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와 3040이 오고 싶은 교회 만들어갈 것”

45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 송파구 한빛교회(김진오 목사)가 청소년과 3040세대를 위한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교회에서 만난 김진오(58) 목사는 “우리 교회 앞에 문화재가 있어 교회를 크게 새로 짓거나 증축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고민 끝에 리모델링과 새 건물 매입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빛교회 4층은 다음세대를 위한 곳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쾌적한 환경의 교회학교 예배당과 풋살장 PC방 스터디카페 바비큐장 등이 생겼다. 1층엔 즉석 사진 촬영 부스도 있다. 아이들이 놀고 싶을 때 교회에서 놀게 하는 게 목표다.
김 목사는 “요즘 학교에서는 반 학생 30여명 중 교회 다니는 아이가 1명 있을까 말까다. 교회 다닌다고 왕따 당하는 시대”라며 “그 수모를 겪으면서 예수님을 사랑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가 다음세대에 힘을 쏟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오랫동안 다음세대 사역자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전도사 시절부터 문화사역단체 보냄과세움에서 찬양을 담당했고 이후에는 16년간 각종 대형 청소년 캠프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청소년 사역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이 있었다.
“흔히 어른들 심령은 열대과일 같고 아이들의 심령은 달걀 같다고 해요. 어른들은 처음엔 인격적으로 다가오지만 그 안엔 단단한 씨앗이 있어 깊게 접근하기가 어려운데 아이들은 반대로 껍질만 깨면 그 안까지 파고들 수 있거든요. 더운 여름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먹이면서 함께 예배했던 게 아직도 생각이 나요.”
한빛교회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했던 그는 2001년부터 10년간 전북 군산은광교회에서 사역했다. 이후 성도들과 원로목사의 요청으로 한빛교회 담임목사로 부름받았다. 부임 첫해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연례행사는 설마다 교회학교 아이들에게 사비로 세뱃돈을 주는 것이다.
“구정 한 달 전부터 은행에 들러 빳빳한 새 돈을 준비해요. 설이 끼어있는 주일에 영유아부터 청년까지 일일이 만나 인사하고 축복하며 세뱃돈을 줍니다. 새해에 아이들을 격려하고 아이들은 담임목사를 친근하게 생각하는 의미 있는 자리에요. 당회에서 이제는 세뱃돈을 교회 예산으로 하자고 했는데 제가 거절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아이들을 섬기고 싶어서요.”
김 목사가 한빛교회 담임이 됐을 때 당시 부채가 20억원이 넘었다. 그는 “‘내가복음’에 보면 교회 빚이 20억원을 넘기면 갚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고 웃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가 부흥하고 그 빚을 다 갚았지만 지난해 다시 대출을 받고 교회 옆 빌라를 샀다. 3040세대를 위해서였다.
“빌라 9세대 중 4세대는 부교역자 사택으로 쓰고 나머지를 3040세대 부부에게 저렴하게 전세를 줬어요. 어릴 때부터 우리 교회에서 자랐고 결혼까지 한 제자들이에요. 요즘 젊은 부부들이 집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교회가 이들에게 신경 쓰고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죠.”
교회를 젊은 감각에 맞게 바꾸려는 노력은 또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사무총회(공동의회)를 다툼이나 분열의 시간이 아닌 화목한 논의의 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사무총회 한 달 반 전부터 부서와 팀별로 모임을 시작한다. 중직자가 아닌 평신도의 제안이나 불만부터 먼저 듣고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서다. 사무총회 당일에는 성도들이 다 같이 간단히 식사부터 하고 회의를 시작한다. 이미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합의점을 찾았으니 사무총회는 결정한 것을 확인하고 서로 격려하는 자리가 된다.
“전통적인 회의 시스템은 유지하면서 온기를 부여할 방법을 모색하다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입니다. 교회 재정도 모두 다 투명하게 공개하고요. 무엇보다 3년 치 교회 계획을 미리 보고 합니다. 교회 비전과 사역을 성도들과 공유해야 같이 성장할 수 있거든요. 성도들은 연초부터 연말 부흥회에 어느 강사가 올지까지 다 알고 있죠.”
최근 김 목사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목회자가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개발이다. 서울신학대에서 관련 박사 학위를 받고 지방회 등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어느 대형교회를 보니까 담임목사 설교를 위해 자료 조사하는 인원이 7명이나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부교역자조차 없는 교회의 담임목사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 분들을 위해 AI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가 개발하는 프로그램은 설교 준비는 물론이고 시각화 자료, 소그룹 교재, 뉴스, 주보까지 만들 수 있다. 하룻밤 새에 바뀌는 AI 트렌드를 따라가기 쉽지 않지만 꾸준하게 시간을 투자하며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저는 우리 교회 성도들의 행복지수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 그만큼 동역자인 다른 목회자들이 최선을 다해 목회할 수 있도록 돕고 싶고요. 성도와 목회자 모두 즐거운 신앙생활을 할 때 한국교회가 더 부흥하고 건강해지리라 믿습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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