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믿을 건 金?… 다시 움직이는 큰손들

박세환 2026. 4. 1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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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각국 중앙은행 금 매수 증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를 점차 늘리고 있다. 연초에는 매입 강도가 다소 주춤했지만 2월 들어 다시 살아났고,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순매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외환보유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환보유액 다변화 흐름 속에서 중앙은행이 다시 금에 주목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 1월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 규모는 5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월평균 매입량(27t)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연초 금값 고점 부담과 휴일 시즌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2월 매입규모는 다시 27t으로 늘며 매수세가 되살아났다. 폴란드가 20t으로 가장 적극적이었고,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각각 8t씩 사들였다. WGC는 “연초의 숨 고르기 뒤 중앙은행 매입이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행보는 특히 상징적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금 보유량을 7438만 트로이온스로 늘리며 17개월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2월과 비교해 16만 온스, 약 5t가량 늘어난 규모다. 시장에선 중국이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특정 국가나 기관의 신용에 기대지 않는 금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는 안전자산 선호를 넘어 외환보유 전략 재편의 흐름으로 읽힌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이를 ‘준비자산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지정학적 긴장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정 국가의 통화와 채무 의존은 줄이고, 정치적·신용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자산 비중을 늘리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금은 채권처럼 이자를 주거나 주식처럼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특정 국가의 부채가 아니라는 점에서 신용위험이 낮고, 위기 국면에선 가치 저장 수단이자 헤지 자산(위험회피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와 중국, 인도, 터키, 폴란드 등이 2008년 이후 금 보유를 적극적으로 늘려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은 역시 국제적 흐름에 맞춰 금 투자 재검토에 나섰다. 최근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외환보유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은이 금 관련 금융상품 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2013년 이후 13년 만이다. 실물 금 대신 ETF를 우선 고려하는 것은 유동성 때문이다. 실물 금은 상징성은 크지만 사고팔기가 쉽지 않다. 반면 금 현물 ETF는 실물 가격을 추종하면서도 시장에서 곧바로 매매할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 ETF 투자는 실물 금보다 유동성이 높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금값이 오른 2년 전부터 투자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유독 금 투자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금값이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어 신규 투자 시점으로는 부담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과거 금 매입 이후 손실 논란을 겪은 경험도 보수적 접근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은 2011년 7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금 90t을 매입했는데, 평균 매입 단가는 트로이온스당 1629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후 국제 금값이 하락하면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트로이온스당 1100~1300달러 선에서 움직였고, 2015년 국회 국정감사에선 평가손실이 1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후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년 넘게 104.4t 수준에서 유지돼왔다.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9위 수준이다.


최근 금값 흐름도 이런 고민과 맞물린다. 국제 금값은 지난 2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하락했다가 이번 달 들어 반등 흐름을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금 가격은 지난 2월 27일 온스당 5247.90달러에서 지난달 26일 4376.3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9일 4818달러로 다시 올라섰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실제 가격 흐름은 지정학 변수 등에 따라 단기간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 ETF 투자 여부를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외환보유액 운용에서는 안전성과 유동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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