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수단인 전쟁, 쉬운 선택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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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금기로 여기던 시대가 저물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니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 전쟁을 벌였다.
러시아와 미국의 잇따른 전면전에 그 금기와 규칙이 무너지면서 전쟁은 다시 공공연히 거론하는 '선택지'가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은 핵보유 강대국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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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금기로 여기던 시대가 저물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니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 전쟁을 벌였다. 유럽에서 2차 세계대전 후 처음 벌어진 전면전은 ‘무력에 의한 국경 변경을 용납지 않는다’는 국제사회 규칙을 깨뜨렸고, 호르무즈 봉쇄를 부른 중동 사태에서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허물어졌다.
지난 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국제사회는 ‘전쟁=해선 안 되는 일’이란 인식을 공유하며 규칙 기반의 질서를 구축해 왔다. 러시아와 미국의 잇따른 전면전에 그 금기와 규칙이 무너지면서 전쟁은 다시 공공연히 거론하는 ‘선택지’가 됐다. 과거 대화·협상·제재로 풀던 갈등에 군사적 해결이 ‘카드’로 제시된 지역은 그린란드, 파나마, 베네수엘라, 쿠바, 이란 등 최근에만 여럿이었고, 일부는 이미 현실화했다. 전쟁의 문턱이 낮아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은 핵보유 강대국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차이는 두 전쟁을 대하는 국제사회의 시선에 있었다. 러시아의 침공에 세계는 경악했고 일제히 규탄하며 군사적·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응징에 나섰다. 그것을 주도했던 미국이 거꾸로 일으킨 지금의 중동 전쟁에선 전쟁 자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좀체 들리지 않았다. ‘전쟁을 규탄하던 자’가 ‘전쟁을 일으킨 자’로 돌변한 당혹스러운 현실은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말해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미국의 언어는 전쟁을 규제하는 국제법도 무력화했다. 가자 전쟁에서 이미 허물어진 ‘민간인 피해 최소화’ 규정은 그의 ‘석기시대’ 협박을 통해 더욱 유명무실해졌다. 이란의 석유를 ‘전리품’ 취급한 대목은 차라리 정글의 법칙을 떠올리게 했다. 금기였던 전쟁은 이제 ‘해도 되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해도 괜찮은 것’이 돼 가고 있다.
각종 지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분쟁 데이터 프로그램(UCDP)은 지난해 ‘국가 간 충돌’이 1946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집계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세계 군사비가 10년 연속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인도주의적 전망 2026: 전쟁에 굴복한 세상’ 보고서에서 “무력 충돌이 우리 시대의 결정적 특징이 됐다”고 평가했다.
숀 데이비스 UCDP 연구원은 “규범 질서가 꾸준히 약화해 이제 국가들이 외부 비난에 개의치 않고 행동한다”고 말했다. 전쟁은 점점 더 쉬운 선택이 되고 있다. “러시아가 유럽에서, 미국이 중동에서, 그럼 다음은 중국이 아시아에서?” 하는 ‘다음 전쟁’의 우려가 현실적인 고민이 됐다.
전쟁은 사람들이 그것을 잊었을 때 다시 찾아온다. 국제정치학계는 전쟁의 문턱이 낮아지는 배경을 ‘망각’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전쟁을 억지하는 중요한 장치는 전쟁에 대한 공포이며, 그것이 기억에서 희미해질 때 전쟁이 재발한다는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80년이 흐른 지금, 세계는 전쟁을 겪은 세대와 기억하는 세대를 거쳐 세 번째 세대를 지나고 있다.
국민일보는 급변하는 국제질서를 다각도로 조명하기 위해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 및 시민사회 활동가 30여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전쟁을 겪고 있는 이들과 전쟁을 기억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 ‘문턱 낮아진 전쟁’의 여러 측면을 분석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슈탐사팀=김판 김지훈 이강민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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