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복합시설로 담장 낮춘 일곡중, 마을 ‘산소 포켓’ 되다

이도경 2026. 4. 1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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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들어온 지역사회] <상> 교육청·지자체 함께 만든 온실
지난 6일 광주광역시 일곡중에 학교복합시설로 조성된 온실인 ‘호프 가든’에서 비를 피해 들어온 학생들과 김주신 교장이 대화하고 있다. 이 시설은 주민에게는 쉼터로, 학생에게는 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광주=이도경 기자


지난 6일 찾은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중학교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교문 옆에 위치한 학교 온실 ‘호프 가든’을 안내하던 김주신 교장은 갑자기 굵어진 빗줄기에 놀라 학교 건물로 뛰어 들어가는 학생들을 온실로 불렀다. “어디 갔다가 와?”(김 교장) “쓰레기 버리고 왔어요.”(학생들) “일단 비 피해.”(김 교장)

올리브와 구아바 커피나무 등 아열대 식물 30여종이 자라는 온실 중앙에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학생들이 놀다 간 듯 낙서로 빼곡한 A4 종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김 교장은 낙서를 정리하고 학생들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학교생활은 어떤지, 요즘 관심사는 뭔지, 좋아하는 식물은 뭔지 같은 담소를 나눴다.

비가 잦아들어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자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온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들어가도 되나요. 여기 뭐 하는 곳이에요?”(주민) “온난화로 주변에서 볼 수 있을 아열대 식물을 키워요. 편하게 둘러보세요.”(김 교장) “카페인 줄 알았어요.”(주민) “산소 포켓입니다. 언제든 오세요.”(김 교장)

온실 하나로 풍성해진 교육


호프 가든은 일곡중에 지난 1월 문을 연 학교복합시설 ‘희망 이음터’의 한 부분이다. 학교복합시설은 교육청·지방자치단체가 공동 투자해 만드는 시설로 교육부는 2023년부터 공모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는 향후 4년간 농산어촌 지역에 60개 이상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구도심에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도시에선 학교 공간과 주민들의 문화 시설 부족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곡중의 희망 이음터는 2024년 학교복합시설 1차(상반기) 공모사업에 선정된 곳이다.

호프 가든은 희망 이음터란 이름에 걸맞게 학교와 지역사회를 이어주고 있었다. 교문 옆 주차장 공간에 마련돼 주민들도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김 교장은 “주민 쉼터로 점차 찾는 분들이 늘고 있어 지역의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시설은 다양한 교육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생태·환경 교육은 기본이다. 미래 농업을 미리 접하는 수업도 가능하다. 온실에 구비된 스마트팜 기기 안에서는 바질과 상추들이 자라고 있었다. 다양한 모양의 식물을 그리는 미술수업도 준비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주일 동안 영어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들이 자기의 개성을 식물에 빗대 영어로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이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나는 올리브 나무와 비슷하다. 더디지만 꾸준히 크게 자란다”라는 내용의 발표로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온실은 인근 유치원과 초·중·고교에도 개방된다. 학교 관계자는 “커피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볼 수 있다. 커피가 테이블에 어떤 과정을 거쳐 올라오는지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생태동아리의 활동 공간이기도 하다. 25명으로 구성된 동아리로, 지난해 에너지동아리가 온실 조성을 계기로 규모가 확대됐다. 1학기에는 온실 관리를 배우고 2학기부터 식물 재배와 온실 관리에 참여한다.

학교가 지역과 호흡하는 ‘호프 클래스’

일곡중 전경. 일곡중 제공

일곡중은 희망 이음터 조성을 계기로 학교 담장을 낮추고 지역 사회와 협력을 강화했다. 학교 1층의 가사실을 비우고 만든 ‘호프 클래스’는 지역과의 협력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광주 북구는 일곡동 일대에 ‘호프 스트리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제이홉(j-hope·정호석)의 이름을 딴 거리다. 제이홉은 광주 북구에 있는 서일초, 일곡중, 국제고를 다녔는데 세 학교가 하나의 길로 연결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호프 스트리트 사업에 호응한 호프 클래스는 평소 주민들의 복합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한다. 학생들이 아침에 학교가 제공하는 주먹밥과 토스트를 먹는 공간이기도 하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선배가 춤 연습하던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 꿈꾸고 노력하면 이뤄진다는 꿈과 꿈을 이어주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학교복합시설 중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설은 운동장 한쪽에 만들어진 풋살 경기장이다. 이날 비가 왔지만 학생들은 땀과 비에 흠뻑 젖을 정도로 뛰어다녔다. 김 교장이 “땀이야 비야?”라고 묻자, 학생들은 “둘 다요”라며 웃었다. 체육 교사들은 “학생들이 운동장보다 풋살장에서 공 차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맨발 산책로다. 과거에도 학교 운동장을 걷는 주민이 적지 않았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주민의 발길이 늘고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 친구들과 걸으며 학기 초 어색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녹이고 있다. 학교는 더 이상 닫힌 공간이 아니었다. 마을에 숨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최인주 광주교육청 시설과장은 “(일곡중 일대는)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된 곳이다. 학교복합시설은 학교와 지역사회 요구를 반영한 ‘바텀 업’(상향식)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학생과 지역 주민 만족도가 높다. 매년 1곳 이상은 비슷한 시설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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