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른 여행 계획한다면 '무료 대중교통' 기회, 놓치지 마세요
최한결 2026. 4. 13. 17:42
[렌터카 타고 유럽] 알프스 산맥과 호수가 만나는 도시 메겐
3월 1일부터 9일까지 중부 유럽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은 대중교통 대신 렌터카를 선택해 다양한 지역을 달렸습니다. 여정 중 만난 인상적인 풍경과 이색적인 장소들을 소개합니다. <기자말>
[최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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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떠나 스위스로 진입, 루체른을 향해 달린다 |
| ⓒ 최한결 |
하이델베르크를 떠나 스위스로 향했다. 다소 먼 거리였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스위스를 이번 여행에서 꼭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향한 목적지는 루체른. 스위스를 떠올리면 많은 여행객들이 인터라켄과 융프라우를 먼저 떠올리지만, 조금 더 조용한 도시를 선택하고 싶었다.
렌터카로 시내까지 들어가는 대신, 시내에서 약 20여 분 떨어진 메겐(Meggen)이라는 지역에 숙소를 잡았다. 시내보다는 외곽 숙소를 추천하고 싶다. 루체른 호수와 알프스 산맥의 풍경을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고, 루체른 관광청에서 인증한 숙소의 경우 정해진 구간에 대해 무료 대중교통 티켓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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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겐 지역의 모습. 시내가 아닌 외곽 지역에서도 여유롭게 호수와 알프스 산맥을 즐길 수 있다 |
| ⓒ 최한결 |
숙소 도착 2~3일 전에 이메일로 받은 티켓을 통해 버스나 기차를 여행 기간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별도의 승차 절차도 없기 때문에, 대중교통에 올라탔다가 검표 요청 시 온라인 티켓을 보여주면 된다. 렌터카를 숙소에 주차해두고 루체른 시내로 향했다. 시내로 향하는 내내 창밖으로 루체른 호수와 그림 같은 산맥 풍경이 이어졌고 이동하는 순간마저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루체른의 랜드마크 카펠교와 구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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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체른의 랜드마크, 카펠교 |
| ⓒ 최한결 |
첫 목적지는 루체른의 랜드마크 카펠교(Kapellbrücke)였다. 1360년경 만들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지붕 다리로 알려져있다. 다만 현재 모습은 1993년 담뱃불로 일부가 소실된 뒤 복원된 모습이다. 다리 아래로는 루체른 호수의 맑은 물이 흐르고 중앙에는 수상탑이 우뚝 서 있어 루체른을 대표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수상탑 뒤로 필라투스산과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같다.
카펠교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슈프로이어교(Spreuerbrücke)가 나온다. 1408년에 만들어진 이 다리는 카펠교와 함께 루체른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로, 지붕 아래에는 17세기에 흑사병을 주제로 그려진 그림들이 걸려 있다. 다소 무서운 장면들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다리 바로 옆에는 조그마한 수력 발전 시설이 있는데 강한 물살을 이용하려는 루체른 사람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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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프로이어교 상단의 흑사병을 묘사한 그림들 |
| ⓒ 최한결 |
루체른 시내 관광지는 대부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카펠교와 슈프로이어교를 지나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제크 성벽(Museggmauer)을 향해 언덕을 오른다. 성벽에는 9개의 탑이 있고, 일부는 개방되어 있다. 굳이 탑에 올라가지 않아도 성벽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성벽 안쪽의 마을이었다. 성벽 안 학교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 그 주변의 마을에서 이어지는 일상적인 모습은 성벽 주변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의 터전임을 느끼게 했다. 흡사 수원 화성에서 본 마을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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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제크 성벽에서 바라본 루체른 구시가지 |
| ⓒ 최한결 |
무제크 성벽을 따라 걷다 빈사의 사자상(Löwendenkmal)으로 내려왔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지키다 전사한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대형 조각상이다. 스위스 용병들의 충성과 희생을 상징하는 작품이지만, 외국 군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이들을 기리는 것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신뢰 덕분에 이후에도 스위스 용병들은 유럽 전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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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사의 사자상 |
| ⓒ 최한결 |
그렇게 여유롭게 걸으며 자연스럽게 루체른 구시가지의 주요 명소를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화려하거나 거대하지는 않지만 곳곳에 역사가 녹아있는 단정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서울역의 모델, 루체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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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리서 바라본 루체른역 |
| ⓒ 최한결 |
루체른에 오면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 하나 더 있었다. 카펠교를 다시 지나 루체른역으로 향했다. 역에 가까워질수록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모습이 들어왔다. 루체른역은 19세기 대형 화재로 대부분이 소실된 현대식 건물로 재건되었지만 역사 정면의 아치형 구조물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모습이 서울역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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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역의 모델, 루체른역 |
