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경고 "엔비디아 사업방식, '닷컴 버블' 판매자금융과 유사"
[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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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16일 열린 GTC 2026에서 삼성전자 부스 방문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
| ⓒ 삼성전자 |
반도체 호황, 이번엔 단순 '사이클'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12일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그동안 순환적 특성을 보여왔지만, 이번 확장세는 과거와 다른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대중화(2013~2015년)와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2017~2018년) 당시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넘어서면서 사이클이 둔화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이번에는 AI 산업 발전에 힘입어 여느 때보다 폭발적인 수요가 나타나는데도 HBM(고대역폭메모리)의 높은 공정 난이도와 기업들의 보수적인 증설 기조로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2023~2024년 초 중단했던 평택 일부 라인 건설공사를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정된 생산라인에서 HBM 공급을 늘리기 위해 범용 D램 라인을 전환하다 보니, 오히려 범용 D램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이번 확장세는 공급 제약으로 인해 수급불균형이 과거에 비해 크고 길어지는 모습"이라며 "최근의 공급제약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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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벨리 세네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에 참가해 차세대 HBM4E 기술력과 메모리 토털 솔루션 등을 공개했다. |
| ⓒ 삼성전자 |
먼저 한은은 현재 AI 투자가 '수익성 분석'보다는 '시장 주도권 선점'에 치우쳐 있다고 평가했다. AI 산업에서 주도권을 갖는 기업은 과거 플랫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뒤 아직까지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자금 여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은은 "당분간은 시장의 관심이 주도권 확보 경쟁에 머물러 있겠지만, 관심이 실제 수익화 가능성으로 점차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로는 AI 인프라 투자를 작년과 올해와 같은 속도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주도권 경쟁이 일단락된 뒤에는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도 점차 둔화되면서 반도체 수요 증가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둘째로 빅테크들의 자금 여력도 변수다. 빅테크 자체의 재원만으로 AI 인프라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자사주 매입을 줄이고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빅테크 4사(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의 자사주 매입 합산 금액은 2019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오라클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사채 발행을 급격히 늘리는 모습이다.
특히 엔비디아가 자사 GPU를 구매해 AI기업들에게 빌려주는 '네오클라우드' 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모습은 '닷컴버블기 판매자 금융'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구글 '터보퀀트'의 등장으로 부각된 AI 모델 경량화 기술도 반도체 사이클에는 위협 요인이다. 급등한 메모리 가격이 빅테크 기업들로 하여금 메모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동기가 되고 있다는 것. 다만 효율성 개선이 오히려 글로벌 메모리 수요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AI 활용 범위를 넓혀 시장 수요를 확대하는 '제본스의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반도체 공장 증설도 변수다. 한은은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신공장이 2027~2028년 순차 완공되면 공급이 수요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건설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용인캠퍼스와 마이크론의 신규 공장은 2027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평택5공장은 2028년부터 생산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국내 기업의 신규 공장이 상대적으로 큰 규모인 만큼, 반도체 수급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추격이다. 현재 중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HBM과 범용D램 모두 국내 기업에 비해 4년 정도 뒤처져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메모리 기업의 D램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이 2027년 17%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 만큼 범용 D램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한은은 "AI 확산속도 및 활용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반도체 경기 확장세의 지속 기간은 특정 시기로 전망되기보다는 매우 유동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면서도 "수요 측면에서는 피지컬(물리적) AI 등으로 AI 활용이 보다 광범위해질 경우,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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