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의 미래를 묻다] 터보퀀트의 메모리 혁신은 AI 대중화의 변곡점

최근 ‘터보퀀트(TurboQuant)’라는 기술 용어 하나가 글로벌 빅테크 시장을 뒤흔들었다. 구글이 발표한 이 기술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는 소식에 시장은 반도체 수요 감소를 우려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도체 기업 주가가 급락했고, 뉴스는 온통 ‘반도체 충격’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태계 최전선에서 뛰는 입장에서 이 신호는 다르게 읽힌다. 위기가 아니라, AI가 ‘특권’에서 ‘상식’으로 넘어가는 거대한 변곡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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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 획기적 압축 터보퀀트
AI 접근 비용 줄여 수요 커질 것
모두가 AI 쓰는 시대 눈앞에
관련 인프라 확충 서둘러야
」
![생성형 AI를 쓰는 비용은 지난 수년간 가파르게 감소했고, AI 서비스의 총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AFP=연합뉴스·셔터스톡]](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3/joongang/20260413001747348viui.jpg)
임계점 아래로 비용 내려갈 때 혁신
기술의 역사에는 반복되는 철칙이 있다. 인터넷과 클라우드 모두 초기엔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하는 소수만의 전유물이었다. 초창기 인터넷은 연구소와 정부기관을 잇는 네트워크였고, 클라우드 컴퓨팅도 도입 초기엔 대기업만 감당할 수 있는 구조였다. 혁신이 세상을 바꾼 결정적 순간은 성능이 정점에 달했을 때가 아니라, 단위 비용이 임계점 아래로 내려가 누구나 그 기술을 감당할 수 있게 된 시점이었다.
클라우드의 경우 운영 비용이 줄어들자 소수의 인원으로도 글로벌 서비스를 구동할 수 있게 됐고, 그 순간부터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시장에 쏟아졌다. AI도 지금 그 변곡점에 근접하고 있다.
스페이스X에서 일하며 이와 유사한 ‘효율의 혁명’이 현장에서 산업을 바꾸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스페이스X가 로켓을 재활용해 발사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로 낮추었을 때, 우주 산업은 비로소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대중화와 상업화의 길로 들어섰다. 우주선의 설계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비용 구조가 달라진 것이다. 기억에 남는 일론 머스크와의 회의는 대부분 비용의 구조적 혁신을 위한 내용이었다.
터보퀀트도 같은 맥락이다. AI 모델의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자원을 대폭 줄이는 이 기술은, 거대한 스케일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효율과 접근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무리 강력한 AI도 쓸 수 있는 사람이 제한돼 있다면, 그 스케일은 절반짜리 혁신에 불과하다.
터보퀀트의 핵심은 AI가 대화를 이어가며 쌓아두는 임시 메모리를 압축하는 데 있다. AI는 긴 대화일수록 앞선 맥락을 계속 참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메모리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터보퀀트는 이 메모리를 정확도 손실 없이 획기적으로 줄인다. 새로운 하드웨어를 추가하지 않고, 알고리즘만으로. 같은 장비에서 더 많은 사람이, 더 긴 대화를, 더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시장은 이를 반도체가 덜 팔리는 신호로 읽었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자원 이용의 효율이 높아지면 오히려 소비량이 폭발하는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처럼, 실행 단가가 낮아지는 순간 비용 문제로 포기했던 수많은 AI 서비스가 시장에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딥시크가 등장했을 때도 시장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딥시크 이후 AI 시장의 파이는 더 커졌다. 효율의 혁신은 수요를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잠들어 있던 수요를 깨운다. 생성형 AI를 쓰는 비용은 지난 몇 년 사이 가파르게 내려왔다. 그럼에도 AI 서비스의 총 사용량은 줄기는커녕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비용이 내려가면 쓰임새가 늘고, 쓰임새가 늘면 새로운 수요가 생긴다. 지금까지 AI 도입을 망설이던 중견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스타트업들은 불과 1~2년 전엔 엄두도 못 냈던 AI 기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터보퀀트는 이 흐름에 또 하나의 가속 페달을 밟는 기술이다. 추론 비용의 구조적 하락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방향이 정해진 추세다.

공포가 틀렸음을 증명하는 기술역사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와 같은 정책도 이러한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AI를 전 국민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는, 터보퀀트 같은 비용 효율화 기술이 확산할수록 현실에 가까워진다. 다만 기술의 효율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고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국내에 갖춰져 있어야 한다. 정책의 의지와 인프라의 준비가 함께 맞물릴 때, AI 대중화의 속도는 비로소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에 강력한 기회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과거의 전장이 자본력을 앞세운 체급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고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을 극대화하는 설계 역량이 승부를 가르는 시대가 됐다. 소프트웨어의 효율 혁신은 결국 그것을 실행하는 하드웨어의 설계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이 AI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그 환경을 구현하는 칩을 설계하는 것은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일이다.
터보퀀트가 처음은 아닐 것이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딥시크와 터보퀀트 같은 효율 혁신은 계속 등장할 것이고, 시장은 그때마다 같은 공포에 휩쓸릴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역사는 늘 그 공포가 틀렸음을 증명해왔다. 새로운 효율 혁신이 나올 때마다 위기로 읽을 것인가, 기회로 읽을 것인가. 그 선택이 국가의, 기업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다음 10년을 가를 것이다.
기술의 역사에서 진정한 전환은 언제나 ‘처음 쓴 순간’이 아니라 ‘모두가 쓰게 된 순간’에 완성됐다. AI도 지금 그 두 번째 순간을 향해 가고 있다. 아직 모두의 AI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문턱은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성능은 예선이다. 그 예선을 통과한 기술들이 맞붙는 본선에서, 승패를 가르는 변수는 언제나 비용이었다. 이제 AI도 그 본선에 들어섰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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