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왜 수모와 모욕이 되었나

공공문화정책 가운데 현장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아온 프로그램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을 떠올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운영하는 이 사업은, 문학 작가가 전국 도서관과 문학관, 서점 등에 상주하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문예진흥기금 등 공공 재원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도 공공성이 분명하다. 작가에게는 인건비와 창작 공간을 제공해 안정적인 창작 여건을 마련하고, 시설에는 프로그램 운영비와 전문 인력을 지원해 지역 문화 거점으로써의 기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작가, 공간, 이용자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지역 문학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는 설계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이후 지난 9년 동안의 성과도 적지 않다. 참여 작가들의 창작 결과물이 꾸준히 축적됐고, 전국 곳곳에서 문학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시민들의 참여도 확대됐다. 올해는 선발 규모를 약 100명 수준으로 늘리고 활동 공간 역시 도서관을 넘어 서점과 문학관으로 확장했다. 청년 작가를 위한 별도 유형까지 신설됐다. 정책의 방향성과 의도는 분명 긍정적이다.
그렇기에 최근 제기된 면접 논란은 더욱 뼈아프다. 박산호, 박지숙, 황모과 등 작가들이 최근 SNS에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문학상주작가 선발을 위한 면접은 역량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라 때로는 불쾌와 모욕을 감수해야 하는 과정으로 작동했다. 질문이 아닌 훈계, 맥락을 벗어난 평가, 심지어 외모나 나이, 인상을 언급하는 발언까지 있었다는 증언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 원인을 제도 설계와 현장 운영이라는 두 층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제도 측면에서 보자. 최근 도입된 온라인 매칭 방식은 한 작가가 여러 기관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회의 폭을 넓혔다. 그러나 그 결과 지원자가 전보다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를 짧은 시간의 면접으로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십수 명을 단 몇 분씩 만나는 면접에서 무엇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을까. 평가 기준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면접은 쉽게 인상과 감정과 같은 지극히 사적인 판단으로 변질된다.
여기에 현장 운영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공공도서관은 대부분 지자체 소속 기관으로, 행정 시스템의 일부로 작동한다. 그 과정에서 관료적 문화와 지역적 맥락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심사위원 역시 해당 지역 기반의 문학인이나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지원자는 이미 대중적 인지도와 경력을 갖춘 작가들도 다수 포함된다. 이때 발생하는 미묘한 긴장이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평가 관계 자체는 정당하지만, 충분히 설계되지 않으면 심사의 객관성은 쉽게 흔들린다. 그 틈에서 권위적 태도나 부적절한 발언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 논란에서 드러난 ‘외모 언급’이나 ‘훈계성 발언’은 그 단면일 것이다. 물론 모든 현장이 그런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도서관에서 성실하고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면, 이를 이례적인 사건이라기보단 구조적 신호로 읽어야 한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서류 단계에서 실질적인 선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면접은 최종 검증의 과정이어야지 대량 심사를 대체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면접 운영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심사위원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원거리 지원자에 대한 교통비 등 기본적인 참여 조건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문제다. 이 사업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공공이 문화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수행하는 투자다. 작가는 평가의 대상이기 이전에 그 생태계를 함께 구성하는 주체다. 이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지속 가능성 역시 담보할 수 없다. 좋은 제도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것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다. 이번 논란이 일회성 소음으로 그칠지, 아니면 제도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지는 지금의 대응에 달려 있다. 작가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갈 때, 문학상주작가 지원사업은 비로소 본래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평론가 김성신(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겸임교수,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 (재)파주문화재단 이사)
출판평론가 김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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