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 읽기] 파오거 문화

중국 관리가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는 소식은 더는 뉴스가 아니다. 자고 나면 들리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당 중앙이 직접 챙기는 차관급 이상 고위 간부 즉 중관(中管) 관리가 181명이나 체포됐다. 2024년 92명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한데 얼마 전 낙마한 후헝화 충칭 시장은 특별히 우리의 눈길을 끈다.
그의 몰락이 ‘중국 LED의 대왕(大王)’으로 불리며 한국과도 경쟁 관계에 있는 산안광전(三安光電)의 창업자 린슈청과의 유착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는 까닭이다. 충칭시는 후헝화를 질타하며 세 가지 병폐를 거론했다. 파오거(袍哥) 문화와 마터우(碼頭) 문화, 취안즈(圈子) 문화가 그것이다.
파오거는 ‘같은 도포를 입는 형제’를 뜻한다. 『시경(詩經)』의 ‘그대와 함께 한 벌의 옷을 입는다(與子同袍)’는 구절에서 따왔는데 여기엔 전쟁에 나가는 병사들이 함께 싸우고 함께 죽는다는 비장한 결의가 담겼다. 파오거 문화는 그래서 절대 충성을 강조하며 배신을 불허한다.

충칭과 쓰촨성 등 중국 서남부 지역에서 형성된 형님-동생 관계의 민간 결사 성격을 띤다. 또 마터우는 부두라는 뜻이다. 부두는 예로부터 물류와 노동의 중심지로 다양한 사람이 몰린다. 공적인 법보다 현장 패거리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마터우 문화는 먹고 사는 문제가 달린 것으로 우리와 남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취안즈는 특정 집단을 의미한다. 따라서 취안즈 문화는 파벌 중심으로 돌아가는 폐쇄적 네트워크를 일컫는다. 이 역시 내 편 네편을 따진다. 신뢰를 바탕으로 오랜 인맥을 강조하는 꽌시(關系) 문화와는 차이가 있다. 결국 파오거나 마터우, 취안즈 문화는 모두 끼리끼리 해 먹는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다.
이게 문화로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게 중국 현실이다. 자연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투쟁 또한 영원히 끝나지 않을 모양새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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