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 찍힌 줄도 몰랐어요" 의식하고 던진 것도 아닌데 리그 최고 구속 쾅! 안우진의 환상적인 복귀전 [고척 인터뷰]

배지헌 기자 2026. 4. 12. 21: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955일 공백 깨고 160km 화려한 귀환
- 1이닝 1탈삼진 무실점…건재 과시한 에이스
- 아침 식탁 굴비 한 마리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
955일 만에 돌아온 안우진(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고척]

초구부터 전광판에 157km가 찍혔다. 2구째는 159km, 4구째에 이르자 기어이 160km라는 숫자가 또렷하게 표시됐다. 팔꿈치와 어깨 수술에 군 복무까지 마치고 955일 만에 돌아온 투수라고는 믿기 힘든 강속구였다. 공 하나하나가 미트를 때릴 때마다 고척스카이돔은 탄성과 함성으로 들끓었다.

키움 히어로즈 특급 에이스 안우진이 마침내 돌아왔다. 안우진은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1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023년 8월 31일 SSG 랜더스전 이후 처음 밟은 1군 마운드였지만, 특유의 빠르고 위력적인 광속구는 955일 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955일 만에 돌아온 안우진(사진=키움)

'160'이 찍힌 순간, 고척돔은 전율했다

이날 키움은 안우진에게 1회만 맡긴 뒤 2회부터 우완 배동현을 투입하는 '탠덤'을 계획했다. 그리웠던 에이스가 마운드에 등장하자 팬들은 일제히 '안우진'을 외치며 복귀를 반겼다. 1회초 선두타자 황성빈을 상대로 초구 157km를 던지자 탄성이 터졌고, 4구째 160km가 찍히는 순간 고척돔은 흡사 포스트시즌 같은 열기로 가득 찼다.

경기 전 설종진 감독은 "재활 등판을 계속하다 보면 나중엔 160km도 던질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지만, 안우진은 첫 등판부터 그 기대를 현실로 바꿔버렸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안우진은 "160이 찍힌 줄도 몰랐다. 그냥 유리한 카운트에서 조금 더 힘을 써보자고 생각했는데, 딱히 의식하고 던진 건 아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초구가 잘 들어가면 경기가 잘 풀릴 것 같았는데, 들어가자마자 마음이 편해졌다"고 밝힌 안우진은 "'이제 힘을 더 써도 되겠다' 싶었다. 아쉽게 볼넷도 있었고 안타도 하나 줬는데, 이닝을 늘려가다 보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이날은 1이닝만 던지는 만큼 강약 조절 없이 모든 공을 전력 투구했다고도 했다. "타자를 상대한다기보다 제 피칭을 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이닝을 늘리면서 강약 조절도 하고, 변화구 퀄리티도 확인하면서 던지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우진의 말이다. 

안우진이 자리를 비운 동안 KBO리그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안우진이 한창 재활과 군복무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도입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과 피치클락은 앞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익혀야 할 숙제다. 안우진은 "노진혁 선배님을 상대할 때 초구 체인지업이 바깥쪽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는데 빠졌다"면서 "차트를 보면서 타깃을 수정하고 포수와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다. 아직 스트라이크존을 정확히 모르겠어서 계속 공부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던진 24구 중 스트라이크는 16구였다. 힘이 많이 들어간 탓인지 존에서 멀리 벗어나는 공도 간간이 나왔다. 그러나 빠른 볼의 구속과 회전수는 부상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고, 주무기인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움직임도 날카로웠다.
955일 만에 돌아온 안우진(사진=키움)

복귀전 앞둔 아들에게 어머니가 준비한 굴비 한 마리

이날 경기 중계방송 화면에는 아들이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이는 안우진 어머니의 표정이 잡혔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요한 경기 날이면 어머니가 구워주신 굴비를 먹고 집을 나섰다는 안우진은 이날 아침에도 식탁에 굴비가 놓여 있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경기가 있는 날에는 어머니가 굴비를 구워주시곤 했다. 편한 속으로 경기에 나가라고 항상 그렇게 해주셨다. 오늘 아침에도 굴비가 식탁 위에 있는 걸 보고 마음이 편해졌다. 나에게도 소중한 경기지만, 엄마에게도 정말 중요한 날이구나 싶었고 더 잘 던지고 싶었다." 안우진의 말이다. 

팀 동료 배동현에게도 미안함과 고마움을 함께 전했다. 직전 2경기 선발로 나와 팀 승리를 이끈 배동현은 이날 안우진에 이어 2회부터 구원 등판, 6이닝 무실점 호투로 3승째를 거뒀다 그러나 규정상 선발승과 퀄리티스타트는 인정받지 못했다.

안우진은 "내가 선발로 나가면 동현이 형의 선발승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형이 먼저 괜찮다고 말해줬다"면서 "나도 빨리 이닝을 늘려서 내 자리에서 던지고 싶다"라고 했다. 이에 배동현도 "오늘은 우진이의 복귀전인 만큼 우진이의 뒤를 지켜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화답해 끈끈한 동료애를 전했다. 

앞으로 안우진이 100%에 가까워질수록 많은 메이저리그(MLB) 구단 스카우트가 고척을 찾을 터다. 먼저 빅리그에 진출한 전 동료들(이정후, 김하성, 김혜성, 송성문)처럼 MLB에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안우진은 "모든 선수가 기회가 온다면 응할 것 같다"면서도 "지금은 7이닝, 8이닝을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게 먼저다. 그렇게 못 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 거다. 내가 잘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척돔을 가득 채운 팬들의 응원도,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하는 일도 그리웠다는 안우진은 "오늘 팬 분들이 크게 함성을 외쳐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올해 가장 많은 수가 고척을 찾은 취재진을 향해서도 "많이 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이런 경험이 그리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Copyright © 더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