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동해 (1) “안과의사 부족한 아프리카에 선한 사마리아인 될 것”

이현성 2026. 4. 1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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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턱 막히는 섭씨 40도의 열기.

아프리카엔 인구 100만명당 안과 의사가 한 명뿐이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이기에 안과의사가 되려 하지 않는다.

안과 의사가 된 뒤에도 한때 명동 한복판에 병원을 개원해 세상 성공에 취해 세속적인 성공을 맹목적으로 좇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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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안 살리려 진학한 의대
한때 세속적 성공 맹목적으로 좇다
하나님 인도하심 따라 한 걸음씩
해외 의료 선교 사명의 길로
지난 8일 서울 중구 명동성모안과에서 만난 김동해 비전케어 이사장. 명동성모안과 원장이기도 한 그는 “아프리카의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살길 원한다”고 말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숨이 턱턱 막히는 섭씨 40도의 열기. 코를 찌르는 시큼한 땀 냄새와 흙먼지가 뒤엉킨 진료소. 빛을 잃은 이들이 누군가의 소매를 붙잡고 끝이 보이지 않게 줄을 서 있다. 수술용 현미경 너머로 그들의 희뿌연 수정체를 마주할 때마다 곱씹는다. ‘이 일은 내가 시작한 것도 아니고 내가 끝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님이 시작하셨으니 마무리도 주님이 하실 것이다. 이건 사명, 사명이다.’

아프리카엔 인구 100만명당 안과 의사가 한 명뿐이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이기에 안과의사가 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시력을 잃고 외상이나 선천성 백내장으로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상상조차 안 했다. 어린 시절 나는 밤하늘의 별을 보는 천문학자를 꿈꿨다.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등 떠밀려 의대에 진학했지만…. 의대생 시절에는 사회를 향한 분노로 최루탄 연기 속을 방황했고, 어머니 몰래 오토바이를 샀다가 들켜 호되게 꾸중을 들은 철없는 청년이었다. 안과 의사가 된 뒤에도 한때 명동 한복판에 병원을 개원해 세상 성공에 취해 세속적인 성공을 맹목적으로 좇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나의 교만과 욕망을 번번이 꺾으셨다. 버림받은 환자들이 모인 충북 음성 꽃동네로 나를 부르셔서 매일 죽음 곁에서 생명의 존엄을 배우게 하셨고 병원 개원 후 성공보다 큰 좌절을 통해 내 힘을 빼셨다. 더군다나 2001년 9·11 테러의 참상을 목격한 뒤 증오의 땅 파키스탄을 찾아 평화와 사랑의 도구가 되겠다고 결단했을 때도. 해외 사역을 넓혀갈수록 병원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족조차 의료 선교를 지지하지 않았다.

완전히 무너져 내려 두 손을 들고 엎드렸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기적이 시작됐다. 공항 세관에 억류됐던 수술 장비가 선교사들의 눈물의 중보 기도로 기적처럼 통관되고, 사역을 포기하려던 순간에는 익명의 후원자가 편지와 함께 후원금을 보내왔다.

어떤 이들의 눈에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룩한 길을 걸어온 희생의 아이콘일지도 모른다. 2002년부터 40개국을 돌며 무료 안과 수술만 수만 건을 했으니까. 하지만 흙먼지 날리는 아프리카에서 내가 뼈저리게 깨달은 진실은 전혀 다르다. 이 모든 기적과 열매는 결코 내 개인의 의지나 능력이 만들어낸 게 아니다. 하나님께서 등을 떠미실 때 두려움 속에서 억지로 내디뎠던 한 걸음, 그 걸음걸음은 주님의 섭리로 이어졌다.

나의 나 된 것은 오직 주의 은혜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한 인간의 낡은 성공담으로 치부될 수 없다. 앞으로 나눌 이야기의 상당수는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집을 부렸던 나의 부끄러운 실패의 기록이다. 하지만 간증이 꼭 빛나는 성공담일 필요는 없지 않나. 하나님의 일하심은 오히려 철저히 실패하고 부서진 자리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평범한 의사가 어떻게 그분의 부르심 앞에 항복했는지, 상처 많던 자아가 어떻게 빚어져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됐는지. 그 은혜의 발자취를 나눈다.

<약력>△1964년 출생 △가톨릭대 의과대 △가톨릭대 의과대학원 △국제실명구호기구 비전케어 이사장 △명동성모안과 원장

정리=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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