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불안’ 150만 해방되게… 배뇨시간 알람 웨어러블 나온다

소변이 찬 줄 몰랐다가 갑자기 새버리는 황당한 상황을 겪는다면 누구라도 상당한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신경인성 방광’을 가진 사람들은 늘 이런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산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배뇨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방광에 잔뇨가 많은 상태를 방치하면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현재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자가 도뇨(요도로 가는 관을 넣어 방광을 완전히 비움)하는 방식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데, 환자마다 방광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은 게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방광에 찬 소변량을 알 수 없다는 게 맹점이다.
국내 의료진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해법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환자의 배에 패치처럼 붙여서 방광 내 소변량 변화를 실시간 측정해 적절한 배뇨 시점을 알려주는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 중이다. 올해 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경인성 방광은 말 그대로 방광을 조절하는 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배뇨 기능이 깨지는 질환이다. 정상적이라면 뇌와 척수, 말초 신경이 유기적으로 작동해 방광에 소변이 차는 것을 인지하고, 적절한 시점에 배뇨를 시작하며 배뇨 후에는 완전히 비우는 과정이 이뤄진다.
신경인성 방광은 이런 과정이 깨져 소변이 차는 것을 느끼지 못하거나 너무 자주 마렵거나 배뇨가 잘 안 되거나 소변이 남는 상태가 지속된다. 외상·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척수 손상, 뇌졸중, 파킨슨병·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 당뇨병성 신경병증, 다발성 경화증, 협착증 등 척추 질환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김아람 교수는 13일 “고령층에선 뇌졸중·치매, 젊은 층에선 척수 손상, 전 연령대에선 당뇨병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며 “고령화와 만성질환, 원인 질환의 생존율 증가로 신경인성 방광 환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정확한 국내 통계는 제한적이지만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전체 인구의 약 3~5%가 배뇨 장애 형태로 이런 신경인성 방광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국내에는 약 15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방광의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방광에 소변이 차도 신호가 뇌로 전달되지 않아 소변이 차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는 단순 불편을 넘어 삶의 질과 생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잔뇨가 지속적으로 남으면 잦은 요로 감염, 콩팥 기능 저하(신부전), 방광 손상 및 섬유화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나이 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방치하거나 증상을 숨기거나 병원 방문이 늦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척수 손상 환자들은 방광 문제로 진료받아야 하는지도 모르며 그로 인해 조기 진단이 지연되기도 한다.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히 관리하면 충분히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지난해 6월 국내 유일의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을 개설한 김 교수는 “특히 지방에서 치료 방법을 몰라 늦게 오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는 해당 질환이 과소 진단·치료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의사들은 무관심하고 환자들도 잘 모르는 질환”이라며 “척수 손상이나 치매 등 신경학적 손상 이후 환자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배뇨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단국대 의대 연구팀과 함께 복부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방광 모니터링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학술대회에서 척수 손상 환자의 삶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 교수는 “환자가 ‘제 소원이 뭔지 아세요?’라고 물어 당연히 사고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돌아온 답은 충격이었다”면서 “그의 소원은 매일 자신을 괴롭히며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소변 문제에서 해방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방광이 언제 찼는지 알려줄 수 있다면 같은 처지 환자들의 삶이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기기는 방광의 상태를 비침습적 센서를 통해 측정하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소변량을 추정해 스마트폰 또는 시스템으로 알림을 제공한다. 김 교수는 “보이지 않는 방광을 실시간으로 보는 기술”이라고 했다. 기기는 척수 손상 환자나 감각이 없는 환자, 간헐적 자가 도뇨(CIC)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동물 실험 및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며 올해 말 식품·의약 당국의 최종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2월 말 대한척수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았으며, 다음 달 미국비뇨의학회에서 혁신 기술 소개 프로그램에 한국 최초로 선정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김 교수는 “신경인성 방광은 숨겨야 할 질환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질환”이라며 “증상이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방을 위해선 당뇨 관리, 신경계 질환 조기 치료, 배뇨 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생활습관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수분 섭취는 지나치게 제한하기보다 적절한 양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이나 알코올처럼 방광을 자극할 수 있는 음료는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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