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사람 보는 청빙 필패” 인품·도덕성·가능성 기준 삼아야

박효진,장창일 2026. 4. 14.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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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
새로고침(F1)-영적 지도력(Fatherhood)
<3> 채용이 된 청빙, 바꿔야 한다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더 그레버의 ‘기도하는 다윗 왕’ 작품. 다윗은 그 중심을 보신 하나님의 선택에 의해 후계자로 기름 부음을 받았다. 성 카타리나 수도원 미술관 소장


“목회자 가정이 건강하고 화목한지, 교회 공동체의 분위기와 잘 맞는지 확인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청빙 때 사모 이력서까지 제출하는 건 좀 의아했습니다.”

지난해 교인 200여명 교회에 부임한 A목사는 청빙 과정에서 사모 이력서까지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이런 관행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은 그는 1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하물며 사회에서도 배우자 이력을 궁금해하지 않는다”며 “목회자의 부르심과 사역을 판단하는 기준이 배우자 스펙으로까지 확대되는 건 교회 본질과도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경기도의 B교회는 청빙 과정에서 소속 교단의 유력한 장로 아들을 담임목사로 선택했다. 아버지의 후광이 청빙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높게 평가된 것이다. 하지만 이 목사는 위임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사임했다. 이 교회는 다시 담임목사 청빙을 진행해야만 했다.

겉모습을 중심으로 한 청빙이 자리 잡은 시대, 성경은 우리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성경에는 외적 화려함에서 내면의 깊이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역사가 담겨 있다.

구약 시대 사역자가 제사장 혈통이라는 ‘외적 의복’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면 신약으로 넘어올수록 인격과 영성 즉 말씀으로 빚어진 ‘내면의 진실함’을 요구하는 쪽으로 변했다.

사도 바울은 교회 지도자를 세울 때 가문이나 학벌 같은 외적 형식을 강조하지 않았다. 대신 “감독은 책망할 것이 없으며 절제하며 신중하며 단정하며”(딤전 3:2)라면서 인격과 성품을 지도자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는 교회 지도자가 혈통이나 배경이 아니라 영적 성숙을 통해 세워지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차준희 한세대 구약학 교수는 “성경은 지도자를 세울 때 드러난 요건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과 삶의 이야기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약에서도 외적인 조건을 보고 세운 첫 왕 사울은 결국 실패했다”며 “반면 다윗은 왕의 혈통도 아니었지만 하나님이 사무엘을 통해 ‘그 중심을 보신다’고 하신 것처럼 마음이 합한 사람으로 세워졌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또 “성경은 어떤 자격을 갖췄느냐보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인품을 지녔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학위나 경력은 이력서에 적는 요건일 뿐, 하나님이 보시는 기준은 인격과 하나님과의 관계이며 신약에서도 교회 지도자의 기준은 ‘책망할 것이 없는 삶’과 성품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은 이미 만들어진 사람을 선택하려 하지만 하나님은 부르신 사람을 만들어 가신다”며 “교회 역시 이력서보다 인품과 도덕성, 하나님 앞에서의 부르심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함께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빙 현장은 여전히 학벌과 배경이라는 굴레에 갇혀 있지만, 정작 교인들의 눈높이는 이미 본질을 향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인들은 목회자 청빙의 핵심으로 학력(2%)이나 경력(4%)보다 인품과 도덕성(54%·1~2순위 합산)을 지목했다.

교인들의 시선이 더 이상 목회자의 화려한 겉모습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목회자의 외적인 부분에만 집중해 청빙하면 결국 리더십 승계 실패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전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류영모 한소망교회 원로목사는 “누구든 후임 목사만 세우면 리더십 승계가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뿌리 깊은 오해”라며 “설교 몇 번, 이력서 한 장 보고 결정하는 청빙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류 목사는 2024년 12월 은퇴하기까지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공동체 전체의 승계’를 몸소 실천했다. 후임 최봉규 목사와 21개월 동안 동사 목회를 하며 사역 전반을 공유했고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승계 과정을 교인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그는 “승계란 교회의 역사와 비전을 잇는 작업이기에 충분한 시간은 물론 전문가 그룹의 정밀 검토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다수결 투표보다 ‘동의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을 뽑듯 결정하면 승계 초기부터 분열의 씨앗이 되지만, 긴 동사 목회를 통해 교인들의 진심 어린 동의를 구하면 건강한 비전 계승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류 목사는 성숙한 공동체가 좋은 리더를 모실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청빙은 단순히 목회자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성숙도를 확인하는 시험대”라며 “공동체가 새 리더십과 함께 신앙생활을 해나갈 길을 미리 정교하게 닦아두는 것, 그것이 가장 건강한 승계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효진 장창일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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