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숨결 따라 270㎞…매년 수백명 걷는 ‘한국의 산티아고’
![지난달 30일 행사 참가자들이 서울 경복궁을 출발해 안동 도산서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4/joongang/20260414000901536jzmg.jpg)
지난 12일 오전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250여 명의 군중들이 두 손을 모으고 서원으로 걸어 들어왔다. 천천히 이동하는 인파의 중간중간에는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라고 적힌 검은 깃발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조선 성리학을 집대성한 유학자 퇴계(退溪) 이황(1502~1571) 선생이 450여 년 전 벼슬을 모두 내려놓고 고향인 경북 안동으로 돌아갔던 마지막 여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이날은 서울 경복궁을 출발해 서울, 경기, 강원, 충북, 경북 등 5개 시·도를 관통해 걸어온 이들이 마지막 구간(안동 삽골재~도산서원)을 걷는 날이었다.
‘퇴계의 길,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1569년 음력 3월 퇴계 선생이 선조 임금과 조정의 만류에도 지역 발전과 후학 양성을 위해 고향 안동으로 귀향해 이듬해 타계하면서 이 길이 퇴계 선생의 마지막 귀향길이 된 것을 되새기고자 마련됐다.
퇴계 선생의 마지막 귀향길은 1569년 4월 12일(음력 3월 4일) 경복궁을 출발해 4월 25일 안동 도산에 도착하는 14일간의 여정이다. 총 거리는 약 270㎞(700리)에 달했으며 퇴계 선생은 이 길을 걸어서 이동했다. 주요 경유지는 경복궁에서 종로, 동대문, 뚝섬, 봉은사, 아차산, 광나루, 미음나루, 덕소, 팔당, 두물머리를 거쳐 양평, 여주, 원주, 충주, 단양, 영주, 안동을 거쳤다. 각 지점에서 퇴계 선생은 지역의 유지들과 만나 학문을 토론하고 지방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승일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논문 ‘퇴계 귀향길의 인문학적 의의와 제언’을 통해 “퇴계의 귀향은 단순히 중앙에서 지방으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학문과 교육의 중심을 지방으로 옮김으로써 균형 잡힌 사회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퇴계 선생 타계 450주기를 맞아 처음으로 마지막 귀향길을 따라 걷는 재현 행사가 일부 구간에서 열렸다가, 2020년부터는 매년 전 구간을 함께 따라 걷는 행사로 거듭났다. 퇴계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14일에 걸쳐 서울 경복궁에서 안동 도산서원까지 총 270㎞를 이동한다. 하루에 많게는 31㎞, 적게는 1㎞를 걷는다.
14일간 참가자들은 서울 봉은사, 남양주 다산 유적지, 여주 기천서원, 안동 노송정 등 각 지역의 인문·문화 유산을 체험하고 봉은사, 충주 관아공원, 제천 한벽루, 영주 이산서원 등에서 진행되는 강연과 연극을 통해 퇴계 선생의 인품과 학문·철학의 깊이를 느끼는 시간을 보냈다.
경북도와 안동시, 경북문화재단이 매년 이 행사를 여는 것은 퇴계 선생이 강조한 지역 자치와 인재 양성의 정신이 ‘지방시대’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경북도는 퇴계 선생이 걸었던 길을 ‘동양의 산티아고’로 브랜드화하고 국내를 대표하는 인문학적 문화 콘텐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특히 경북도의 역점 시책인 ‘저출생과의 전쟁’과 관련해서도 교육과 일자리의 균형을 통해 지역에 사람이 모여 살게 했던 퇴계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고 이를 정책적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황명석 경북지사 권한대행은 “여정의 일부를 함께하며 퇴계 선생께서 남기신 ‘소원선인다(所願善人多·착한 사람이 많아지기를 소원한다)’의 가르침을 다시 되새겼다”며 “경북이 대한민국 중심으로 도약하는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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