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쩐’의 전쟁…기름 아닌 ‘기름배’ 보라
Global Money Club
중동 분쟁을 이해하는 문법이 바뀌고 있습니다. 더는 유가 전광판만 바라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최근 글로벌 큰손들의 시선은 금이나 달러 같은 전통 자산을 넘어 상장지수펀드(ETF)라는 ‘망원경’으로 옮겨가고 있거든요. 전쟁이 만들어내는 공급망 혼란과 물류 병목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중동에서 총성이 들리면 으레 주유비 부담을 걱정했다면, 이제는 사정이 다릅니다. 유조선이 갈 길을 잃고 운임이 치솟는 복잡한 역학관계를 ETF라는 그릇에 담아 누구나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이 감히 접근하기 힘들었던 ‘바닷길 통행료(유조선 운임 선물)’까지 안방 모니터 앞으로 끌어온 셈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블룸버그는 브레이크웨이브 유조선 해운 ETF(BWET)에 주목했습니다. 이 ETF는 단순한 투자 상품을 넘어, 중동 정세의 긴박함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시장 온도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 ETF를 두고 “호르무즈해협이 실제로 열려 있는지를 분 단위로 판단하는 시장 지표”라고 평가했습니다.
BWET의 지난 1년은 매우 이례적인 흐름이었습니다.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유조선 운임이 급등하면서 주당 10달러 선에서 맴돌던 가격이 150달러 문턱까지 치솟았습니다. 상승률이 1300%가 넘습니다. 올해 미국에 상장된 모든 ETF 중 단연 독보적인 성적표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경탄하는 건 단순히 수익률 숫자만이 아닙니다. 중동에서 들려오는 뉴스 한 줄이 가격표에 즉각적으로 ‘박제’되는 속도입니다. 실제로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행 허용 가능성을 비추자마자 개장 직후 13%가 폭락했다가, 다시 봉쇄 우려 뉴스가 나오자 단 몇 시간 만에 고점을 회복하는 등 ‘지정학적 롤러코스터’의 진수를 보여줬습니다.
전쟁 파도 타고 1300% ‘퀀텀 점프’
BWET의 엔진은 원유 가격이 아닙니다. 핵심은 ‘유조선 운임’입니다. 이 ETF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하루 임대료를 추종하는 선물 계약에 투자합니다. 포트폴리오의 약 90%가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항로의 운송 비용에 좌우됩니다.
전쟁이 만든 논리는 간결하면서도 강력합니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히자 아시아 구매자들은 기름을 구하기 위해 더 먼 바다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항해 거리가 길어지니 배는 부족해지고, 유조선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됐습니다. 현재 VLCC 운임은 하루 50만 달러를 돌파하며 전쟁 이전보다 5배나 비싼 ‘금값 운임’ 시대를 열었습니다.
수익률은 ‘축제’, 자금 유입은 ‘눈치싸움’
역설적이게도 수익률이 폭발하는 동안 투자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BWET가 1300% 질주하는 동안 들어온 순유입 자금은 2500만 달러(약 370억원)에 불과합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 ETF(BNO)와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 상품에 7억 달러(약 1조원)가 몰린 것과 대조적입니다.
다만 BWET는 에너지 ETF 시장 전체로 보면 ‘극단적인 사례’에 가깝습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원유·가스·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ETF를 활용해 전쟁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브렌트유 ETF(BNO), 서부텍사스원유(WTI) ETF(USO), 에너지 인프라 ETF(AMLP) 등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을 낮추면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 흐름에 노출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힙니다.

BWET에 자금이 몰리지 않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연 3.5% 수준의 높은 수수료에다 복잡한 운임 선물 구조, 낮은 유동성까지 겹치며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운임 하락 시 별도의 완충 장치 없이 가격이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라 변동성 부담도 큽니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직접 투자보다는 시장 흐름을 읽는 참고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파티 끝났다” vs “공급 부족 여전”
시장의 시선은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며 뒤늦은 추격 매수를 경계합니다. 유가라는 거대한 파도에 비해 ‘해운 운임’이라는 좁은 수로에 베팅하는 상품 특성상 위험 대비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견해입니다.
반면, 이번 상승이 단순한 ‘전쟁 특수’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쟁 이전부터 시장은 이미 ‘유조선 가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노후화된 선단, 제재로 묶인 선박, 특정 기업의 선점 등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시장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설령 전쟁이 멈춘다 해도, 꼬여버린 물류 실타래와 항만 적체는 단기간에 풀리기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결국 BWET가 보여주는 것은 차트 그 이상입니다. 이 ETF는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대변합니다. “그래서, 호르무즈해협의 리스크는 지금 어느 수준인가?” BWET는 전쟁 리스크가 물류를 통해 시장 가격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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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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