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신라 비석 두 조각…3D 스캔으로 ‘한몸’ 확인
3D 스캔 결과 파손면 정확히 하나로
"광개토대왕릉비 한자와 같아 주목"
국립경주박물관, 연구성과 함께 전시

일제강점기와 2020년에 각각 발견된 신라 비석 조각이 애초 하나였음이 확인돼 서로 맞댄 모습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각각 반쪽만 남았던 글자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비석을 세운 주체와 관련된 연구도 진전하게 됐다.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경주 월성 유적에서 83년의 시차를 두고 발견된 비편(비석의 조각) 2점이 하나의 비석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돼 관련 연구성과와 함께 공개한다고 13일 밝혔다. 해당 유물은 국립경주박물관 내 자료실인 신라천년보고에서 이날부터 8월 17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2020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가 수습한 비편은 가로 16.47㎝, 세로 16.58㎝, 두께 13.67㎝, 무게는 약 2.7㎏이다. 당시 경주 계림~월성 진입로 구간에서 월성을 둘러싼 방어용 도랑(垓子)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출토됐다. 돌조각엔 ‘貢(공)’, ‘白(백)’, ‘不(불)’, ‘天(천)’ 등의 글자가 씌어 있었다.
이 비편을 조사하던 연구소 측은 2024년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또 다른 비편을 떠올렸다.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 시절인 1937년 6월 27일 서월성지에서 수습한 해당 비편은 가로 13.62㎝, 세로 11.13㎝, 두께 9.75㎝, 무게 약 1.23㎏으로 더 작은 크기다. ‘存(존)’이라는 글자 외에 대부분이 훼손된 상태였지만 뒷면에 수습 날짜와 수습 직원(최남주)의 이름 등이 기록된 상태였다.

두 기관의 분석 결과 이들 비석 재료는 석영·장석·흑운모가 포함된 알칼리 화강암으로 동일했고 산지 분석 결과 경주 남산 일대에서 채석됐음이 밝혀졌다. 이후 정밀 3차원(3D) 스캔 결과물을 검토한 결과 두 조각의 파손면이 정확히 맞물리는 게 확인됐다. 특히 각각 반쪽씩만 남아 있던 글자가 하나로 이어지며 ‘稱(칭)’이라는 글자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글자는 총 16자이며 일부만 판독 가능하다. 글자 배열과 가공 상태로 볼 때 비석의 가장자리가 아닌 중앙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연구소 측은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석 건립 주체를 둘러싸고 학술적 쟁점이 부상하고 있다. 비편에 사용된 서체가 신라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된 해서(楷書)가 아니라 예서(隸書)라는 점에서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예서체는 고구려 비석에서 주로 확인되는 서체로, 일각에선 광개토대왕릉비에 사용된 글자와 유사성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개토대왕릉비에 나오는 일부 한자가 월성 비편에도 그대로 쓰였고, 신라 비석보다 고구려 비석과 글씨체가 유사하단 점에서 5세기 고구려의 ‘신라 남정’을 뒷받침하는 사료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광개토대왕릉비에는 5세기초 고구려가 백제·가야·왜의 협공을 받은 신라의 요청을 받아 원군을 보내 격퇴하고 신라를 속국으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반면 신라사 연구자들은 서체만으로 건립 주체를 확정하기에는 서체가 특정 시대나 국가 혹은 지역의 전유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들 비편이 경주 월성에서 출토되었다는 점에서 비의 건립과 그 내용 작성 주체가 신라인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시에는 비석 조각과 함께, 3D 스캔 자료, 글자 판독 결과, 광개토대왕릉비와의 서체 비교 자료도 곁들여진다. 국립경주박물관의 김현희 학예연구과장은 “앞으로 추가적인 조각이 발견되어 이 비석의 정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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