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째려봐” 초5 싸움, 2500만원 소송으로…학폭도 보험시대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A씨는 지난해 뜻밖의 일을 겪었다. 자녀가 같은 반 친구에게 물건을 자주 빌려달라고 하고 ‘째려봤다’는 이유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회부된 것이다. 교육청은 ‘조치 없음’으로 결론을 냈지만, 상대 학생 부모는 받아들이지 않고 25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지난달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학폭위와 민사소송을 거치며 상당한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떠안았던 A씨는 현재 학교폭력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가 교육·법률을 넘어 보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최근 학폭 이력이 입시 결과에 반영되는 사례가 늘면서 ‘소송전’으로 격화되는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1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롯데·삼성·현대·KB 등 주요 5개 손해보험사의 학폭 관련 보험금 지급 건수는 2021년 231건에서 2023년 3388건, 2025년 3443건으로 급증했다. 불과 4년 사이 약 15배 가까이로 늘었다. 보험금 지급 총액 역시 2021년 2억3060만원에서 2025년 5억1062만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올해 들어선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1~2월에만 이미 2056건의 보험금이 나갔다.

학폭 보험시장이 급성장하는 배경에는 최근 입시 제도 변화가 자리한다. 학폭 기록이 입시 당락을 결정짓는 변수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보험을 통해 소송 위험 등에 대응하는 수요가 늘었다. 이에 맞춰 보험업계의 학폭 관련 보장 범위도 확대되는 추세다. 캐롯손해보험은 ‘캐롯스쿨가드보험’을 통해 피해 치료비는 물론 행정사와 변호사 선임 비용, 상해 후유장해까지 보장하고 있다. 현대해상과 삼성생명 또한 어린이보험 내 특약을 통해 학폭위 심의 결과에 따라 최대 50만원의 치료비를 지급하고 있다. 가해 상황이라 하더라도 고의가 아닌 경우라면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을 통해 배상이 가능하다 보니 학부모 수요가 많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학폭의 경우 가해와 피해 모두 자녀의 기록에 남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하지만, 워낙 관련 사건이 빈번하다 보니 보험 가입과 보험금 지급 모두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학폭위 갈등에 휘말린 교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전용 보험 상품도 등장했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6월 ‘하나더퍼스트 교직원 안심보험’에서 보장하는 ‘교직원 아동학대 형사소송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에 대해 6개월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이 상품은 교직원이 업무 중 겪을 수 있는 민사소송 변호사 비용(최대 1500만원), 행정소송 변호사 비용(최대 1500만원), 아동학대 형사소송 변호사 비용(무고 판결 시 최대 500만원), 업무상 과실 벌금(최대 2000만원) 등을 보장한다. 올 4월 기준 9700여 명의 교직원이 업무 중 배상책임 담보에 가입했다.
학폭위가 갈등 해결의 장이 아닌 법적 분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정작 빠르고 엄중한 조치가 필요한 폭력·상해 사건에 대한 대응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윤숙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폭 대응이 소송과 보험 중심에서 벗어나 학교와 교사의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경미한 사안은 생활기록부 기재 분리를 검토하고, 초등 저학년 중심의 숙려제와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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