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덕에 건설사들 대박난다?… ‘장밋빛 전망 경계령’
수주 기대감에 업계 주가 ‘폭등’
현지 플랜트공사 시공경험 많아
불안정 상태 지속땐 추진 어려워
공사대금 미회수도 고질병 지적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내 건설업계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종전 이후 현지 재건사업을 수주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 덕분이다. 그러나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실제 건설업계에서는 전후 수주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 본다. 최대 변수인 외교 상황이 예측 불가인데다가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도 있어 낙관만은 어렵다는 예상이다.
이란 전쟁이 이른 시일 내 평화롭게 마무리된다는 가정 하에 국내 건설사들에게 가장 유리한 요소는 ‘이력서’다. 원유, 가스, 발전, 석유화학 등 플랜트 공사를 시공한 경험이 다른 국가 업체들에 비해 많아서다. 현대건설을 비롯해 대우건설, GS건설과 DL이앤씨, 삼성E&A 등이 중동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기업들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화학공업이나 에너지 사업 쪽이 타격을 받아 그 분야가 우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포함 중동국들은 석유나 천연가스가 돈을 벌 주요 창구이기에 이를 복구하는 게 최우선 과제고, 때문에 이 시설을 지었던 한국 업체들을 우선시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에너지기업 ‘라이스태드 에너지’는 중동 에너지 시설 복구 비용을 250억 달러(약 37조원)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와 비교해 건설업계를 향한 기대가 큰 것도 같은 이유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우크라 전쟁 발발 당시에는 건설사 주가가 이렇게 오르지 않았다”면서 “지금 주가가 오르는 건 파괴 시설이 중동 국가들로서는 국부와 직결되는 플랜트 시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동 내 9개국 에너지 시설 최소 40곳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이란 측과 신뢰를 쌓은 이력도 있다. 일례로 DL이앤씨는 이란 시위가 불붙은 올해 초까지 수도 테헤란 현지 지사에 유일하게 직원을 파견해 유지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16년 경제 제재가 해제돼 (현지에서) 업무협약도 맺고 사업을 준비했다가 제재가 다시 강화돼 무산된 적 있다”면서 “아직 지사 자체는 유지하고 (인적) 네트워크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가 입을 모아 꼽는 첫 불안요소는 ‘외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전쟁이 휴전 등으로 깔끔하게 종결되지 않고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경제 제재가 완전히 풀리지 않는 이상 한국 기업이 개별 사업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피해를 입은 인접 국가에서의 전망도 밝게만 볼 수는 없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피해를 입은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인데 사실 아직은 피해 규모가 비교적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란 국내 정세가 어떻게 전개되느냐도 변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에도 한 중동 국가에서 사업을 추진했다가 내전이 일어나는 바람에 결국 진행을 시키지 못하고 철수했던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중동 사업 수주가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업계가 낙관론을 경계하는 이유다. 중동 발주처들이 한국 건설사들과 워낙 사업을 많이 해왔기에 한국 업체의 공정이나 원가율 등을 잘 알아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다는 설명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 같은 경우는 발주처 측에서 의도적으로 공기(공정 기간)를 촉박하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공사대금 미회수도 고질병이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업체가 해외 공사를 수행하고 1년 이상 못 받은 장기 미수금 중 약 3억4393만 달러(약 5061억원)가 중동 및 인근 지역에 해당했다. 전체 장기 미수금의 3분의 2다. 이란 미수금은 약 3339만 달러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기 지연 패널티를 묻거나, 설비가 100% 정상 가동되는지 따지며 마지막 계약금의 10~15%를 끝까지 유보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최근 해외 수주 시장에서 국내 건설업체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 등의 추격도 불안요소다. 이란과 중국은 2021년 체결한 25년 단위의 전략적 협정을 바탕으로 경제·에너지 분야에서 긴밀한 밀착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러시아도 전후 이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란이 중국과 친하니 아무래도 중국 업체들이 내수 실적을 바탕으로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미국 경제 제재가 풀리지 않는다면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관계가 좋은 일본, 혹은 유럽도 이란 진입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러시아나 중국 쪽 업체들이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후 상황이 완전한 안전이 보장되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인력 수급도 쉽지 않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안이 계속되면 안전 때문에 한국 기술자를 현장에 보내기 어렵다”며 “제3국 노동자들도 해당국에서 위험을 이유로 파견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고유가 및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인한 자재 수급난 역시 불안요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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