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개발하다 멈춘 ‘기생충’ 그 동네, 서울시∙SH가 깨운다

서울시가 민간 정비사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전면에 내세운 ‘서울형 공공참여 주택사업’을 도입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업성 부족이나 주민 갈등에 막혀 멈춰 선 정비사업을 공공이 직접 풀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SH의 역할 확대다. SH는 단순 시행자를 넘어 사업 촉진과 갈등 조정까지 맡는다. SH가 추진 중인 공공재개발에선 그간 정부 규제로 이주비 대출이 어려웠던 조합원 세대에 최대 3억원(LTV 40%)의 융자를 지원한다. 월 800만원 수준이던 (초기)주민준비위원회 운영비도 1200만원으로 늘렸다. 초기 준비위는 정비구역 지정과 사업 추진을 이끄는 주민 조직이다. 정비사업 중요철자 중 하나인 관리처분계획 검증도 SH가 직접 맡는다. 한국부동산원 검증보다 기간은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되고, 2000만~6000만원에 달하던 비용도 없앴다.
우선 지원 대상은 마포구 아현1구역 등 공공재개발 대상지 13곳이다. 영화 ‘기생충’ 촬영지로 잘 알려진 아현1구역은 반지하 주택이 밀집해 있다. 신촌로와 만리재로 사이 역세권에 있으나 노후도가 84%에 달한다. 서울시와 SH는 이 외에도 사업성이 낮거나 주민 갈등으로 지연된 구역을 중심으로 신규 대상지를 지속해서 발굴할 계획이다.
노후 저층 주거지를 묶어 개발하는 132곳 모아타운은 ‘양적 확대’에서 ‘속도 관리’로 방향을 틀었다. SH 참여형 공공 모아타운으로 전환할 경우 구역 면적을 넓히고 공사비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밖에 SH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중심으로 추진 중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에도 참여한다. SH는 주민들이 민감해하는 추정 분담금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허가 절차를 효율화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의 속도에 공공의 책임을 더해 체감 가능한 변화를 만들겠다”며 “공공이 갈등 중재와 사업 촉진을 맡아 사각지대를 메워 어느 지역도 뒤처지지 않고, 어느 시민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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