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선 “부모 체포 순간부터 아이 보호”…韓은 사각지대 여전 [부모 형벌 나눠 지는 자녀]

김예정, 임성빈, 오삼권 2026. 4. 1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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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자녀들에 대한 정서적·경제적 지원은 부모의 재범이나 아이들의 비행 등을 예방할 수 효과적인 수단이자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국내에선 제도적 토대가 완전히 자리잡지 않았다. 반면 미국·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이미 부모의 체포 단계부터 출소까지 이어지는 국가 차원의 통합 지원체계를 마련해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한국 정부에 수용자 자녀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한국 정부의 유엔아동권리협약 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를 통해서다. 미키코 오타니 당시 유엔아동권리위원장은 ▶구금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대체 양육과 부모와의 관계 유지 보장 ▶수감 결정 시 아동의 최선의 이익 우선 고려 ▶가택감금 등 비구금형 대안 우선 검토 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데이터 구축과 판사의 사전 평가, 아동 친화적 접견시설 마련, 경제적 지원 체계 등이 필요하다고도 짚었다.

권고 이후 국내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법무부는 2021년 전국 53개 교정시설에 아동친화적 가족접견실을 설치했고, 2022년 서울·대구·대전·광주 등 4개 지방교정청에 ‘위기 수용자 자녀 지원팀’을 신설했다.

그러나 최근 울산 일가족 사망 사건에서 드러났듯, 체포·구속 단계에서 자녀 존재를 파악하거나 지자체와 연계하는 초기 대응 체계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수용자 자녀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직권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슈베비슈 그뮌트 교도소에는 여성 수용자와 자녀가 함께 수용될 수 있는 별채가 마련돼있다. 사진 슈베비슈 그뮌트 교도소 홈페이지


독일은 수용자 자녀 보호를 시혜적 복지가 아닌 아동의 기본권 보장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부모의 수용으로 자녀가 사회적 낙인과 빈곤, 심리적 불안정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 지역마다 설치된 아동·청소년 보호기관 유겐트암트(Jugendamt)가 체포 단계부터 아동의 안전을 확인한다. 자녀가 있는 부모가 체포돼 구금되면 유겐트암트는 우선 양육권자 중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어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지 살피고, 양육권자가 없거나 양육 능력이 없는 경우 조부모·위탁가정 등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이후엔 학교·교정시설·지역복지기관이 협력해 아동을 관리한다. 디아코니에(Diakonie)와 같은 민간 복지단체가 교정시설과 제도적으로 연계돼 가족 상담, 부모 교육, 자녀 심리 치료, 면회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수용자 부모와 자녀 간 관계 유지도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자녀가 수감된 부모를 정기적으로 방문할 권리가 인정되며, 방문 일정은 학업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조정된다. 교정시설 내 사회복지사들이 수용자와 자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도우며 소년국, 외부 민간 복지 단체 등과 협력한다. 장시간 특별면회와 전화·화상 면회가 가능하고, 일부 시설에서는 영유아 자녀를 3세 또는 6세까지 동반 수용하는 제도도 운용된다. 강경래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독일은 면회 과정에서 부모에게 사복을 허용하거나 교도관이 명령을 내리지 않도록 하는 등 아동의 심리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국내에서도 아동 중심의 세심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도 경찰·검찰·아동복지기관·교정기관이 체포부터 구속·재판·수감·출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자녀 정보를 공유하고 단계별 보호 조치를 연계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미성년 자녀 존재를 확인하면 즉시 아동보호국(CPS)에 통보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국 오리건주의 ‘수용자 자녀 권리장전’과 같이 수용자 자녀들의 권리를 명시하고 보장하는 제도가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예정·임성빈·오삼권 기자 kim.ye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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