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국적이 필요하냐고요? 당장 이것부터 해야 합니다"

이영광 2026. 4. 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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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415] KBS 1TV <시사기획 창> 범기영 기자

[이영광 기자]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생성형 AI는 대부분 외국산이다. 이 때문에 국산 AI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정부는 '소버린 AI'('소버린 AI' 프로젝트는 한국이 해외 AI 서비스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국내 데이터·인프라로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운영하는 국가 주도 사업이다 - 기자 말)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과연 AI에 국적이 필요할까?

미국 정부는 이란 전쟁 시작 직전, AI 모델 클로드를 만든 회사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전격 지정했다. 하지만 국방망에 통합된 클로드를 바로 배제하지는 못했고 이란 공습 과정에 활용했다. 앤트로픽은 자사 AI가 동원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AI의 위력, 그리고 모호한 통제권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지난 7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AI에 국적을 묻다' 편에서는 이란 전쟁으로 시작해 '소버린 AI' 프로젝트의 필요성과 한계를 짚어보고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파헤쳤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9일 해당 회차를 취재한 범기영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범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AI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AI에 대한 취재는 왜 하게 되었나요?
"저 역시 여느 사용자들처럼 일상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AI 프로그램인 클로드를 포함해 업무 전반에 제미나이와 챗GPT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소버린 AI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대한 것이었죠. '우리가 이미 외산 모델을 잘 쓰고 있는데, 국산 모델이 정말 필요할까?', '만든다면 과연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같은 질문들이었습니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이번 취재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 취재하기 전에 기자님은 AI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어요?
"저는 평소 업무에 AI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입니다. 직접 써보니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하고 요약하는 능력이 탁월해, 기자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소버린 AI'에 대해서는 기대와 의문이 공존했습니다. 이미 외산 모델들이 충분히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만의 독자적인 모델이 꼭 필요할까?' 혹은 '만들어진다 해도 시장에서 잘 안착할 수 있을까?' 하는 실효성 측면의 의구심을 품고 취재에 임했습니다."

- 프로그램 시작에서 이란 전쟁 이야기로 AI에 대한 질문 던졌잖아요. 의도가 있을 것 같아요.
"이란 전쟁은 AI가 지닌 두려운 위력과 그에 따른 통제권 문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앤트로픽이 만든 AI 클로드가 미국 국방망에 통합되어 공습 타깃 선정 등에 활용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 보도로 잘 알려져 있죠. 흥미로운 점은 공습 직전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을 느닷없이 공급망 우려 기업으로 지정했다는 것입니다. 민간인 감시나 인간의 개입 없는 최종 공격 수행에 반대하는 기업의 입장이 정부와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지정 선언만 했을 뿐, 이미 시스템에 고도로 통합된 클로드를 대체할 수 없어 결국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강력한 도구이지만 통제권과 책임은 모호한 이 비극적인 사례, 특히 학교 폭격이라는 참혹한 현실을 통해 AI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 AI는 데이터가 쌓여야 하잖아요. 한국어를 활용한 데이터가 적으면 한계가 있나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어 사용 인구가 적으니 AI학습 데이터의 절대량도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AI가 한국어의 미묘한 맥락이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정확히 인지하려면 한국어 중심의 깊이 있는 학습이 필수적입니다. 영어가 능숙하신 분들은 제미나이나 클로드 같은 모델에 영어로 질문했을 때 훨씬 더 정교한 답변을 얻는다고 하죠. 중국 AI모델의 답변에 한자가 나오는 것도 중국이 한자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외산 모델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법도 있지만, 처음부터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모델을 만드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만의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

- 요즘 한류가 인기니까 한국어 배우는 사람이 늘어나잖아요. 그건 영향 없을까요?
"언어 데이터 수집하는 업체에서 외국인이 쓰는 한국어 수준으로 AI를 활용하면 모델이 망가진다고 우려했어요. 엉뚱한 소리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완벽한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더 좋은 답변 정확한 표현을 한다는 거죠. 전문가들도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용자가 AI를 학습시켜야 한다고 말하더라고요."

