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묶인 한국 선박 26척 이동 안갯속…정부 외교 부담 커졌다

김은지 2026. 4.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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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협상 결렬에 불확실성 지속
통과 선박 제한적 수준…가시적 성과 아직
이스라엘 겨냥 논란까지 겹치며 외교 변수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만 무스카트 항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불투명해졌다. 유조선 7척을 포함한 한국 선박 26척(선원 173명)이 여전히 해협에 발이 묶이면서, 정부가 언제 이들을 빼낼 수 있을지조차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선박 귀환과 에너지 수송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쟁 장기화와 외교 변수 탓에 우리 선박 이동 재개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12일 정치권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란 정부 대표단은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중재로 이슬라마바드에서 종전 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양국은 21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란이 봉쇄한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은 제한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0일 황종우 장관 주재로 선주사·선박관리사 대표들과 회의를 열고 통항 관련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외교부는 같은 날 정병하 극지협력대표를 외교장관 특사로 임명하고 통항 문제 논의 등을 위해 이란에 파견했다. 다만 현지 정세가 불안정한 데다 외교적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부 외국 선박의 통과 사례는 확인되고 있다.

지난 7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들어간 가운데, 휴전 후 일부 선박이 해협을 빠져나간 정황이 외신을 통해 잇따라 전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휴전 이후 해협을 지난 선박이 총 14척이며 이 가운데 최소 9척은 이란 국적이거나 이란과 연계된 선박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어 로이터 통신은 11일(현지시간) 라이베리아 선적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과 중국 선적의 2척이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휴전 전에는 일본과 프랑스 연계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사례가 있다.

청와대는 우리 선박의 통항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원과 선박들을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일"이라며 "우리가 가진 외교역량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관건은 정부가 우리 선박의 이동 재개를 언제 성과로 보여줄 수 있느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우리 선박 이동 지연은 물론, 에너지 수송 차질과 물류비 상승에 따른 국내 유가 부담 확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당장의 비축유 방출이 없이도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서 "정부 비축유를 방출하지 않고 4∼5월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현재 (확보된) 물량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고들이 좀 있다"며 "특히 5월은 확보한 물량 수준이 지난주보다 10%포인트 더 늘어 (평시 도입량 대비) 80% 가까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내 유조선 통항 문제와 관련해서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통항 문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통령의 대(對)이스라엘 발언까지 겹치면서 정부 외교 부담은 한층 커지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아동을 지붕 위에서 떨어뜨렸다는 주장의 게시물과 영상을 공유하며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동원),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 대통령이 반이스라엘 허위정보 계정의 게시물을 근거로 자국을 비난했다고 반발했다. 또한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날에 이뤄진 유대인 학살 경시를 포함한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용납될 수 없으며 강력한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중동 전쟁 국면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보편적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이란이 통제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묶인 우리 선박 문제를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다만 우리 선박의 이동 재개 시점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외교 부담만 키웠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이스라엘을 향한 반박 메시지를 이어갔다.

이번 종전 협상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였다.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며 본격화했고, 이후 이란은 전쟁 기간 장악한 해협 내 영향력을 유지한 채 선박 통행을 관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미국은 해협의 즉각적인 개방을 요구하며 맞섰다.

미국과 이란의 후속 대면 협상 여부와 일정은 아직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양국의 명확한 종전 선언 때까지 비상대응체제를 엄중히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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