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기숙사·주차장·빈집까지 공공주택 짓는다…"분양 물량 부족하면 집값 자극"
공공 임대 아파트로만 기우는 정책
"공공 마중물 역할하고, 민간은 활로 열어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가 공공주택 건설을 위해 확보하는 부지 중에는 서울 시내 곳곳 소규모 용지가 다수다. SH공사가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주택공급계획' 자료에 따르면 올해엔 공릉동 공공기숙사 리모델링과 동작구 상도동 청석주차장 등에 각각 32가구와 36가구를 공급한다. 올해 주택공급 부지엔 신영동의 빈집도 포함돼 있다. 여기엔 14가구가 임대로 공급된다.
SH공사가 보유한 토지가 아니라면 분양과 임대 비율을 공사가 정할 순 없다. 국공유지에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을 SH공사가 시행 등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 임대와 분양 비중은 토지를 보유한 기관이 정하기 때문이다. SH공사 관계자는 "국공유지 공공주택 건설에선 분양 또는 임대 공공주택 공급 비율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며 "임대와 분양 공급 비중은 땅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 정한다"고 했다.
토지를 보유한 기관이 비율을 정하다 보니 향후 5년간 전체 공급물량에서 분양은 더욱 쪼그라들게 된다. SH공사가 토지를 갖고 개발하는 사업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얘기다.

민간 분양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공공 분양까지 줄어들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는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주택 공급이 수요를 밑도는 상황에서 분양 감소 문제는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 분양 물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착공은 이전보다 감소했다. 국토교통 통계누리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착공 실적은 2022년 4만4894가구를 기록한 이후 2023년 2만7426가구, 2024년 2만1821가구, 지난해 2만7134가구 등 최근 3년간 평균이 2만가구 수준으로 줄었다. 착공 이후 준공까지 통상 3년 이상 소요된다고 봤을 때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재정비가 아닌 시행 사업은 쉽지 않다"며 "올해 분양이 늘었더라도 새로운 사업이 없어 분양 실적에 대한 기대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임대 물량은 2030년까지 꾸준히 늘어난다. 2029년 하계5단지에 1336세대가 전량 임대로 책정됐으며 2030년엔 '강남3구'인 서초구 염곡동 차고지에 1014가구가 임대로 들어선다.
현 정부도 임대 위주의 공공주택 공급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목표로 주택 물량 확대에 더해 품질을 높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넓은 평형의 공공임대를 현재보다 더 늘리고 역세권의 민간 공급 토지를 LH 직접 시행으로 전환해 공공임대를 역세권에 전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분양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공 분양마저 물량이 줄어들 경우 실수요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서울 주택에 대한 강한 수요는 곧 가격 상승으로도 연결된다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매매수급동향을 보면 이달 첫째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3.1을 기록했다. 대출 규제에도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것이다. 해당 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공급이, 높으면 수요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5월 이후 연속으로 100을 웃돌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105를 넘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계층의 주택 수요자에 맞는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취약층을 위해 공공 주도로 임대를 강조하는 기조에 더해 민간을 통한 분양 시장 활성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 물량에 '내 집 마련'과 '자산 형성의 사다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분양 물량을 적절히 배분해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이 활로를 여는 '공공·민간 투 트랙 전략'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심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공공 임대를 통해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는 계층도 있고 지원 없이 시장 논리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다"며 "각자 니즈에 맞는 다층적인 공급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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