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 ‘스토리’만 파는 스캔들, 언제까지 [김소연 칼럼]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6. 4. 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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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벤처 버블을 기억한다면 새롬기술 다이얼패드 스토리도 기억할 겁니다. MZ라 모른다고요? 그럼 배우 송중기가 열연했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소환해보면 어떨까요? 과거로 회기해 대한민국 미래 경제사를 잘 알고 있는 주인공 진도준(송중기 역)은 자신을 괴롭히는 고모를 무너뜨리기 위해 벤처 버블을 이용합니다. “주가가 어마어마하게 뛸 것”이라는 정보를 교묘하게 흘렸고, 고모는 본인 소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끌어와 수천억원을 투자하죠. 주가 폭등과 폭락으로 고모를 몰락시킨 종목의 모티브가 된 게 바로 한국 증시 역사상 최대 버블로 아직도 회자되는 ‘새롬기술’이었다죠. 상장 6개월 만에 무려 150배 가까이 폭등한 바로 그 종목입니다.

1999년 외환위기를 갓 벗어난 대한민국에 ‘인터넷’이란 신세계가 열립니다. 새롬기술이 코스닥에 입성한 것은 1999년 8월. 신화는 그해 10월 시작됐습니다. 값비싼 국제전화를 인터넷으로 무료로 할 수 있는 ‘다이얼패드’ 서비스가 주인공이었죠. 시장은 열광했고 1999년 10월 1890원이던 주가는 2000년 3월 28만2000원까지 치솟습니다. 당시 새롬기술 시가총액은 3조7000억원에 육박하며 재계 서열 1위 삼성전자를 잠시 추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짧았던 영광. 다이얼패드 수익 모델이 전무했기 때문이죠. 돈을 벌기 위해 유료화를 내세웠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새롬기술 주가는 갑작스러운 폭등에 비견될 만한 급전직하 그래프를 그리며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새롬기술 서사는 사실 단순합니다. 서비스는 놀라웠지만 이 놀라운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벌 방법이 없었습니다. 새롬기술 이후 벤처 버블은 제대로 꺼졌고 시장은 ‘수익 모델’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롬기술뿐 아니라 기대만 빵빵하게 담긴 공시 한 줄로 주가가 폭등하곤 했던 닷컴들까지 우수수 나락에 떨어졌고요.

25년이 지난 지금 코스닥 시장에서 아주 유사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삼천당제약 미스터리. 지난해 말 종가 기준 23만2500원이던 삼천당제약 주가는 지난 3월 30일, 118만4000원까지 치솟아 종가 기준 신고가를 갈아치우면서 ‘황제주’ 반열에 오릅니다. 기폭제는 3월 19일 나온 공시 한 줄. ‘경구 인슐린의 유럽 임상 1·2상 시험계획서(IND) 제출 완료’. 3월 30일에는 미국 파트너사와 라이선스 계약 공시도 나왔습니다. 파트너사로부터 1억달러(약 1506억원) 규모 마일스톤과 향후 10년간 판매 수익의 90%를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죠. 3월 19일 공시 후 다음 날 바로 에코프로를 제치고 코스닥 시총 1위에 오른 삼천당제약은 3월 31일까지 1위를 유지했지만, 이후 “뭔가 이상하다”는 평에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4월 9일 종가가 50만4000원까지 내려왔습니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를 현재 가격에 반영해 주가가 빵~ 떠버린 구조는 유사하지만 어마어마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새롬기술 실패 이유는 ‘기술은 있지만 수익 모델이 없다’로 명확했죠. 삼천당제약은 기술이 진짜 있는지부터 헷갈립니다. 황제주가 되는 동안 아무도 실체를 점검하지 않았고, 코스닥 ETF는 자동으로 삼천당제약 주식을 대거 편입하면서 작은 불씨가 대화재로 번졌죠. 25년이 지나도록 심심하면 터지는 스캔들에 질리지만 그래도 새롬기술이 벤처 버블을 팡~ 터지게 만들었듯, 삼천당제약이 코스닥 3000을 팡~ 터뜨리지는 않기를요.

[주간국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5호(2026.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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