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실적’ 삼성전자…영업이익 ‘세계 1위’ 가를 변수는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6. 4.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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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역사상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1개 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43조6010억원)을 넘어선 것은 물론, 분기 영업이익률이 직전 분기 2배로 급증했다. 달러 환산 최근 분기 실적 기준, 삼성전자의 이번 영업이익은 애플·엔비디아에 이어 글로벌 3위권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비슷한 분기 영업이익을 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제쳤다. 산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사(史)를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중동 전쟁과 반도체 원가 급등에 따른 IT 수요 둔화, 노조 파업 리스크 등은 변수로 지목된다.

삼성전자의 이번 영업이익은 애플·엔비디아에 이어 글로벌 3위권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기업사 새로 쓴 삼성전자

매 분기 신기록 행진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68.1% 늘어난 133조원,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755% 증가한 57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4월 7일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 분기 매출 신기록을 1개 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이번 잠정 영업이익을 1분기 90일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하루 약 6356억원, 시간당 약 265억원, 분당 약 4억4100만원을 벌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는 증권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을 30조원 후반대로 봤다. 잠정 실적 발표가 임박하자 일부 증권사가 전망치를 대폭 올렸지만, 그럼에도 증권가 전망치 평균은 40조원 안팎 수준이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적을 내다본 메리츠증권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53조9000억원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이런 예상도 앞질렀다.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은 한국 기업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한국 대표를 넘어 글로벌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으로 지위가 상승했다는 평가다. 최근 분기 기준 글로벌 빅테크 가운데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을 웃돈 곳은 애플과 엔비디아 정도다. 애플은 지난해 10~12월 분기 영업이익이 509억달러(약 77조원), 엔비디아는 지난해 11월~올 1월 분기 영업이익이 443억달러(약 67조원)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난해 10~12월 분기 영업이익은 383억달러(약 58조원)로 삼성전자(57조2000억원)와 비슷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약 359억달러(약 54조원)로 삼성보다 낮았다.

분기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은 것, 영업이익률(43%)이 직전 분기(21.4%) 2배가 된 것도 한국 기업 역사상 최초다. 주요 대기업 가운데 1개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영업이익을 넘어선 것도 2017년 3분기 SK하이닉스 이후 두 번째다. 빅테크를 둘러봐도 이런 장면은 흔치 않다. 아마존은 2023년 4분기 영업이익 132억달러로 2022년 연간 영업이익 122억달러를 웃돌았다. 엔비디아는 2023년 5~7월 분기 영업이익 68억달러로 직전 회계연도 연간 영업이익 42억달러를 넘어섰다.

메모리 이익만 50조원대

파운드리 등 아쉬운 실적

기록적인 이익의 핵심 동력은 ‘학습(training)’에서 ‘추론(inference)’으로 AI 수요 구조 변화다. 이런 변화는 반도체 산업 속성도 바꿔놨다.

무엇보다 메모리 칩 저변이 확대됐다. 학습을 위한 반도체 칩 수요가 AI 시장을 주도할 때는 HBM처럼 특정 고부가 제품에 수요가 집중됐다. AI 추론을 위해서는 서버 D램, 고용량 DDR5, 모바일 LPDDR 등이 필요해 수요 저변이 확대됐다. AI 추론은 메모리 접근 속도와 동시 처리 능력이 성능을 좌우한다. 대규모 추론 서비스에서는 한 서버가 동시에 수천 건의 요청을 처리하므로, 서버 D램과 고용량 DDR5를 통해 충분한 메모리 공간과 대역폭을 확보하지 않으면 지연(latency)이 급격히 늘어난다. HBM은 비용과 용량 제약으로 모든 추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범용 D램이 추론 인프라 기반이 된다. 스마트폰·PC·차량 등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전력 효율과 저지연이 핵심인 모바일 LPDDR 수요도 급증했다.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가격은 하루가 멀다 하고 뜀박질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DDR4 8Gb 1Gx8) 고정거래가격은 2025년 1월 1.35달러에서 2026년 3월 13달러로 뛰었다.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연속 상승한 뒤 3월에서야 가격 오름폭이 다소 진정됐다. 서버용 최신 D램 DDR5 16Gb(2Gx8) 4800/5600의 현물 평균가격도 4월 초 기준 37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6달러와 비교하면 6배 넘게 치솟았다.

