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사자 앞세워 ‘젠지세대’ 공략하는 北…“다음번 영웅은 꼭 내가 될 것”

북한이 입대를 앞둔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러시아 파병 북한군 유가족을 위해 조성한 ‘새별거리’로 보내 충성 의식을 벌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러시아 파병 성과를 청년세대의 사상 무장에 활용하는 체제 결속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9차 당대회를 통해 한 단계 올라선 ‘김정은 유일 영도 체계’를 공고화하는 동시에 4대 세습을 염두에 두고 ‘북한판 젠지세대’를 체제 보위의 핵심 계층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 담긴 측면도 있다.
노동신문은 13일 1면에 ‘입대를 탄원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연일 새별 거리를 찾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이들이 평양 시내 각 고급중학교 졸업생이 파병군 전사자 유가족을 찾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배들처럼 국가와 가족, 모교의 자랑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사동구역 송신고급중학교 졸업생들은 북한 당국이 희생된 장병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새별 거리를 돌아보면서 “모교의 다음번 영웅은 꼭 자기들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2024년 10월 1만 2000명 규모의 병력을 처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낸 북한은 관련 사실을 일절 내부에 알리지 않다가 지난해 4월 러시아가 ‘쿠르스크 승전’을 선언한 뒤부터 이들을 영웅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김정은이 직접 파병군의 시신을 인수하는 모습을 공개한 데 이어 8월에는 파병군에게 국가 표창을 수여하면서 평양에 참전군과 유족을 위한 주택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김정은이 지난해 5월 건립 계획을 밝힌 파병군 추모기념관은 이달 중순 완공을 앞두고 있다. 김정은은 이달 초 완공을 앞둔 기념관 건설 현장을 방문해 “자랑스러운 아들들의 위대한 영웅 정신을 칭송하는 시대의 기념비, 애국주의 교양의 전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4월 중순 이곳에 참전 열사들의 유해를 안치하는 의식을 엄숙히 거행하고 쿠르스크 해방 작전 종결 1돌을 맞으며 준공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군 영웅화에 공을 들이는 건 혈맹으로 발돋움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선대와 차별화된 김정은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데 더해 대규모 전사자 발생에 따른 민심 이반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사상 결속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북한 청년세대를 결속하기 위한 구심점으로 이를 활용하려는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 서사에 편승한 김정은의 파병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도”라면서도 “전쟁 경험이 없고 사상적 결속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세대의 충성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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