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까지 흔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BIS "유입 늘면 현지 통화 가치 절하"
원화 USDT 거래량 세계 2위…괴리율 선진국 중 최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다음 날 환율을 선반영해와"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외환시장 환율까지 움직인다는 사실이 국제결제은행(BIS)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실증됐다.
미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까지 나온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발 달러 수요가 환율을 직접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BIS가 지난달 발간한 '스테이블코인 자금 흐름과 외환시장 파급효과(Stablecoin flows and spillovers to FX markets)'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입이 늘면 현지 통화 가치가 절하되고 스테이블코인 시장과 전통 외환시장 간 달러 가격 괴리도 함께 확대되는 인과관계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1년 1월부터 작년 11월까지 64개 중앙화거래소(CEX)에서 거래된 테더(USDT)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4종과 27개국 법정화폐의 일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됐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은 앞서 제기된 바 있으나 이를 학술적으로 입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BIS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업·개인 투자자 등이 현지 통화를 달러로 바꾸는 대체 외환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상적인 시장이라면 거래소에서 원화로 스테이블코인을 사는 가격과 전통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는 가격이 같아야 한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으로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 거래소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전통 외환시장 환율보다 비싸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거시경제가 불안하거나 자본통제가 있는 나라일수록 이 괴리가 심하게 벌어진다.
문제는 이 괴리가 디지털자산 시장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BIS는 스테이블코인을 사려는 수요가 몰릴수록 현지 통화를 파는 압력이 현물 외환시장에 쌓이고, 이것이 실제 현지 환율 절하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원화는 이 파급효과에 특히 노출된 통화로 꼽힌다. BIS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2분기 원화로 거래되는 테더(USDT)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억2373만 달러로, 달러(3억3천313만 달러)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유로화(1억2천327만 달러)와 거의 맞먹는 규모다.
거래량만 많은 게 아니다. 거래소에서 원화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살 때와 전통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살 때의 가격 차이(괴리율) 평균은 2.51%, 최대 10.53%까지 벌어지며 주요 선진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크다. 원화로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그만큼 많고, 이에 따라 두 시장 간 가격 차이도 크게 벌어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원화 스테이블코인(KRWQ)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까지 생겨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원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디지털자산 거래소 EDX마켓의 자회사 EDXM 인터내셔널은 이달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을 활용해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무기한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디지털자산 시장이 빠르고 투명하다 보니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다음 날 환율을 선반영해온 경향이 있다"며 "현재는 스테이블코인이 원화 가치를 약하게 만드는 직접적 계기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영역인 만큼 당국이 주의 깊게 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이후에도 스테이블코인은 송금·결제 등 실물 거래에 특화된 별도 채널로 기능하기 때문에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IS도 스테이블코인을 "금융안정과 직결되는 글로벌 외환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규정하며, 각 나라의 통화 당국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모니터링을 거시건전성 감독 체계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언하기도 했다.

bhjeon@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opyright © YONHAPINFOM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