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한 달,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 커진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어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고 해서 곧바로 임금 인상이나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노동위가 무조건 노동계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선 ‘기울어진 운동장’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법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원청 기업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지난 10일까지 모두 1012개 하청 노조(총 14만7000여 명)가 372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 이 중 294건이 지방 노동위에 접수됐는데, 판단이 나온 사건 중 사용자성이 인정된 건 19건, 기각은 8건이었다. 노동위가 노동계 편이 아니라지만, 실제로는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다수였다.
“1년 내내 교섭만 하다 볼 일 다 볼 수 있다”는 경영계의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하청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요구까지 인정된 포스코의 경우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 등 하청 노조 3곳과 교섭해야 한다. 여기에 원청 노조까지 포함하면 매년 4개 노조와 단체교섭을 해야 하게 됐다. 물론 기업들이 노동위의 판단에 불복해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 기조가 노동계에 기울어진 상황에서 자칫 괘씸죄에 걸릴까 우려스러울 것이다. 교섭에 나서더라도 어디까지 테이블에 올려야 할지도 문제다. 노동위는 대다수 사건에서 산업안전 관련 의제를 중심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일단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노조가 이를 고리로 임금·복지 개선과 직접 고용 등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또 안전수당이나 포괄임금 폐지처럼 외형은 산업안전 문제지만 실질적으로는 임금 인상과 효과가 같은 요구가 분출할 수도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당국은 말로만 균형이 아니라 실제 판단과 결정에서 균형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법 시행 이후 나타난 혼선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조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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