 연간 유류 소모량이 약 3050만 배럴에 달해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약 3050만달러, 약 4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실제 대한항공의 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편도 기준 최소 4만2000원에서 최대 30만3000원으로 뛰었고 국내선 유류할증료도 5월 3만4100원으로 인상됐다.

국내 항공업계는 국내 급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국제선은 해외 공항에서도 급유해야 하는 만큼 현지 급유 사정이 악화하면 국내 항공사도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에서는 현지 급유 불안에 대비해 한국에서 복편 연료까지 미리 채워가는 탱커링(Tankering)을 일부 노선에서 이미 시행하며 비상 대응에 나선 상태다. 다만 이 역시 단거리 노선에서는 가능하지만 장거리 노선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정부도 이미 중동산 원유 차질에 대비해 4월분 대체 원유 5000만 배럴과 5월분 6000만 배럴 확보 방침을 밝힌 상태다.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공급망 상황과 별개로 글로벌 수급 불균형에 따른 연쇄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 현지 급유 사정도 함께 반영해야 하는 만큼 결국 국내외 양쪽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수급이 안정적이더라도 해외에서 급유를 받지 못하면 운항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글로벌 정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처럼 현지 급유가 어려워 운항 취소 사례가 나온 곳도 있는 만큼 해외 수급 불안이 국내 항공업계에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럽 항공유 가격은 최근 t당 1838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란 전쟁 개전 전 800달러대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