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이제는 인프라다④]전기차의 질주…올해 40만대 향해 달려

원유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전기차 전환은 필연적이다. 친환경·탈탄소라는 기존 명제에 에너지 독립성이라는 축이 더해지면서, 전기차는 이제 선택이 아닌 가야만 하는 길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전환의 접점에는 급속충전 인프라가 있다.
반복되는 에너지 충격…전환을 밀어 올리는 구조적 변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더 이상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유가가 종전 이후로도 높은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 변동성은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위험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충격이 누적될수록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과 비용 안정성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전기차 전환 압력 역시 지속적으로 높아진다.

내연기관차 연료비는 국제 유가에 직결된다. 유가가 상승하면 소비자는 즉각적인 비용 부담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전기차는 다르다. 충전 요금은 발전 설비 투자비용, 송배전 비용, 운영·유지관리 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 반영되는 분산된 원가 구조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유가 충격이 충전 요금에 직접적으로 전이되지 않고 상당 부분 완충된다.
특히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전기차 전환은 개인의 경제적 선택을 넘어 국가 차원의 에너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 측면에서도 전기차의 효율성은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현재의 전력 믹스에서도 전기차의 에너지 전환 효율(Well-to-Wheel)이 내연기관차 대비 약 1.5~2배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이 확대될 경우 이 격차는 더욱 커진다. 이는 전기차 전환이 에너지 자립성과 경제 안정성 강화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이자, 에너지 안보 차원의 핵심 과제임을 시사한다.
여기에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발전원 다변화가 진행될수록 전기차의 유가 의존도는 더욱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전기차의 에너지 비용은 내연기관 대비 낮고, 변동성 역시 제한적이다. 결국 원유 중심의 에너지 구조에서 벗어나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는 전기차다. 이는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필연에 가깝다.
고유가 리스크가 현실화된 지금, 전기차 전환은 '친환경'을 넘어선 실존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중동발 위기에 취약한 한국 경제 구조상,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은 생존을 위한 선택에 가깝다. 이 흐름이 고착될수록 충전 인프라의 전략적·경제적 가치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집밥의 한계, 급속 시대가 열리는 이유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충전 수요는 비례해 증가한다. 문제는 그 수요를 어디서 소화하느냐다. 통계청이 2025년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공동주택 비율은 79.6%로, 미국·유럽 주요 국가 대비 약 2배 높은 수준이다. K-apt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가구당 평균 주차면수는 1.05대, 2000년 이후 준공된 신축 단지도 1.2대 수준에 그친다. 이런 환경에서 기존 주차면을 삭감하며 확산된 비공용완속 충전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주차공간이 빠듯한 단지에서 전기차만 장시간 자리를 점유하는 구조는 입주민 간 분쟁을 피하기 어렵다.
전력 인프라도 중요한 제약 요인이다. 아파트는 건설 당시 설계 단계에서 수전용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입주 이후 전기차 충전 수요 증가에 맞춰 증설하는 일은 쉽지 않다. 변압기 증설이 가능하더라도 고압 전력 인입 공사에는 수억 원대 비용이 수반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역별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여유가 줄어드는 상황까지 겹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특정 아파트 거주민을 위해 완속 충전기를 대규모로 설치하는 방식은 공공 전력 자원을 한정된 공간에 몰아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소지도 있다.
완속의 퇴조는 급속 인프라 수요의 확대를 의미한다. 아파트 충전 갈등이 심화되고 비공용·완속 중심 모델의 한계가 뚜렷해질수록, 도심 곳곳에 자리 잡은 공공 급속 충전소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충전의 무게중심은 이제 '집밥'에서 '생활 거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급속충전 인프라, 선점 효과가 지배한다
공용 급속충전 시장은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대규모 수전 설비, 고압 전력 인입, 부지 확보까지 복합적인 역량이 동시에 요구된다. 부지 확보 및 급속충전기 설치를 위해서는 장시간 운영하면서 얻어진 충전 데이터와 빠른 유지보수 체계 등을 검증받아야 하며, 이것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먼저 들어온 사업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이며, 그 결과 채비·SK·롯데 중심의 빅3 체제로 재편됐다.
급속충전은 완속과 달리 고전압 충전을 통해 짧은 시간 내 충전을 완료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안정성과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충전 실패나 고장은 곧바로 이용자 불편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사업자에 대한 선호가 강화된다. 이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충전소를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빅3' 체제 속에서도 사업자 간 격차는 나타난다. 채비는 타 CPO 대비 서울 기준 약 2배, 전국 기준 약 1.3배 높은 가동률을 기록하며 운영 효율 측면에서 격차를 벌리고 있다. 급속충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수록, 채비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이유다.
에너지 위기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적 환경이다. 유가 불안이 반복될수록 전기차 전환의 필요성은 더욱 강화되고, 전환 속도 역시 가속된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바뀌고 있다. '전기차가 얼마나 팔릴 것인가'가 아니라 '충전 인프라가 그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가'다. 전환의 속도를 결정짓는 것은 차량이 아니라 인프라다. 결국 충전 인프라의 구축과 핵심 거점 선점이 이 필연적 변화의 수혜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채비의 증권신고서 24만대는 틀렸다, 시장이 훨씬 빠르다
오는 29일 상장 예정인 채비 IPO 사업계획의 전기차 보급 추정치 24만대는 이미 빗나간 지 오래다. 채비가 증권신고서에서 제시한 2026년 낙관적 추정치 27만대는 물론, 2027년의 낙관적 추정치 36만대도 2026년에 넘어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오는 29일 상장을 앞둔 채비는 증권신고서에 '연간 전기차 보급목표'는 하이브리드 초과 보급을 통한 보급실적도 일부 인정되는 것을 감안하여, '연간 전기차 보급목표' 대비 각각 59%, 68%로 보수적 추정하여 2026년 24만440대, 2027년 32만3069대로 추정했다. 낙관적 추정은 2026년 26만7156대, 2027년 35만8965대이다. 그러나 최근 시장 상황은 채비의 낙관적 추정보다 더 많이 보급됨은 물론, 2027년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 32만대(중립 시나리오), 35만대(낙관적 시나리오)도 2026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국내 신규 등록 자동차 16만1517대 가운데 전기차는 4만1918대로 26.0%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달(1만7694대) 대비 약 2.5배 증가한 수치다. 누적 기준으로도 전기차 판매량은 101만4442대를 기록하며 마침내 100만대를 돌파했다.
더 주목할 점은 성장 속도다. 지난 15년간 누적 판매량이 약 90만대에 그쳤던 것과 달리, 올해 한 해에만 약 40만대가 판매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상 보조금 집행 이전으로 판매가 가장 부진한 1분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8만7627대가 판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40만대 돌파는 기정사실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채비가 사업계획을 세울 당시 가정했던 시장 환경은 이미 과거가 됐다.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쌓이고 있고, 그 수요는 결국 충전 인프라로 향한다. 사업계획이 빗나갔다는 것은 채비에게 리스크가 아니라 기회다. 수익성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채비의 셈법이 틀렸다면, 그 틀림은 채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틀렸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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