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식단만으론 어렵다” 고도비만 극복한 의사의 고백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장형우 교수는 그 벽을 몸소 체험한 의사다. 인생 대부분을 고도비만 환자로 지내며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식이요법, 운동, 비만대사수술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매번 실패로 끝났다. 어렵게 체중을 감량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원점으로 되돌아 가는 한계에 부딪히면서 그는 기존 방법만으로는 비만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후 약물치료를 선택했고,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효과를 봤다. 그리고 그 경험을 비만을 극복한 환자이자 심장과 혈관을 들여다보는 전문가의 관점에서 회상한 ‘비만록’을 펴냈다. 장형우 교수를 만나 그의 다이어트 연대기와 건강한 체중 감량 방법에 대해 물었다.
-최근 ‘비만록’을 출간했다. 책을 집필한 동기가 있다면?
“의사이기 이전에 비만 환자로서 실제로 효과를 본 방법을 전달하고 싶어 책을 썼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평생 고도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검증된 치료법이 부족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았고, 간절한 마음에 효과가 불확실한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다 효과가 있는 방법을 찾게 됐고, 늦기 전에 다른 비만 환자들에게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이어트 때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었나?
“비만인에게 다이어트는 어느 날 갑자기 결심하는 일이 아니라, 늘 마음속에 있는 과제다. 어릴 때부터 고도비만으로 생활하며 겪는 다양한 불편함이 있었다. 기성복을 살 수 없거나, 뛰어야 할 때 뛸 수 없는 것, 호흡이 짧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날씬한 사람이면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이 항상 있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고, 생활 습관을 고치려 노력해도 체중이 자꾸만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힘들었다. 실패가 반복되니 포기하게 되고, 건강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부정맥, 수면무호흡증, 고혈압, 지방간까지 겹치며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존 위협을 느꼈다.”
-심리적으로는 어땠나?
“외모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일상에서 불편한 순간들이 있었다. 기성복을 자유롭게 입기 어렵거나, 사진 속 내 모습을 보고 뚱뚱한 외모에 놀랄 때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니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심혈관계 질환 측면에서 비만은 우선 당뇨병과 같은 대사증후군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대사증후군은 혈관 건강을 매우 나쁘게 만든다. 높은 혈당이 혈관에 독성으로 작용해 노화를 촉진하고, 동맥 경화가 진행된다. 또 비만은 고지혈증 발생 위험도 높인다. 동맥 경화와 고지혈증이 관상 동맥 질환을 유발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고, 말초 동맥 질환과의 연관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다리로 가는 혈관이 막혀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비만 환자의 상당수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고혈압이 혈관에 만성적으로 비정상의 높은 혈압이 가해짐으로써 혈관이 찢어지는 대동맥박리증과 같은 급성 대동맥 증후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비만 환자가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부정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부정맥의 종류에 따라 심장 내 혈전이 잘 생기기도 하는데, 혈전이 혈행을 타고 흘러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이 생길 위험도 있다. 즉 비만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이 훨씬 일찍 발생하는 편이고, 이로 인해 수명이 짧아지기 쉽다.”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여정을 들어볼 수 있을까?
“2020년에 비만대사수술의 일종인 위소매절제술을 받았다. 불과 6개월 만에 116kg에서 90kg으로, 26kg이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이후 2년 반 정도는 90kg 근처에서 체중이 유지됐지만 시간이 지나자, 예전 식습관이 다시 살아나면서 서서히 체중이 증가하더니 수술 4년째가 되자, 다시 102kg이 됐다. 이때 다시 건강 이상 신호가 나타나 체중 감량을 결심하고 식이요법을 시행해 97kg까지 감량했다. 더 이상 절식할 수 없을 정도로 적게 먹었음에도 더는 체중이 줄지 않았다. 한계를 느꼈다. 마침, 이때(2024년 10월) GLP-1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 절박한 마음에 첫날 바로 처방받아 치료를 시작했다. 그 이후 몇 개월에 걸쳐 체중이 줄었고 10개월 만에 16kg을 감량했다. 97kg에서 81kg까지 감량한 것이다.”
-GLP-1 치료 이후 체감한 변화는?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뀐 느낌이다. 이전에는 음식을 먹으면 몸이 영양분을 최대한 저장하려고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흡수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 활동량이 적거나 간식을 조금 먹은 날에도 다음 날 체중이 증가하지 않더라. 전반적으로 배고픔이 약하게 느껴졌고, 뭘 먹으려고 해도 소화가 느려져서 많이 먹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검사 결과를 보니 대사 지표도 개선돼 지속했다. 비만 상태에서 지방간으로 인해 간 수치가 상승해 있었는데, 치료 이후 간 수치가 정상 범위로 개선됐다. 체중 감량과 함께 대사 지표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부작용을 많이들 물어보는데, 첫 투약 다음날 복통과 함께 설사를 한 번 경험했으나 이후에는 특별한 불편은 없었다. 부작용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과 ‘용량’인 것 같다. 비만치료제 투약이 필요한 환자에게 투여해야 한다. 정상 체중이나 이미 마른 상태의 사람이 체중을 감량하고 싶어서 사용하면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다. 또한 제약사가 설정한 기준에 맞게 용량 증가 단계를 잘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생활 습관을 어떻게 바꿨나?
“체중이 줄고 대사 지표가 개선되니 오히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음식량을 조절해 먹게 됐다. 요즘에는 트레드밀과 대근육 위주의 간단한 근력 운동을 주 2회 정도 하고 있다. 운동은 체중 감량보다는 컨디션 유지와 상쾌함을 위한 습관에 가깝다. 식단은 엄격하게 관리하지는 않지만,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가급적 줄이고 단 음료를 피하려 하는 정도로 현실적인 선에서 유지하고 있다. 또 혼자서 1인분을 다 먹는 게 힘들어서 ‘혼밥’을 잘 하지 않게 됐다. 1인분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식당에서 조금 시켜 먹거나, 고기를 먹고 싶을 때는 집에서 조금씩 구워 먹는다. 배달 음식은 먹을 만큼만 덜어 먹고 나머지는 보관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다양한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얻은 다이어트에 대한 결론은?
“여러 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며 우리 몸이 기억하고 유지하려고 하는 체중 기준점인 ‘세트 포인트’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한때는 운동이나 식이요법 같은 행동요법만으로 세트 포인트를 낮춰보려고 했다. 그러나 행동요법으로는 낮출 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건강한 다이어트’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건강한 다이어트란 ‘고통스럽지 않은 다이어트’라고 생각한다. 저의 경우, 기존 방식으로 감량할 때는 감량 과정도 힘들고 이를 유지하기는 더 힘들었다. 그러나 GLP-1 비만치료제 사용 이후 식사량을 조절하거나 야식을 참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단순히 식욕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 비만 환자가 ‘비만 체중 세트 포인트’를 유지할 수 없게 대사 체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 체중을 감량하고자 하는 비만 환자들이 덜 고통스럽게 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21세기 인류의 숙제 중 하나인 비만 해결에 서광이 비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체중계 바늘과 씨름하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비만 환자라면 운동이나 식이요법 같은 행동 개선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게 쉽지 않다. 대사 체계가 유지하고 있는 세트 포인트와 싸워 이기는 사람이 드물게 존재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다. 스스로가 그 ‘드문 사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검증된 치료 방법과 관련해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는 비만을 탈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강 관리를 위해 세 가지를 병행할 것을 추천한다. 다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나 체질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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