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리 오찬서 '김광균 추일서정' 읊조린 李대통령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나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의 공식 방한을 기념해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에서 시인 김광균의 시 '추일서정'을 읊조렸다.
1940년에 발표된 이 시는 폴란드 망명 정부로 일제강점기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모더니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엄혹했던 일제 강점기 시절에 조선의 시인 김광균은 조국의 현실을 폴란드 도룬시의 가을 하늘에 빗대어 노래했다"며 "물리적 거리와 시간대를 초월해서 두 민족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위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폴란드 모두 국권 침탈이라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점에 착안해 서로에 대한 친밀감과 동지애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폴란드 모두 국권 침탈이라는 수난을 극복하고 불굴의 의지로 희망의 새 역사를 써내려 왔다"며 "외세의 침략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민족의 자긍심과 문화를 당당히 지켜내고 국난을 딛고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나라는 8천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국토와 주권이 상실된 아픈 역사의 기억 앞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27년 만에 방한한 폴란드 총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1980년대 폴란드의 그단스크, 우리 때 그다니스크라고 불렀는데. 그단스크 조선소에서 시작된 연대 노조 운동은 대륙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에 전해진 희망의 등불이었다"며 "1990년대 폴란드가 시장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우, LG 등 한국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고, 이는 폴란드의 경제 성장에 중요한 한 축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통령은 쇼팽을 언급하며 양국의 문화적 동질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한국에 가장 널리 알려진 폴란드 음악가일 것"이라며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조성진씨는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 중 한 사람이 됐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2018년 10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셨던 투스크 총리께서 주최한 브리쉘 아셈 정상회의 만찬장에서 대한민국의 임동혁 피아니스트가 쇼팽의 곡을 선보였다'며 "양국 문화가 어우러져 빛났던 순간을 많은 세계인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깊은 우정 위에 쌓아 올린 우리 양국의 협력 관계는 불확실한 세계 정세를 맞이하여 방산과 인프라 등 전략적 분야의 협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며 "방산 협력은 단순히 무기를 수출하는 일이 아니다. 국가의 안보를 다른 나라에 맡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우수한 무기 체계는 폴란드의 무기로 진화해서 유럽 시장이라는 큰 무대를 향해서 뻗어가고 있다"며 "유럽이 방산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에 맞물려 양국 간 방산 협력이 폴란드의 국방력 그리고 방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에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투스크 총리 레흐 바웬사를 언급하며 양국의 감정적 연대의 기억을 꺼냈다.
투스크 총리는 "저희는 아직도 1천500명의 한국전쟁 고아들을 폴란드로 받아들인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이 아이들은 이북 출신, 이남 출신 모두 섞여 있었다. 저희가 생각해 왔던 것들을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확신을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건 바로 저희 위대한 폴란드인 레흐 바웬사 같은 뛰어난 폴란드 인물들이 한국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감이 되었다는 사실"이라며 "저희의 우정은 전통이 깊다"고 말했다.
투스크 총리는 "비슷한 연대기와 비슷한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삶에서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고, 여태까지 많은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을 많이 보면서 지내왔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통령께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는지 저는 잘 알고 있다"며 "특히나 1년 전에 대통령께서 직접 보여주셨던 그 용기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저한테도 많은 영감을 가져다 준 계기였다"며 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투스크 총리는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에 패배한 일을 '가장 불미스러웠던 일'로 언급하며 "저희는 이제 그것을 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투스크 총리는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채식주의자'를, 자신의 손녀들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열렬한 팬이라고 소개하며 한국 문화가 폴란드에 끼친 영향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일한 이해 관계뿐만 아니라 동일한 가치관을 갖고 미래를 함께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며 "다음에는 바르샤바에서 같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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