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한 권 때문에 사라진 이웃, ‘명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람은 이름 따라 산다고 하지만, 북한에서 태어난 명주(命主)는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자신의 이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했다.
북한 정권이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을 내세우며 건물 도색 작업에 나선 뒤, 명주의 집 외벽도 부드러운 색으로 덮였지만 그의 삶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수치와 흩어진 증언에 그쳤던 북한 주민의 현실을 명주라는 일상 속 인물로 전환시켜 보여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 종교탄압 압축해 선보여

사람은 이름 따라 산다고 하지만, 북한에서 태어난 명주(命主)는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자신의 이름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했다. 그는 끝내 생각했다. “대개 북한에서는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할 수 없어. 주어진 것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일반적인 삶이야.”
북한 정권이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을 내세우며 건물 도색 작업에 나선 뒤, 명주의 집 외벽도 부드러운 색으로 덮였지만 그의 삶은 조금도 밝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생활총화를 적으며 서로를 고발하고 감시할 뿐이었다. 겉은 동화처럼 평온해 보이지만, 그의 방 안에는 체제 수호와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구호가 적힌 책이 놓여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13일 서울 종로구 북한인권박물관에서 ‘오늘의 명주’를 주제로 진행한 전시에서 보여진 가상 인물의 삶이다. 수치와 흩어진 증언에 그쳤던 북한 주민의 현실을 명주라는 일상 속 인물로 전환시켜 보여준다.
이 전시 핵심 오브제는 문이다. 분홍색 문 넘어 명주의 세계에는 어린 시절 그가 겪었던 탄압과 박해가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문서영 조사분석원은 “안에서는 열 수 없고 밖에서 당겨야 열리는 문을 상징적으로 사용했다”며 “문밖에 있는 우리가 북한 주민을 구할 수 있는 핵심 역할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실 곳곳에는 북한 내 종교 탄압의 온상이 드러난다. 전시된 영상에는 함경북도 온성군 보위부에 갇혔던 한 탈북민의 증언이 나왔다. “옆 호실에 있던 기독교인 남성이 자신의 신앙을 인정하고 찬송가를 부르자 그날 밤 비밀리에 처형됐다.”
전시 공간 곳곳에 붙어 있는 종이에는 “가택수색 과정에서 성경책이 나왔고 국가 비밀을 넘겼다는 이유로 실종된 이웃”이나 “짐 속에서 성경이 나와 정치범 수용소에 잡혀간 아는 청년” 등의 사건이 기록돼 있다. 탈북민에게 기증받은 기증품도 전시됐다. 사도행전 16장이 적힌 비닐 삐라와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표지를 가진 위장 성경책 등이다.
지난해 NKDB가 탈북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북한종교자유백서’에 따르면 응답자 99.6%가 “자유로운 종교 활동이 어렵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이후 군중신고법과 인민반조직운영법 등에 종교자유를 억압하는 법을 명시해 통제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안하영 NKDB 팀장은 “우리가 북한의 문이 열릴 때까지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북한으로 들어갈 좁은 틈이 보일 때 빛을 흘려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연우 박윤서 기자 ye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큰 교회 ‘리모델링 섬김’… 작은 교회 성장의 마중물 됐다
- 지선 50일 앞 교계, 정치중립·선거법 준수 다잡기
- 길어진 전쟁 속 치솟는 유가… 선교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 ‘직장 따돌림’ 깊은 상처… 은혜로 아문 삶에 섬김의 새순 돋다
- 목회자들 시대의 아픔 품고 릴레이 기도
- 폭발 차량서 생명 구한 히어로… 알고 보니 ‘의사 집사님’
- 서류 밖 이주 아동에 희망을… 청년 5인, 디지털 신분증 개발
- 담장 안 뜨거운 고백 “부활의 복음이 나에게 들어왔다”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