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베이커리 카페 꼼수 절세, 손질 방식은 ‘글쎄’

신준섭,김윤 2026. 4. 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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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르는 ‘가업상속공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가업상속공제 현황 관련 국세청 보고를 받고 한 말은 “기가 찬다”였다. 이 대통령은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대상 업종이 너무 많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가업상속공제를 악용하는 각종 사례도 언급됐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회의에서 “500억원대 부동산에 주차장을 만들어 10년 운영하면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주차장이 왜 가업이냐. 차를 옆으로 세우느냐 서서 세우느냐”고 반문했다. 뒤이어 “주차장에 특별한 기법이 뭐가 있나. 대상을 줄여야 한다”며 “진짜 가치가 있는 걸로 해야지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라고도 비판했다.

1997년 도입된 가업상속공제가 ‘꼼수 절세’ 사례 속출로 수술대 위에 오른다. 도입 취지였던 가업 상속 장려를 왜곡하는 현실이 문제가 됐다. 이 대통령은 대형 베이커리 카페 가업상속공제를 문제 삼으며 현황 파악을 지시했고, 전체 업종을 들여다보라고도 했다. 재정경제부는 제도 전반을 재설계하겠다며 올해 세법개정 반영을 예고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새로운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시행될 전망이다.

‘꼼수’ 절세 횡행, 원인은


가업상속공제에 따른 상속세 공제 규모는 최대 600억원에 이른다. 피상속인이 가업을 물려받아 10년 이상 경영하면 300억원, 20년 이상은 400억원, 30년 이상은 600억원까지 공제를 받게 된다. 임 청장이 말한 대로 500억원대 부동산을 전부 다 공제받을 수는 없지만, 10년만 운영해도 적지 않은 돈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7년에는 기초공제액(2억원)에 1억원을 추가 공제해주는 수준이었다. 5년 이상 피상속인이 사업용 자산을 상속하는 경우가 조건이었다. 그러나 중소기업 창업주가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데 상속세 부담이 너무 큰 현실을 감안해 2008년 한도액이 1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었고, 2009년에는 60억~1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후 추가 법 개정을 거쳐 2023년부터는 최대 600억원 공제 한도가 적용되고 있다.

혜택을 수차례 상향 조정했지만 공제대상 정비는 미미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를 보면 대상 업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으로 정의된다. 여기서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내용을 보면 이 대통령이 지적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나 주차장 등도 포함된다. ‘도매 및 소매업 전체’ ‘음식점 및 주점업 중 음식점업(커피 전문점 제외)’ 등 대통령이 인정한 표준산업분류에만 부합하는 업종이라면 ‘이어가야 할 가업’으로 판단되지 않아도 절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기 위한 요건인 고용 유지, 기술 승계 등이 없는 단순 사업도 업종 분류에 따라서 혜택 대상이 된다.


꼼수가 횡행하는 현실은 이를 방증한다. 국세청이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 25곳 실태를 조사한 결과 11곳(44.0%)에서 가업상속공제 남용 소지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7곳은 공제 대상인 제과점업으로 사업자를 등록해 놓고 실제로는 커피 전문점처럼 운영하고 있었다. 나머지 4곳도 제빵 시설조차 없이 완제품인 빵을 구입해 판매하는 식으로 눈속임을 했다. 이 대통령이 “대상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가업 업종 분류, ‘경계 모호’ 한계

재경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가업상속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일단 기술·노하우 이전을 지원하는 제도 취지를 감안해 주차장업 등 지원 타당성이 낮은 업종을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또 토지를 이용한 과도한 공제 방지를 위해 공제 적용 토지 범위를 축소하고 3.3㎡당 공제 한도 금액을 설정하기로 했다. 겸업 시 공제 대상 업종 부분만 공제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가령 제과업과 커피 전문점을 동시에 한다면 커피 전문점 부분에 대해선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피상속인 경영 기간 10년과 사후 관리 기간 5년으로 설정한 관리 기간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이 정도로는 한계가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종 기준으로 나누는 방식은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지역 빵집이 전국 프랜차이즈화하면 이를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봐야 할지 가업인 ‘제과업’으로 봐야 할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프랜차이즈사업도 가업상속공제 대상으로 봐야 하느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가업을 키워서 프랜차이즈화할 수 있는 여지가 가업상속제도 때문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도 업종 중심의 규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준규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13일 “일부 업종만 막으면 또 다른 탈세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형식적으로 사업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부동산을 물려주려는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포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중소·중견기업을 너무 규제하기보다는 부동산 증여 꼼수 방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는

한국보다 앞서 가업상속공제를 도입한 주요국들의 꼼수 예방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독일은 어떤 자산에 혜택을 줄 것인가를 까다롭게 따진다. 독일은 ‘행정자산’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임대용 부동산, 주식, 현금 등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자산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혜택을 제한한다. 또 빵집이 상속세 면제 대상에 들어가긴 하지만, 직원 급여 합계를 7년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가업상속공제 꼼수가 기승을 부리자 공제 혜택에 250만 파운드의 상한선을 뒀다. 단순 임대업을 사업으로 위장하는 식의 꼼수 차단을 위해 ‘주된 활동(Mainly Test)’ 기준을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가업을 매각하지 않으면 비과세하는 국가도 있다. 일본은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사업승계 특별조치를 시행 중이다. 비상장 주식에 대한 상속·증여세를 100% 유예해 주는 식이다. 세 부과를 유예하는 만큼 세부담 자체는 남아 있지만, 다음 세대가 또 승계하면 사실상 세금이 면제되는 구조다. 한국도 자산 상속 시점이 아니라 실제 매각해 자본이득을 본 시점에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교수는 “한국도 자본이득세를 근본적으로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김윤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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