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찾아온 치매 노인 지갑서 카드·수표 꺼내 쓴 승려 징역형

김정석 2026. 4. 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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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소속된 절을 찾아온 치매 노인의 지갑에서 신용카드와 수표를 꺼내 몰래 사용한 승려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8형사단독 김미경 부장판사는 절도와 사기 등 혐의로 경북 영천시 한 사찰 승려 김모(65)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 A씨(80)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 받아 인지능력과 판단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용해 2024년 7월 경북 경산시에 있는 A씨 집에서 A씨 지갑에 있던 100만원권 수표 2장과 1000만원권 수표 1장 등 총 1200만원 상당의 수표를 훔쳐 현금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김씨와 A씨는 2019년 10월 같은 병원에 입원했던 것을 계기로 알게 된 후 계속 교류를 이어오고 있었다. A씨는 2023년 10월 24일 ‘상세불명의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진단을 받았고, 김씨는 범행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법원은 판단했다.

이런 혐의에 대해 김씨는 “A씨가 수표를 현금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또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수사기관에서 ‘수표를 바꿀 이유가 없고 피고인에게 수표를 준 사실도 없다’고 진술한 점, 100만원권 수표 중 1장을 김씨 본인의 은행계좌로 입금한 점 등 여러 정황을 미뤄볼 때 범행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 대구지법 본관 전경. 김정석 기자


또 김씨는 2024년 8월 1일 A씨에게 “주유를 해야 하니 카드를 빌려 달라”고 해 신용카드를 건네 받고 수십 차례 A씨 몰래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이날 차량 주유로 8만2000원 상당을 사용한 것을 비롯해 같은 달 19일까지 총 50차례에 걸쳐 약 248만원을 사용하고 현금자동인출기에서 7차례에 걸쳐 모두 480만원을 인출해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치매를 앓고 있는 A씨는 2024년 8월 6일 검사를 받기 위해 자녀와 함께 병원을 방문했다가 사라진 후 귀가하지 않고 김씨가 있는 절에서 같은 달 13일까지 머물렀다. A씨가 절을 떠난 뒤에도 김씨는 A씨의 카드를 돌려주지 않은 채 계속 사용했고 같은 달 19일에 A씨의 아들이 김씨에게 연락한 뒤에서야 카드를 돌려줬다.

이에 대해 김씨는 “A씨가 ‘현금을 인출해 사찰 복구와 천도제를 지내는 데 사용하라’고 했다”면서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알츠하이머 증상 등으로 건강상태가 온전하지 못하고 심신이 미약한 상태임을 이용해 피해자의 카드를 건네받은 후 이를 소지하고 있으면서 임의로 사용하고 현금을 인출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승낙에 따른 것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고 이 사건 이후 피해자는 사망했으며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연령,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김씨와 함께 절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의 배우자 윤모(58)씨에 대해서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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