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릴 수도, 줄일 수도 없다”…치킨업계, 사면초가에 ‘속수무책’

김찬주 2026. 4.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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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고물가·배달비 인상...업계 '임계점' 오나
경기불황에 닭고기값 급등까지 '릴레이 악재'
ⓒ데일리안DB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치킨 중량제' 시행으로 운영 부담이 커진 가운데 기약 없는 경기 불황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환율 급등에 따른 사료값 인상 등으로 원재료값이 치솟으면서 업계가 연쇄 타격을 맞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건비·고금리·고물가에 원·부자재 수급 비용, 배달비 부담까지 커진 데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 가격 인상 제한 등 겹악재에 직면하면서 조만간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족발은 되고 치킨은 안 된다?… ‘중량 고지’ 기준 두고 역차별 논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외식상품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중량을 줄이는 경우, 해당 사실을 소비자에 사전공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당시 공정위는 소비자의 알 권리 강화와 가격·중량 변동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식품·외식업계에서 가격 인상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잇따르면서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변동 정보와 주문하려는 식품에 대한 중량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들 입장에서는 대내외적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자조가 나왔다.

특히 시장의 형평성과 제품 제조 공정을 등한시 한 강압적 조치라는게 업계의 반응이다.

원재료를 외부 공급 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쓰는 업계 조리 공정상 프랜차이즈 본사나 가맹점주가 고의로 중량을 조작할 여지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육 가공업체에서 납품 받은 닭을 조리하기 때문에 제조 초기부터 중량을 속여 제품을 만들 수 없다"며 "튀김류의 특성상 조리 과정에서 수분이 빠지는 정도가 제각각인데 일정한 중량을 유지하는 것도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여전하다.

정부가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10곳 만을 대상으로 삼은 탓이다. 최근 공정위에 집계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지난해 11월 기준 647곳에 달한다. 족발 등 타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이번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마트에 신선식품 코너에 진열된 닭고기. ⓒ뉴시스

얼어붙은 경기에 매출은 감소, 닭고기 등 원재료 가격은 상승

대외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중동 정세와 1500원 이상을 기록 중인 환율 고공행진으로 촉발된 경기 불황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데다, AI 확산 및 사료용 곡물 수입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주요 원재료인 닭고기 값이 급등한 탓이다.

축산유통정보 '다봄'에 따르면 닭고기 소매가격은 지난달 28일 기준 ㎏당 6534원을 기록했다. 2023년 6월(평균 가격, ㎏당 6429원)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간 평균 가격은 6612원으로, 직전주(3월 16~22일) 대비 약 5% 올랐고, 도매가격은 지난달 1일~27일 기준 ㎏당 4240원을 기록해 지난달(3846원)보다 10.2% 상승했다.

이 같은 원육 가격 상승은 닭고기용 병아리를 낳는 부모 닭인 육용 종계 살처분이 크게 늘어나고 이동 중지 명령까지 겹치면서 공급이 부족해진 탓이다.

산지 가격과 도매가도 오름세다.

위탁 생산한 닭의 산지 가격은 지난 달 기준 한 달 새 8.4% 상승했다. 닭고기 업체가 대형마트와 대리점, 프랜차이즈에 공급하는 도매가격도 지난달 27일 기준 1㎏당 4256원으로 지난 2월 3987원보다 6.7% 올랐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는 정부 규제와 경기 불황의 장기화, 원재료값 폭등에 고금리,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가맹점주 부담 등을 한꺼번에 떠안게 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튀김유(전용유), 원육, 배달용기, 비닐 포장재 가격 인상분을 본사가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겹악재'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본사와 가맹점주들의 임계치가 한계에 도달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본사 입장에서는 원·부재료값 상승분을 부담하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본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임계점에 다다르게 되면, 공급 출고가를 올릴 수 밖에 없다"며 "현재로선 겨울철이 지나 AI 확산이 잠잠해지는 계절적 특수 만이라도 지나간다면 차츰 회복될 것으로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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