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 대통령 글에 반박할 자격 있나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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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외무부는 11일 오전 X 계정에 전날 2년 전 이스라엘 군의 팔레스타인 무장 대원 시신 유기 영상을 공유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날, 유대인 학살 사건을 경시하는 발언을 포함한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히 규탄 받아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
| ⓒ 이스라엘외무부X계정 |
이스라엘 외무부의 발언 속에는 자신들이 겪은 유대인 학살이 다른 민족들이 겪은 인권침해와 나란히 언급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돼 있다. 자신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벌이는 살상이 나치의 전쟁범죄와 함께 언급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담겨 있다.
80년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대규모 학살
피해 규모로만 보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인 학살도 규모가 상당하다.
지난해 9월 말에 보도된 가자지구 보건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부터 2025년 9월 말까지 가자전쟁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6만 6005명이고 부상자는 16만 8162명이다. 그중 약 절반은 여성과 어린이로 추정된다. 나머지 절반의 상당수는 민간인 남성이다. 이것을 집단학살이나 제노사이드로 부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 학살은 1948년 5월 14일의 이스라엘 건국에 즈음해 시작됐다. 현대 세계사에서 간헐적으로나마 근 80년간 이어지는 대규모 학살의 가해자는 이스라엘뿐이다.
이스라엘인들이 1948년부터 학살을 벌였다는 점은 이츠하크 샤미르(1915~2012) 전 이스라엘 총리의 행적에서도 나타난다. 이스라엘 건국에 기여한 그는 고토(故土) 회복 운동의 차원을 뛰어넘어 명확히 민간인 학살에 포함되는 만행을 저질렀다.
샤미르는 20대 중반부터 '로하메이 헤롯 이스라엘(이스라엘의 자유를 위한 전사)'이라는 시온주의 그룹에서 활동했다. '스턴 갱'으로도 불리는 이 그룹의 학살 범죄에 관해 1991년 11월 3일 자 <한겨레> 6면은 이렇게 보도했다.
"샤미르의 스턴 갱 그룹은 48년 예루살렘 부근 데이르 야신 마을 습격 사건도 주도했다. 당시 유대인 테러집단의 습격으로 이 아랍인 마을의 부녀자와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한 1백 20명의 민간인이 학살됐다. 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중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향을 버리고 유랑의 길을 떠난 것은 이들 테러집단의 학살에 대한 공포도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건국 전부터 민간인 학살을 벌인 이스라엘인들은 미국으로부터 국가 승인을 받은 직후인 그해 5월 15일 제1차 중동전쟁을 일으켰다. 건국 다음날에 발발한 이 전쟁은 팔레스타인 전투원뿐 아니라 민간인들도 대량학살에 노출시켰다. <기독교 사회윤리> 2025년 제63집에 실린 김상기 서울신학대 연구원의 논문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 명명을 위한 논증'은 피해 규모를 이렇게 설명한다.
"팔레스타인 국민들이 나크바(Nakba, 대재앙)라고 부르는 이 사건으로 약 75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이스라엘은 531개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하고 70회 이상의 학살을 자행하여 15,0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을 살해했다."
531개 마을에서 70회 이상의 학살이 발생한 사실은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인명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드러낸다. 사상자 숫자를 따질 것도 없이, 531과 70이라는 수치만으로도 야만성이 충분히 노출된다.
이런 학살에 대한 죄의식이 이스라엘 사회에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은 나크바를 입에 담는 이스라엘인들의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까지도 대량학살의 역사가 담긴 이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고 있다.
2024년 6월 4일에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한국 국회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한국 국회에서 간담회를 가진 니달 아부줄루프(Nidal AbuZuluf, 팔레스타인 평화활동가)의 보고에 따르면, 2023년 11월에 이스라엘 농업부장관은 "우리는 이제 실제로 가자 나크바를 전개하고 있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자신들이 가자지구에서 나크바를 벌이고 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던 것이다.
아부줄루프에 따르면, 아미차이 엘리야후(Amichai Eliyahu) 이스라엘 문화유산부장관은 2023년 11월 5일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선택 중 하나가 가자지구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다른 장관도 아니고 문화유산부장관이 가자지구 핵폭탄 투하를 운운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인명과 그들의 문명에 대한 가치 평가를 드러내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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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6월 7일, 가자지구 가자시티 알 사브라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파괴된 가옥 잔해 속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시신과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
| ⓒ EPA=연합뉴스 |
1982년 9월,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캠프에서 이스라엘군의 묵인하에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가 800~3500명을 살해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간접적 책임을 시인했다.
1987년 12월, 가자지구에서 민중봉기인 제1차 인티파다가 개시됐다. 이스라엘은 이를 6년간 진압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사람 1162명을 죽였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의 제2차 인티파다 때는 그 숫자가 3354명이었다. 위 <기독교 사회윤리> 논문은 2008년부터 2023년 가자전쟁 직전까지의 학살을 이렇게 정리한다.
"주조납작전(Cast Lead)은 2008년 12월 27일부터 2009년 1월 18일까지 22일간 지속된 군사작전으로 팔레스타인 사람 1417명(민간인 926명 포함), 이스라엘 사람 13명이 사망했다. 방어기둥작전(Pillar of Defense)은 8일간 지속되어 팔레스타인 사람 174명, 이스라엘 사람 6명이 사망했다. 보호경계작전(Protective Edge)은 50일간 지속되어 팔레스타인 사람 2251명(민간인 1462명), 이스라엘 사람 73명이 사망했다. 2021년 가자전쟁은 11일간 지속되어 팔레스타인 사람 260명, 이스라엘 사람 13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자국민 사망자가 팔레스타인 사망자보다 많든 적든 자국민의 피해를 부각시키며 분노를 표한다. 사망자 숫자만 갖고 경중을 따질 수 없으므로 이스라엘의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스라엘은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라는 이 대통령의 글에 대해서는 "유대인 학살을 경시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가했다.
수백만 명이 희생된 유대인 학살과 1만 5000명이 희생된 나크바 학살은 무고한 인명이 희생됐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나크바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담으면서, 유대인 학살이 여타 사건들과 나란히 언급되는 것에는 화를 낸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런 태도가 정부 차원에서까지 나타나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이스라엘 사회의 논의 수준을 반영한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은 다른 민족의 인명을 경시하는 이스라엘인들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런 태도가 히틀러의 인명 경시 태도와 어떻게 다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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