삼성전자가 사업부별 세부 실적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1분기 호실적 대부분이 메모리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서만 50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바라본다. 전체 영업이익의 거의 전부를 메모리가 책임졌다는 의미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 단가가 전 분기보다 90% 이상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적극적이고 과감한 가격 정책과 유리한 가격 구조 설정 등이 전략적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비메모리 사업 부진은 아쉬운 대목이다. 증권가에서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로직 반도체 부문이 1조6000억원 안팎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한다. 모바일과 네트워크(MX·NW) 사업은 약 4조원, TV·가전은 약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거둔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연간 기준 엔비디아와 글로벌 영업이익 1위 자리를 겨룰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편다. KB증권은 올해 엔비디아 영업이익을 357조원, 삼성전자를 327조원으로 예상했다. 2027년에는 삼성전자 488조원, 엔비디아 485조원으로 삼성의 역전 가능성을 점쳤다. 그럼에도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19%, TSMC의 57%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HBM ‘기세등등’

선제적 공정 고도화 덕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HBM 시장에서도 명예 회복을 벼른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삼성 22%, SK하이닉스 57%다(카운터포인트). 시장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이 30%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최대 승부처는 엔비디아 HBM4 공급망이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베라루빈’에는 대당 HBM4 8개가 들어간다. 현재까지 삼성의 기세가 매섭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 세계 최초 양산 개시로 SK하이닉스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일찌감치 통과해 구매주문(PO)을 받았다.

삼성은 이번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HBM4에 1c 공정 적용은 단순한 미세화가 아니라, D램 다이부터 적층과 전력·열 구조까지 제조 공정 전반을 재설계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특히, HBM4처럼 AI 칩 처리 속도가 높아질수록 신호는 더 빨리 오가야 하고 이 과정에서 배선 저항과 전기적 간섭, 발열이 문제로 떠오른다. 1c 공정은 회로를 더 미세하게 만들어 신호가 이동해야 할 거리를 줄이고 불필요한 전기적 부담을 낮춰준다. 그 결과 신호가 더 또렷해지고 지연이 줄어 같은 속도에서도 전력 소모와 열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덕분에 삼성전자 HBM4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 8Gbps를 넘어 최대 11.7Gbps(초당 기가비트)에 달한다. 이는 JEDEC 표준을 37%, 이전 세대 HBM3E(9.6Gbps)를 22% 웃돈다. 또, 삼성전자 HBM4는 단일 스택(묶음) 기준 메모리 대역폭이 전작 대비 2.4배 향상된 최대 3TB/s 수준에 달하며, 12단 적층 기술로 최대 36GB 용량을 제공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측에서 JEDEC 기준을 초과하는 스펙을 요구하면서 삼성과 하이닉스의 희비가 엇갈렸다. 안정적 수율 확보를 우선시했던 하이닉스 입장에선 1b와 12나노 기반 베이스다이로 새 요구기준을 맞추는 데 다소 애를 먹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조 파업 우려 촉각

중동 전쟁 등 수요 변동성↑

다만, 몇 가지 변수도 지목된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요예측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신중론을 펴는 쪽에서는 반도체 산업 특유의 증설 리드타임(장비 발주 후 입고까지 소요 기간)을 지목한다. 메모리 기업은 현재 가격과 수요 신호를 근거로 미래 생산능력을 확정하지만, 신규 팹(Fab·공장) 건설부터 장비 반입, 공정 안정화까지는 통상 1~2년 이상 소요된다.

문제는 이 사이에 실제 수요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호황기에 가격 상승과 주문 증가를 보고 설비투자를 확대하지만, 생산능력이 본격 가동될 시점에는 수요가 둔화해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수요 반응보다 실질적인 공급 확대가 늦게 따라오는 ‘지연 효과’로 반도체 산업 경기 진폭이 증폭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처럼 소수 빅테크 자본지출에 수요가 크게 좌우되는 국면에서는 이런 오차나 진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와 반도체 공급 계약을 기존 분기·연 단위에서 3~5년 장기계약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변수다. 장기공급계약은 메모리 수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가격 변동을 줄이는 안정판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장기계약 확대가 현물·단기 계약 급등 국면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가격이 계속 수직 상승할 때는 공급자가 굳이 장기간 가격을 묶을 유인이 작지만, 상승률이 둔화하거나 향후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 장기계약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범용 D램 계약가격이 2분기에도 60% 안팎 상승할 것으로 봤지만, 상승률 자체는 1분기보다 둔화한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IT 제품 수요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DS 부문에는 실적 개선 요인이지만, 스마트폰과 가전사업부에는 부품 원가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조 파업 여부도 변수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운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생산 차질에 따른 출하 지연과 고정비 부담 확대가 우려된다. 특별성과급이나 일회성 보상 지급이 확정되면 그 비용도 충당부채 등으로 인식될 수 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5호(2026.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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