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말기 빠진 통합돌봄은 반쪽… 살던 곳서 존엄한 임종을”

민태원 2026. 4. 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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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호스피스·통합돌봄 동행’ 토론회
통합돌봄의 실질적 완성을 위해선 ‘살던 곳에서 노후’를 넘어 ‘살던 곳에서 존엄한 임종’까지 포괄하는 연속적 돌봄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연속적 돌봄 체계 마련 중요한데
임종 케어 2028년 이후로 미뤄져
“가정·시설·병원 돌봄 단절 없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 과감히 투자”

“통합돌봄이 생애말기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삶의 일부만을 돌보는 제도입니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 통합지원법’이 지난달 27일 전국적으로 시행됐지만 정작 생애말기 돌봄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국회에서 ‘호스피스와 통합돌봄의 동행’이란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생애말기 돌봄이 빠진 통합돌봄은 반쪽짜리”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에서 임종 케어를 2028년 이후 과제로 미뤄뒀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의 실질적 완성을 위해선 ‘살던 곳에서 노후(Aging in place)’를 넘어 ‘살던 곳에서 존엄한 임종(Dying in place)’까지 포괄하도록 연속적인 돌봄 체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애말기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와 돌봄 체계의 연계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호스피스와 통합돌봄의 동행’을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 장면. 민태원 기자


2022~2025년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병원 임종률은 7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반면 자택 임종은 2024년 기준 8.3%에 불과했다. 장기요양 수급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자신이 살던 집에서 삶을 마무리하길 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교육 이사인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자택 임종 활성화의 제약 요인으로 가정에서의 의료 이용 인프라 부족, 가족에 전적으로 전가되는 돌봄 부담, 응급 대응이 가능한 병상 부재로 인한 불안감 등을 꼽았다. 김 이사는 “집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도 월 400만원에 달하는 간병비와 24시간 대응 인프라 부재에 결국 환자들은 응급실과 요양병원을 전전하는 ‘회전문 현상’을 되풀이하는 게 현장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구조적 원인으로 보건과 복지의 제도적 분절, 가정 호스피스의 절대적 부족, 질환별 사각지대와 늦어지는 의사 결정을 꼽았다. 현재는 호스피스와 재택의료, 장기요양·돌봄 시스템이 각각 따로 돌아가고,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원의 이원화로 연속성이 저해된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2월 기준 전국 가정 호스피스 기관도 40곳에 불과했으며, 인프라 편차와 지역별 고령화 수준은 임종의 질적 양극화를 초래한다. 아울러 현재 호스피스 이용 대상은 암 환자 위주로 치매와 장기 부전 등 비(非)암성 말기 환자는 배제돼 있다. 현장에선 임종 돌봄이 계획되지 못한 채 급성기 병원 중심으로 관행적 치료 의존도가 증가하는 실정이다. 김 이사는 “무조건적 자택 임종이 아니라 단절 없는 돌봄 제공을 목표로 재설정하고, 단순히 장소를 바꾸는 정책이 아닌 가정-시설-병원에서 돌봄이 끊기지 않는 가교로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지역사회의 돌봄이 생애말기 환자들에게까지 이어지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필수의료로 인식하고 과감한 재정 투자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보험정책 이사인 이재우 충북대병원 교수 역시 현 통합돌봄법은 생애말기 환자에게 전혀 와닿지 않는다며 법령에 생애말기 환자 명시(비노인 환자도 진입 가능) 및 기존 돌봄 등급 외 별도 트랙 운영, 가정 호스피스 확대, 급성 통증 악화 등 환자 상태 변화에 따른 대응 체계 구축 등을 핵심 대책으로 제시했다. 또 비암성 질환 호스피스 접근성 강화 및 전문가 양성, 간병비 지원·돌봄 휴가 등 가족 돌봄 지원 강화, 재택 의료 중심의 생애말기 환자 ‘순환형 협력(Loop) 모델’ 도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택의료센터를 중심으로 필요 시 의뢰하고 복귀하는 유연한 체계가 필요하다”며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하거나 복합 고통을 겪는 등 고난도 증상이 있으면 가정 호스피스가 개입하고 이후 다시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순환 협력을 통해 끊김 없는 생애말기 돌봄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커뮤니티케어협회 회장인 임종한 인하대병원 교수는 “현재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는 통합돌봄과 충분히 연계되지 못해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잘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간극을 메우고 법, 제도, 재정, 전달체계를 아우르는 현실적인 연계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호스피스·완화의료는 단지 ‘임종기 의료 서비스’가 아니라 통합돌봄의 흐름 속에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지켜주는 핵심축”이라고 부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3월 발표한 지역 사회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에 따라 모형 마련을 위한 연구를 이미 진행중”이라며 “시범 사업을 거쳐 재가 임종케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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