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히트' 포기한 박승규의 '힛 포 더 팀', 라팍 더그아웃에 '박제'됐다 [IS 피플]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삼성 더그아웃에 새로운 문구가 등장했다. 사이클링 히트까지 포기하며 '팀 승리'를 앞세운 박승규의 한마디가 삼성 더그아웃 칠판에 새겨졌다.
이 문구는 박승규의 경기 후 중계 인터뷰에서 비롯됐다.
박승규는 지난 10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에서 5타수 4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4-4 동점이던 2사 만루 상황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3루타를 쳐내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화제가 된 것은 마지막 타석의 3루타였다. 앞서 1회 3루타, 3회 단타, 5회 홈런을 기록한 박승규는 사이클링 히트까지 2루타 단 한 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마지막 타석에서 2루에 머물렀다면 대기록을 완성할 수 있었으나, 그는 개인 기록 대신 3루까지 내달려 이날 자신의 두 번째 3루타를 만들어냈다. 더그아웃의 삼성 선수들은 역전 타점에 환호하면서도 사이클링 히트 무산에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박승규는 왜 2루에 멈추지 않았을까. 그는 인터뷰에서 "3루까지 갈 수 있는 타구라면 3루까지 가겠다고 마음먹고 타석에 임했다"며, "개인 기록도 영광스럽지만,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기에 팀에 도움이 되는 쪽을 택했다"고 밝혔다. '힛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 대신 '힛 포 더 팀(Hit for the Team)'을 선택한 것이다. 그의 전력질주는 직후 이어진 류지혁의 적시 2루타 때 득점으로 연결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 말에 감명을 받은 최고참 강민호는 더그아웃 칠판에 해당 문구를 적어 넣었다. 원래 이 칠판에는 'Don't worry, Be happy'와 '필생즉사, 필사즉생'이 적혀 있었다. 전자는 지난해 시즌 초 연패 상황에서 강민호가 적은 것이고, 후자는 김성윤이 모자 챙에 적어 둔 것을 옮겨 적어 후반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던 문구다. 강민호는 2023년에도 '두려움 없이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문구로 팀 타선을 깨운 바 있다.


새로운 문구가 필요한 새 시즌, '라팍 더그아웃 게시물 관리자' 강민호는 박승규의 한마디를 칠판에 적어 넣었다. 다만 왜 '선수'에 강조를 했는지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팀을 우선시하려는 박승규의 의도를 온전히 전달하면서도 후배의 대기록 무산을 못내 아쉬워 한 강민호 특유의 위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박승규는 "책임감이 더 생긴다"라며 쑥쓰러운 미소를 지었다. 더그아웃 좌우명으로 '원 팀'을 강조했던 강민호와 삼성은 박승규의 문구를 매 경기 되새기며 3연승을 달렸다.
대구=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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