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1980년 사북사태의 상처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혁진 2026. 4. 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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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초청 상영 <1980년 사북>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젠 국가가 응답하라

[이혁진 기자]

 오마이뉴스 초청 <1980사북> 상영 이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박봉남 감독과 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과 대담하고 있다.(왼쪽부터)
ⓒ 이혁진
1980년 봄 사북에서 무슨 일이... 5년에 걸쳐 만든 '다큐멘터리'

지난 10일 용산 CGV에서 오마이뉴스가 초청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1980 사북>을 관람했다. 이날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와 10만인클럽, 독자 등 1백여 명을 초대했다.

사북사태는 1979년 10.26과 12.12로 이어지는 국가비상사태를 거치면서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 동원탄좌 사북 영업소에서 노동조건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을 국가권력인 계엄사령부가 무참하게 고문하고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정확히는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경찰 1명이 사망하고 광부 70여 명이 다치는 사건으로 종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후 계엄군은 사건 주동자와 선동자 등 남녀를 가리지 않고 81명을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검거했다.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 반신불수로 사는 남자들의 몰골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특히 여성들이 당한 수치와 모욕은 더 이상 듣기 민망할 정도이다.

그러고도 당시 전두환 정권은 사태 이후 주민들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사북을 찾았다. 이에 주민들은 '대통령 오신 마을'이라는 비석을 세우는 등 왜곡된 사실을 미화하는 역사적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사북 사태에 대한 진실이 수면 아래 묻혔던 이유이다. 이후 사북에는 1998년 폐광 지역을 살리고자 카지노 기업 강원랜드가 들어섰다.

다큐는 사북 사태 40주년을 맞아 황인욱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과 박봉남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다큐는 인터뷰에 응한 수십 명의 피해자들이 치욕을 상기하는 것조차 힘들었을 텐데 용기를 내 가능했다. 무엇보다 피해자는 물론 경찰 등 가해자의 목소리까지 담아 균형을 시도한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다큐는 사태 이후 전국으로 흩어진 피해자들을 찾아 이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았다. 그리고 계엄군의 수사자료와 언론 보도 등 방대한 내용을 추적해 사북의 흔적과 기억을 되살렸다. 요컨대 다큐가 강조하는 것은 광부와 경찰 모두 피해자이며 서로 화해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북의 아픔과 상처는 아물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다. 다큐는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역사 속에 묻힐 것 같은 사실 관계를 다시 규명하는 문제 의식을 갖자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로 2019년 '사북항쟁특별위원회'도 활동하고 있다.

120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순식간에 흘렀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들이 사북사태를 그저 공권력에 대항한 난동으로만 치부하고 사태의 진실을 애써 외면한 것은 아닌지 내내 부끄럽고 반성했다.
 2019년 8월 사북항쟁특별위원회가 사북항쟁 명예회복을 염원하는 사북에서 청와대까지 도보행진 출정식을 하고 있다.
ⓒ 사북항쟁특별위원회
사북사태와 관련해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2024년 12월 사태를 재조사하면서 국가가 사과하고 관련 보상을 하기를 촉구했다. 앞서 2008년에도 진실화해위원회는 사북항쟁에 대한 정부의 공식사과와 명예회복 조처를 권고했다.

특히 다큐 제작진은 지난해 12월 김민석 국무총리가 진실화해위원회 권고에 따라 국가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에 고무됐다. 오마이뉴스 또한 특별기획시리즈를 통해 사북 사태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10일 자에는 사북 학생들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게재했다(해당 기사: "정말 대통령님이 읽으시나요?" 청와대로 간 학생들의 편지 : https://omn.kr/2hpds).

사북에 진정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날 다큐 상영 후 제작진과 관객과의 대화 열기도 뜨거웠다.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사북사태의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발걸음이라는 데 공감했다. 관객 의견 중에는 대통령이 오신 마을이라 쓰인 비석을 이전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그것도 역사의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대로 존치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영화를 보며 그들의 아픔에 슬퍼하며 공감했다. 그러면서 2024년 2월 겨울 정선 사북에 있는 하이원 리조트에서 마주한 사북의 흔적들을 떠올렸다. 거기에는 일자형 연립주택으로 1동에는 4 가구가 살고 가구당 방 2개에, 화장실은 10 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했다는 광산 사택촌 이야기가 있다.
 2024년 2월 강원랜드 하이원 리조트에 있는 초등학생의 시 '아버지'가 오가는 시민들에게 사북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 이혁진
사북초등학교 5학년 김명희 학생이 지은 '아버지'라는 시는 사북의 정체성을 소환해 반갑기조차 했다. 학생은 마치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광산을 팔 년이나 다녔다/그런데 아직도 세 들어 산다/월급만 나오면 싸움이 벌어진다/화투를 져서 빚도 지고 온다/ 빚을 지고 온 아버지는/어머니에게 죽어라고 빈다/그래도 어머니는 용서 안 한다/밤에 잘 때는/언제 싸웠냐는 듯이/오순도순 잔다/그땐/누나와 나도/꼭 껴안고 잔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21일 사북사태가 일어난 날이 다가오는 데 관해 감회를 묻자 박 감독은 흥분된 어조로 답했다.
"어떻게 맞이할지 아직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사북 현장의 사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결론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는 객관적 접근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이어 다큐 영화의 기획자인 황 소장은 "국가 폭력이 개인의 몸을 망가뜨리는 것을 넘어 가정과 공동체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북이 잘 보여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사북항쟁의 기록과 역사적 진실은 널리 알려지고 보존돼야 마땅하다. 억울한 누명을 벗고 피해자들의 명예도 하루 속히 회복해야 한다. 부디 사북에 진정 따뜻한 봄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편, 이번 초청 상영은 자발적으로 구성된 '시민상영위원회'가 지난해 10월부터 상영을 시작해 앞으로 100회 목표로 하고 있다. 시민상영위원회와 뜻을 함께하는 시민은 정선지역사회연구소 '늦은메아리운동' 앞으로 후원할 수 있다(농협 301-0284-9808-31).

《 group 》 시니어그룹 : https://omn.kr/group/senior_2024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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