| ⓒ 최한결 |
작년, 서울역 구 역사 건설 10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서울역은 루체른역을 모델로 지어졌다'라는 내용을 본 기억이 있다. 과거에는 서울역이 암스테르담역이나, 도쿄역을 참고해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옛 도면을 연구한 결과 루체른과 연관성이 밝혀졌다고 한다. 루체른역 화재 이후에는 오히려 루체른역 관계자들이 서울역을 참고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먼 유럽의 도시와 서울이 이렇게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문득, 옛 시절에는 서울역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철도로 이곳까지 올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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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를 위한 별도의 차선이 존재하는 루체른 |
| ⓒ 최한결 |
루체른역을 떠나 메겐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과 함께 자연스럽게 버스에 올라탔다. 사람과 강아지 모두 서로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반려견들이 잘 훈련되어 자리를 잡고 조용히 앉았고, 사람들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또 하나 눈에 띈 것은 자전거 문화였다. 도로에 자전거 전용 차선이 잘 정비되어 있었고, 자전거 이용자들 역시 차선 변경시 수신호를 정확히 사용하며 질서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생활 방식이었다.
용의 전설이 깃든 필라투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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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라투스산으로 향하는 케이블카 |
| ⓒ 최한결 |
루체른에 방문하면 1798m의 리기(Rigi)산 또는 2132m의 필라투스(Pilatus)산 중 하나를 선택해 오르게 된다. 리기산은 완만하고 여유로운 풍경인 반면 필라투스산은 높고 웅장한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필라투스산으로 향했다. 중세시대 이곳에 치유의 능력을 가진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성경에서 예수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빌라도가 이곳에 묻혀 필라투스라는 이름이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는 다양한 전설이 깃든 산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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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간 정류장 프레크뮌데크에서 바라본 풍경, 마치 용의 둥지 같다 |
| ⓒ 최한결 |
필라투스로 향하는 케이블카 승강장에서부터 전설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대기 줄에 사람 발자국과 용 발자국 모양이 함께 스티커로 찍혀있어 재미를 더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약 30분 정도 지나 프레크뮌데크(Fräkmüntegg) 정류장에 내렸다. 험준한 산세와 깊은 계곡, 정말 용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둥지 모양의 지형은 마치 전설 속 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프레크뮌데크에서 곤돌라로 갈아타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는 산악 열차도 있지만, 눈이 녹는 여름철에만 운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한 순간,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운 좋게 쨍쨍한 날씨 아래 탁 트인 루체른 시내와 호수, 그리고 웅장하게 둘러싼 알프스 산맥이 한눈에 펼쳐졌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장관이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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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라투스산 정상에서 바라본 루체른 |
| ⓒ 최한결 |
정상에 앉아 콜라 한 병을 마시며 한참을 절경을 바라봤다. 이렇게 시원할 수가. 그때, 저 높은 산맥 위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풍경 속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전설 속 용이 된 기분이겠지라는 엉뚱한 생각이 스쳤다.
필라투스산 정상에는 알프스 산맥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다. 표지판을 따라 융프라우 등 유명한 봉우리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한편 '드래곤 길'이라 불리는 인공 동굴을 따라 걷는 산책로도 특이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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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라투스산 정상에서의 패러글라이딩 |
| ⓒ 최한결 |
필라투스산에서 내려와 해가 질 때까지 루체른 호수 앞에 앉아 있었다. 여유롭게 맥주 한 병을 마시며 드넓은 호수와 새하얀 알프스를 감상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메겐 지역 숙소 바로 앞 산책로를 걸었는데, 안개 낀 잔잔한 호수 저 편에서 노를 젓는 사람들을 한참 구경했다. 고요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가 도시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왜 사람들이 루체른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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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 아침, 호수에서 노를 젓는 사람들 |
| ⓒ 최한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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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 질 녘 카펠교의 모습, 뒤 필라투스 산과 잘 어우러진다 |
| ⓒ 최한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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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프스의 수많은 봉우리들 |
| ⓒ 최한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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