"로봇에게 고난도 작업은..."
 KBS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방송을 보니 로봇에게 어떤 걸 집어 달라고 하는 집어주잖아요. 말을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사람이 손으로 가리키는 걸 보고 집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로봇은 보고 듣는 기능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사용자가 착용한 스마트 안경의 영상 데이터가 AI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동시에, 로봇 손에 장착된 카메라가 물건의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하죠. 즉, 인간의 음성을 알아듣는 청각 정보와 두 개의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결합해 사물을 인식하는 개념입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 컵케이크처럼 뭉개지기 쉬운 물건을 집는 장면을 찍었는데, 이는 로봇에게 상당한 고난도 작업입니다. 음성을 잘못 이해해 엉뚱한 물건을 집어서도 안 되고, 로봇 손의 압력을 조절하지 못해 컵케이크를 망가뜨려서도 안 되니까요. 정확히 알아듣고, 섬세하게 집어, 안전하게 내려놓는 과정은 인간에겐 일상이지만 로봇에겐 기술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 AI 학습도 어느 나라 생활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다른가 봅니다.
"각 나라의 법질서와 문화, 정서는 물론 집안의 구조나 식생활 같은 세밀한 생활 양식은 모두 다르잖아요. 심지어 교통 체계 같은 공공 시스템도 차이가 있죠. AI나 로봇이 우리 삶에 들어왔을 때, 이러한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크고 작은 갈등이나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AI가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하게 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이 다큐의 주제가 AI에게 국적을 물을 수 있냐는 거잖아요.
"결국 우리만의 독자적인 AI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죠. 하지만 다큐는 이에 대해 성급하게 단정적인 답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적화된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특히 국방이나 공공 영역처럼 데이터 유출이 민감하고 국가적 안보와 직결된 분야에서는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 GPU를 중국에는 수출하지 마'라고 미국에서 통제하는 것처럼 소프트웨어도 그렇게 통제할 수도 있죠. 접근을 차단해 버리거나 가격을 올릴 수도 있고요. 의료나 법률처럼 민감한 정보들이 많은 부분은 AI를 학습시키거나 활용하는 과정에서 정보 유출 우려들도 많고요. 이런 측면에서는 우리가 자체 AI를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 방송에서 피지컬 AI가 명함 집는 게 나오는데, 어려워 보이더라고요.
"지문일 수도 있고요. 손끝이 좀 덜 예민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죠.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가 명함을 집으리고 지시하죠 . 우리 뇌에서 신호를 주는 것처럼요. 로봇의 눈은 렌즈로 이 테이블 위에 있는 그 얇은 종이를 인식해요. 그냥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 종이의 물리적인 특징을 알아야 해요. 두께 무게 질감 이런 걸 파악해야 힘을 얼마나 줄지 어떻게 내가 움직여야 할지 알죠. 그런 결정을 해서 명함을 집는 거예요.

근데 보면 손 자체의 능력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아요. 얇은 걸 안정적으로 잡고 집어 드는 게 간단치 않은가 봐요. 인간은 이 정보를 아주 쉽게 처리하잖아요. 손에도 예민한 감각이 있고 관절 근육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서 그냥 명함을 집죠. 로봇의 다섯 손가락 형태는 사람의 것과 비슷하게 했지만, 힘을 얼마나 줘야 될지 어느 대목에서 힘을 좀 빼야 하는지 얼마나 구부려야 되는지 이거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겁니다. 관절 꺾이는 곳마다 모터가 들어가 있죠. 지금은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로봇이 스스로 학습을 반복하며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데 아직도 쉽지 않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은요?
"취재 내내 AI의 통제권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결론은 우리만의 것을 기본으로 갖추되, 필요에 따라 외부 모델을 병행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준비 없이 외부 모델에만 기대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통제권보다 더 본질적인 숙제는 성능입니다. 아무리 국가대표 AI를 표방해도 성능이 떨어지면 결국 공공 행정망에서만 쓰이는 고립된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릅니다.

냉정하게 보면 현재 한국 모델의 지능 순위는 글로벌 선두 그룹과 격차가 큽니다. 세계 1등 모델인 제미나이나 GPT가 50점대 후반을 기록할 때, 우리 AI 모델은 아직 20~30점대입니다. 갈 길이 멀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풍경은 희망적이었습니다. 모델을 만드는 연구소부터 이를 실제 로보틱스에 적용하는 기업들, 그리고 여러 반도체 기업들까지 정말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의 분투를 보며 이제는 진심으로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만의 AI가 잘 되면 좋겠어요."

- 취재했는데 방송에 못 담은 게 있을까요?
"정말 정말 많습니다. 이번 취재를 위해 국내 4개 컨소시엄을 모두 돌며 현재 한국 AI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을 거의 다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방송 분량의 한계로 한 컷도 나가지 못한 회사들이 꽤 많아 제작자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당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AI 휴먼 기술입니다. 제 모습과 음성을 그대로 학습시켜 홀로그램 같은 가상의 자아를 만드는 기술이죠.

일종의 아바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 외형뿐만 아니라 음성까지 정밀하게 학습시켜 어떤 텍스트를 입력해도 제 목소리와 똑같은 AI 기자가 탄생할 수 있겠더라고요. 실제로 해당 업체 스튜디오에 가서 직접 촬영하고 제작 공정 전반에 참여하며 공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 편집 단계에서 전체 흐름상 제외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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