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주의가 실종된 전쟁… 40일간 어린이 최소 384명 사망

김판,김지훈,이강민 2026. 4. 1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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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문턱이 낮아졌다] <2> 달라진 전쟁의 모습
지난달 30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바나크 광장 내 추모 공간에 이란 미나브 여자초등학교에서 사망한 어린이들의 초상화가 놓여 있다. 이란 관영 매체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첫날인 지난 2월 28일 학교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EPA연합뉴스


전쟁의 총구가 민간인을 향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40일간의 전쟁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3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어린이만 최소 374명이다. 전쟁으로 하루 평균 10명에 가까운 아동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5년째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망자 규모는 1만3800명을 넘어섰다.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은 제네바협약 등 국제법 위반이다. 국제형사재판소 로마 규정에 따라 전쟁범죄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란은 서로 민간 시설 공격을 강화하며 국제법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민간인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전쟁범죄’로 규정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쟁통에 희생된 어린 생명들
이란 후제스탄주 랑기라트 마을에 사는 3세 여아 에일마 빌키의 생전 모습. 이란 인권단체 헨가우는 빌키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크게 다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13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헨가우 제공

이란 인권단체 헨가우에 따르면 이란 후제스탄주 랑기라트 마을에 사는 3세 여아 에일마 빌키는 지난달 13일 세상을 떠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합동으로 전개한 공습으로 중상을 입은 지 하루 만이었다. 미국·이란 전쟁 개전 사흘째인 지난달 2일에는 4세 아들과 30세 임신부, 남편 등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가 인근에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건물을 폭격한 여파 때문이었다.

헨가우 소속 활동가 아우야르 셰히는 지난 10일 국민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란 내부 상황에 대해 “미사일이 날아올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지침이 없다. 미사일이 날아올 때 대피할 곳도 없는 비참한 상황”이라며 “민간인이 직접 표적이 되지 않더라도 미사일 파편으로 많은 민간인 주거지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사(IFRC)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2월 28일부터 잠정 휴전안이 체결된 지난 8일까지 이란에서만 민간인 17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공격으로 레바논에서 최소 1800명이 사망했다.

미국이 가장 규탄받은 사건은 전쟁 첫날 이란 호르무즈간주의 미나브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에 대한 공습이다. 당시 수업 중이던 학생과 교사 등 최소 150명이 사망했다. 고의적 공격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전장 전역에서 발생했다.

미국은 의료시설도 공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11일 전쟁 개시 후 10여일간 이란 내 보건시설에 대한 최소 18건의 공격으로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 전역에서 학교와 병원 같은 ‘비표적’에 대한 불법 공격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다. 학교와 병원은 국제법상 전쟁 중에도 공격이 엄격히 금지되는 시설이다.

이란 공격으로 인접국의 무고한 민간인도 희생자 명단에 오르고 있다. 국제 무력분쟁을 감시하는 비영리기구 ACLED에 따르면 이란은 전쟁 기간 동안 최소 14개국에 560번 이상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70명이 숨졌다.

국제사회는 국제법을 무시하는 미국의 군사작전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 소속 전문가 9명은 지난달 12일 성명을 통해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은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매우 공격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도 “민간인과 민간 시설은 국제인권법상 보호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 행위로 이란의 민간인들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도 민간인 피해 극심

전쟁 5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집계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이후 지난 2월까지 민간인 사망자만 1만38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까지 합치면 민간인 5만4000여명이 전쟁의 희생양이 됐다.

국제재난구호단체 피스윈즈 소속의 우크라이나 활동가 테티아나 플로호트뉴크가 활동하는 지역에서는 지난 3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건물이 100채 이상 부서졌다. 이 공격으로 70대 여성 1명이 숨졌고 어린이 6명 등도 다쳤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들의 집과 삶이 송두리째 파괴됐다”고 말했다. 2024년에는 국립아동병원이 공격을 받기도 했다.

지난겨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했을 당시 수도 키이우는 하루에 불과 2~4시간 정도만 전기가 들어왔다. 현지 활동가들은 “난방도 물도 전기도 없었다. 정말 혹독한 겨울이었다”고 기억했다. 현재 금융 시스템과 공공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지속되고 있어 은행 예금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공포 작전’의 일환이라고 해석한다. 플로호트뉴크는 “민간인들이 공포와 고통을 느끼게 해 정부가 항복하거나 평화협정에 서명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평범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와 WHO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교육시설 최소 4456곳이 공격받았고, 보건 부문에 대한 공격도 2908건에 달한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또 러시아군의 처형·성폭력·포로 살해 등 전쟁범죄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는 2023~2024년 아동 납치·전력 인프라 파괴 등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주요 사령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실제 집행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전쟁범죄가 5년째 자행되는 동안 국제사회의 제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슈탐사팀=김판 김지훈 이강민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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