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석유 최고가격제, 무원칙 운영은 부작용 더 키운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한 달째 접어들면서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원유 공급이 불확실한 위기 상황에서 석유류 소비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가시화하는 데다, 무원칙한 운영에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유 최고가격제에선 2주 단위로 정부가 정유사의 공급가를 정하는데, 10일부터 적용한 3차 가격은 지난 2차 때와 동일하다. 그런데 이는 시행 당시 정부가 언급한 ‘국제유가 연동’과 어긋나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 가격의 기준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을 보면 지난 2주간 휘발유 가격은 1.6%, 경유는 23.7%, 등유는 11.5% 상승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고가격을 동결하면서 그 이유로 민생 부담을 들었다. 가격이 급등한 경유는 화물차·택배용 등 생계형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원칙도 지키지 않는 운영으로 시장가격과의 괴리가 커지고, 재정 부담 역시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시장가격과의 차액은 결국 재정으로 메워줘야 한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된 관련 비용만 5조원가량이다. 더구나 경유는 생계형 소비자만이 아니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비싼 외제 차를 모는 이들도 함께 쓴다. 형편이 어려운 생계형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려면 가격에 직접 손대는 대신 대상자를 특정해 지원하는 게 보다 적절하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눌러 놓은 탓에 석유류 소비가 줄지 않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의 주유소 판매량 통계를 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2주 만에 휘발유는 24.7%, 경유는 16.3%가 더 팔렸다. 공공기관에서 차량 2부제를 시행하는 등 위기 대책을 강화하는데도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쯤 되면 최고가격제가 비상한 시기에 필요한 비상한 대책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파격적 대책일수록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후유증도 크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 앞으로 유가가 안정되는 조짐이 나타날 경우 신속히 종료하기 위한 출구전략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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