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13억” “5년 뒤 파이어”…삼성·SK하닉 ‘입사 고시’ 열풍

이영근, 김수민 2026. 4. 13. 0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대기업 채용이 한창인 가운데 삼성과 SK그룹의 입사시험 대비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에듀윌

“지금 반도체 업계에 취직하면 5년만 일해도 ‘파이어(FIRE)’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 명문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재학중인 박모(26)씨는 최근 석사 진학 고민을 접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신입 공채에 지원했다. 그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취업해 목돈을 마련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용어사전 >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줄임말. 재정적 독립을 이룬 뒤 이른 은퇴를 추구하는 생활 방식을 뜻한다. '파이어족'은 조기은퇴족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채용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반도체 업계를 향한 취업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12일 에듀윌에 따르면 SK그룹 채용 대비서『에듀윌 SKCT 기본서』는 지난주 예스24 e북 전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삼성그룹 채용을 준비하는 GSAT 교재 판매량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대비 약 40% 증가했다. 에듀윌 관계자는 “호실적을 낸 반도체 기업들이 높은 보상체계를 제시하면서 관련 직군을 희망하는 수험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된 SKCT 시험을 전후로 3000명이 모인 반도체 취업 준비생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험 전에는 “떨린다”, “연습한 대로만 보자”는 응원이 오갔고, 시험이 끝난 뒤에는 난이도와 합격 커트라인을 묻는 글이 잇따르며 채팅방이 술렁였다. 한 반도체 엔지니어는 “평소 연락도 없던 대학교 동아리 후배에게까지 공채 대비법과 업계 상황을 물어왔다”고 전했다.

학원가에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선호하는 진로를 묶어 ‘하의치한약수’(하이닉스·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삼성은 지난달 10일부터 상반기 공채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감독관이 삼성직무적성검사 응시자를 대상으로 예비 소집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삼성


13억 받는다? 고성과급 잔치…지속 가능성은 물음표


이 같은 취업 열기는 최근 반도체 업계의 역대급 실적과 파격적인 성과급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는 ‘신기원’을 연 가운데, 오는 23일 실적발표 예정인 SK하이닉스도 4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증권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이 44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이 경우 임직원 1인당 평균 성과급은 약 12억9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협상을 통해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적 증가를 예상하면서도 “단기간에 캐파(생산능력) 증가가 쉽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400조원대 영업이익 전망은 다소 과장된 수치”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다만 SK하이닉스가 촉발한 고성과급 체계가 지속가능한 지에 대해선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초기업노조는 최근 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하고 40조5000억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주주 배당금에 사용된 재원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회사도 성과급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주주 환원과 설비 투자, 사업부 간 형평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반도체 기업의 기록적인 성과는 개별 구성원의 노력 뿐 아니라 ‘AI 호황’이라는 외부 환경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지금처럼 부서 전체 실적에 따라 일괄 지급하는 방식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부 단위의 ‘뭉텅이식’ 보상에서 벗어나 개인의 구체적인 성과와 기여도에 정밀하게 연동되는 보상 구조를 설계해야 노사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성과급 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더중앙플러스-이런 기사도 있어요

「 더는 예전의 삼전·하닉 아니다…“엔비디아처럼 간다” 그 근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5504

이영근·김수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