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자녀 1.3만 명…부모가 남긴 ‘또 다른 창살’에 갇히다 [부모 형벌 나눠 지는 자녀]

임성빈, 오삼권, 김예정 2026. 4. 1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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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대전교도소 모습. 뉴스1

아버지가 구속된 2024년,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주호(가명)는 집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사는 72세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당장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다니던 학교는 계속 갈 수 있는 건지, 아버지와는 얼마 동안이나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정확한 영문을 알 수 없는 나이였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할머니의 형편 때문에 네 살 위 누나 주미(가명)는 작은할머니 집으로 가야 했다. 긴급복지 생계지원금을 두 차례 받을 정도로 급격한 경제적 위기에 빠진 가족은 할머니의 병원비, 주호의 교육비, 아버지의 영치금 등으로 인해 이달도 빠듯한 살림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버지의 구속 이후 학교생활을 어려워하던 주호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고 매달 치료를 받고 있다.

부모의 구속이나 수형생활 탓에 미성년 시기 급격한 어려움에 빠진 ‘수용자 자녀’가 약 1만3000명에 달하고 있다. 재판이 끝나 형이 확정된 수형자와 체포·구속 등으로 교정시설에 수감된 미결수용자들의 자녀다. 수용자 자녀는 경제·정서적 문제를 겪을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잃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부모의 형벌을 아이들이 본의 아니게 나눠서 지게 되는 상황이다.

12일 중앙일보가 인터뷰한 수용자 가족들은 자신의 가족이 구속되던 일련의 과정이 꽤 갑작스럽게 다가왔다고 입을 모았다. 수용자 본인이 자신의 범죄와 재판 과정을 가족에게 쉬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수용자 자녀는 무방비 상태로 생계난에 놓이게 된다.

지난달 울산 울주군에서 30대 아버지와 미성년 자녀 4명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아이들의 어머니가 구속된 이후였다.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사라진 후 남은 가족이 극심한 생활고에 빠졌다. 남성은 막내인 생후 5개월짜리 아이 등 4남매를 키우면서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지난 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남준의(55·가명)씨도 남편의 구속으로 4남매를 홀로 키웠다. 남씨는 “남편이 구속되고 나 혼자 ‘쓰리잡’을 하던 때, 새벽 배달 일을 하다 너무 힘들어서 운전하던 자동차 핸들을 놓아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아이들을 생각하며 아등바등 버텼다”고 했다.

박성민(19·가명)씨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아버지가 구속되면서 생활비를 직접 벌기 위해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주중엔 고깃집에서, 주말엔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아버지 영치금과 변제금 등으로 60만원을 쓰면 수중에 남는 돈이 없었다. 박씨는 “내신 1~2등급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곧잘 했다”며 “내년 대학 입시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차준홍 기자

법무부 교정본부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전국 수용자의 미성년 자녀는 1만2791명이었다. 전년 대비 819명(6.8%) 증가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용자(8267명) 중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답한 사람은 45.9%였다. 구속 기간이 이어지면 남은 가족들의 경제 상황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주호·주미 남매와 박성민씨처럼 경제·정서·학업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는 수용자 자녀가 많지만 ‘범죄자의 자식’이란 사회적 낙인 탓에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는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수용자자녀 보호를 위한 지원’이 지난해 12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 개정으로 법에 명시되면서 이들을 지원할 제도적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됐지만 올해 말 시행 예정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아직 일회성 물품 지원 등에 그친 수준이다.

전문가는 부모의 구속이 미성년 자녀의 삶에 대한 ‘사회적 형벌’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들이 커가는 동안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015년부터 수용자 가족 지원 활동을 이어온 이경림 사단법인 세움 대표는 “왜 수용자 자녀까지 지원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모든 아동은 부모의 범죄와 상관없이 보호가 필요하다면 도와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갑자기 살던 집이나 다니던 학교를 떠나야 하는 아동이 있다면 누구라도 도와야 하겠지만, 수용자 자녀는 특히 이런 경우가 많다”며 “실질적으로 수용자 자녀 지원은 부모의 재복역률을 낮추고 아동의 심리정서문제를 예방하는 사회적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임성빈·오삼권·김예정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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